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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협상과 같이 가는 종전선언 협의…한ㆍ미 이견 딜레마

중앙일보 2018.05.29 06:00
26일 열린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체제 안전 보장을 최우선 과제로 요구하면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정부는 평화협정 체결 전 종전선언 추진을 위한 실무 협의도 시작되었음을 공식화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이 끝난 뒤 헤어지며 포옹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이 끝난 뒤 헤어지며 포옹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7일 문재인 대통령은 2차 정상회담 결과를 전하며 “북ㆍ미 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 남ㆍ북ㆍ미 3자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이 추진되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북한이 갖고 있는 안보 측면에서의 우려를 해소해줄 수 있는 방안을 여러 가지로 검토하고 있다”며 “예를 들면 상호불가침 약속을 다시 하거나 현재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협상을 개시하는 방안 등을 실무 차원에서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3조3항)”로 명시했다. 시한까지 올해로 못박은 상태다. 외교부에서도 1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법적 의미와 내용 검토에 착수했다. 
 
아직까지 청와대는 “4ㆍ27 판문점 선언에도 포함돼 있어 가능성에 대한 검토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미국과의 입장 차도 확인된다. 청와대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한ㆍ미 정상회담 후에도 북ㆍ미 정상회담 이후 남ㆍ북ㆍ미 3국이 종전선언을 함께 선언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나 반응은 공개하지 않았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종전ㆍ평화 체제는 ‘비핵화’라는 큰 수레바퀴에 따라서 도는 작은 바퀴로 보지만 우리 정부는 큰 바퀴 두 개(평화체제ㆍ비핵화)를 돌리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비핵화 협상에 온전히 집중하고 싶어하고, 종전선언을 해버리면 군사옵션 카드를 내려놓아야 하는 부담도 있다. 평화체제 논의가 본격 시작되면 비핵화 협상을 블랙홀처럼 흡수해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7일(현지시간) 유럽순방 중인 이낙연 국무총리는 영국 런던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미 정상회담에서) 남북 종전선언까지 진도가 안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7년 9월 APEC 참석차 호주 시드니를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이 시드니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종전선언, 평화협정 문제를 두고 두 정상의 이견이 표출됐고 통역 논란도 나왔다.[중앙포토]

2007년 9월 APEC 참석차 호주 시드니를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이 시드니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종전선언, 평화협정 문제를 두고 두 정상의 이견이 표출됐고 통역 논란도 나왔다.[중앙포토]

 
앞서 2007년에도 임기 말의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미국은 “한국전을 공식 종결짓는 평화조약과 미ㆍ북 관계 정상화는 북한이 비핵화 합의를 이행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당시 청와대의 ‘선 종전선언, 후 평화협상’ 주장에 대해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 법적ㆍ정치적ㆍ군사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비판하자 청와대는 “종전을 위한 선언”으로 말을 바꾸기도 했다. 외교부의 반발로 당시 김만복 국정원장이 대신 미국 워싱턴까지 갔지만 미국을 설득하지 못했다. 
 
당시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평화협정은 대북안전보장의 일환으로 제공되는 비핵화 보상의 핵심이므로 협정의 발효시점은 비핵화 완료가 검증되는 시점과 연계돼야 한다”며 “정전협정으로 사실상의 종전 상태인데 법적 종전을 하려면 평화협정에 의해서만 가능하고, 종전선언은 평화협정을 체결하자는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 이런 걸 왜 해야하는지 (미국을) 이해시키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2층에 전시된 6ㆍ25전쟁 휴전협정서 사본. 서명을 한 마크 W. 클라크 국제연합군 총사령관과 김일성 북한군 최고사령관, 펑더화이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의 이름이 보인다.  박유미 기자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2층에 전시된 6ㆍ25전쟁 휴전협정서 사본. 서명을 한 마크 W. 클라크 국제연합군 총사령관과 김일성 북한군 최고사령관, 펑더화이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의 이름이 보인다. 박유미 기자

 
종전선언에는 중국이 빠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청와대는 한ㆍ미 정상회담과 2차 남북 정상회담 후 발표에서 줄곧 ‘남ㆍ북ㆍ미 3자 선언’을 언급하고 있다. 판문점 선언에서는 ‘남ㆍ북ㆍ미 3자 또는 남ㆍ북ㆍ미ㆍ중 4자’로 명시했었다. 정부가 종전선언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일단 중국은 배제하고, 실제 평화협정 체결 단계에서 중국을 포함시킬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 소식통은 “종전선언은 남ㆍ북ㆍ미가 할 수 있지만 평화협정은 전쟁 상태를 끝내겠다는 공식적인 종결의 의미가 포함되기 때문에 (정전협정 당사국인) 중국이 포함되는 게 맞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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