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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북핵 협상맨 성 김 vs 떠오른 김정은 복심 최선희

중앙일보 2018.05.29 01:18 종합 4면 지면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 개최 준비를 위한 실무회담이 북측에서 열린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미국 측에선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를 대표로 하는 협상단이, 북한 측에선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2016년 6월 22일 베이징에서 열린 동북아 협력대회에서 성 김 당시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와 최선희 당시 외무성 북미국 부국장(오른쪽)이 도착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 개최 준비를 위한 실무회담이 북측에서 열린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미국 측에선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를 대표로 하는 협상단이, 북한 측에선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2016년 6월 22일 베이징에서 열린 동북아 협력대회에서 성 김 당시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와 최선희 당시 외무성 북미국 부국장(오른쪽)이 도착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북·미 정상회담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양측의 사전 실무협상이 본격 궤도에 올랐다. 사실상 세 트랙 방식이다. 정상회담 의제 조율은 판문점 통일각에서, 의전과 경호 등은 싱가포르에서 논의한다. 통일각에선 이미 양측 간 접촉이 진행 중이다. 이와 별도로 처음부터 북·미 핫라인을 구축해온 중앙정보국(CIA)-통일전선부 채널이 협의를 이어간다.
 

북·미 판문점 협상 이끄는 두 사람
성 김, 영변 냉각탑 폭파 때 지켜봐
6자회담 대표, 주한대사 지낸 베테랑

최선희, 김계관 잇는 대표 미국통
“펜스 횡설수설” 발언 물의에도 건재

후커. [뉴시스]

후커. [뉴시스]

27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실무협상팀은 성 김 주필리핀 대사를 비롯해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담당 보좌관, 랜덜 슈라이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 등으로 짜였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번 협상은 29일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반도 문제 베테랑인 성 김 대사가 다시 대북 협상의 최전방에 나선 가운데 백악관·국무부·국방부가 고루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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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선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앞세웠다. 2000년대 중반 6자회담 협상 때부터 성 김을 알아온 인물이다. 외무성 북미국 국장을 지낸 미국 전문가다.
 
성 김과 최선희는 모두 북핵 협상의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성 김은 2008년 6월 북한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 때 국무부 한국과장으로 현장을 지켜봤다.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그는 트럼프 행정부 내 최고의 대북 협상가로 꼽힌다. 북핵 2차 위기 이후 2000년대 중반부터 6자회담 특사, 6자회담 수석대표 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등을 지냈다. 지난 2월에는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미 외교관 중 최고위직인 경력대사(career ambassador)로 승진했다. 국무부 내에서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최고위급 인사다.
 
성 김 대사의 재등장에는 국무부 내 대북 전문가 라인의 공백이 영향을 미쳤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올해 초 물러났으며 조지 W 부시 정부 때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국장으로 대북 협상을 주도했던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의 주한 미 대사 기용은 무산됐다.
 
성 김의 카운터파트인 최선희 부상(미주 담당)은 강석주(2016년 사망),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잇는 미국통이다. 평양외국어대를 졸업하고 1980년대 중후반 외무성에 들어가 북미국 국장을 거쳐 올해 초 부상으로 승진했다. 그는 지난 24일 개인 담화에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을 향해 “횡설수설하며 주제 넘게 놀아댔다”며 “조·미 수뇌회담을 재고려할 데 대한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선언(24일)의 근거가 돼 경질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으나 이번 협상의 전면에 나서면서 건재가 확인됐다.
 
최선희는 90년대부터 북한 핵협상에 나섰다. 영어 구사 능력이 뛰어나고 배짱과 실력을 고루 갖췄다는 게 회담장에서 그를 지켜봤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최선희는 2000년대 중반 6자회담에서 김계관 등 북한 대표단의 통역을 맡았다. 당시 회담에 관여했던 관계자는 “회담장에서 상대의 말을 골라서 통역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회담을 지원하는 역할이 아니라 주도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80년대 초 김일성 주석의 책임서기(비서실장)를 지낸 최영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명예부위원장의 수양딸이라는 신분이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 있다. 지난해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송환 협상의 북한 측 담당자이기도 했다.
 
최강일

최강일

이번 통일각 협상에는 최선희의 후임인 최강일 국장대리도 함께한 것으로 보인다. 최강일은 94년 제네바 북·미 협상에도 참여했고 최선희와는 20년 이상 호흡을 맞춰 온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판문점 협상에서 성 김 대사와 호흡을 맞출 후커 보좌관은 백악관에서 현재 남북한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실무자다. 협상팀 내에서는 대북정책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분위기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다.
 
후커는 2014년 11월 당시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을 위해 방북했을 때 함께했다. 평창올림픽 폐막식 땐 미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한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을 수행하기도 했다.
 
슈라이버

슈라이버

슈라이버 차관보는 현재 국방부에서 한반도 정책을 다루고 있다. 이에 따라 그는 북한이 반발하고 있는 한·미 연합훈련과 미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 등에 대한 북측의 주장을 듣고 대응 논리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민감한 이슈 중 하나인 주한미군 문제가 제기될 경우에 대비해 그 정당성에 대한 설득 논리도 준비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에도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협상팀 면면을 볼 때 미국이 추진하는 북한 비핵화(CVID)와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보장 등을 깊이 있게 논의할 능력을 갖춘 인물들”이라며 “백악관·국무부·국방부가 균형감과 일체감을 갖고 협상 성공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미, 통전부·CIA도 별도 접촉=한국계인 앤드루 김이 이끄는 CIA 코리아미션센터는 성 김의 ‘판문점팀’을 지원하고 보완할 것으로 보인다. CIA 팀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이끄는 통전부 라인과 초기 단계부터 회담 협의를 진행해왔다.
 
한편 29일로 예상되는 싱가포르 실무협상에서도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북한은 28일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을 앞세운 협상팀 8명을 싱가포르에 파견했다. 김창선은 ‘김정은 일가의 집사’로 불리는 인물이다. 지난 4·27 남북 정상회담 때 김정은의 곁을 떠나지 않아 관심을 받았다.
 
김창선의 맞상대는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으로 그는 30명의 선발대를 이끌고 있다. 
 
최익재·정용수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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