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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논란되는데 개인 참여 더 늘린다…주문 실수하면 '비상' 버튼 눌러 취소

중앙일보 2018.05.29 00:02 경제 3면 지면보기
지난달 6일 벌어진 삼성증권 유령 주식 사고는 한국 주식 거래망이 가진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압축해 보여줬다. 현금 ‘1000원’과 주식 ‘1000주’을 헷갈린 직원의 실수로 28억 주에 이르는 가짜 주식이 유통되기까지 아무런 통제 장치가 없었다. 
 

금융당국 ‘유령주식’ 방지책 발표
개인 대여 가능한 종목·수량 확대
공매도 규정위반은 형사처벌키로
주문 실수, 한번 조치로 취소 가능

없는 주식을 팔아 주가를 떨어뜨리는 무차입 공매도를 이전에도 증권사에서 해온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개인 투자자를 가장 분노하게 한 대목이다.
 
28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등이 공동으로 ‘주식 매매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 당국은 논란이 된 공매도를 제한하지 않고 개인 투자자의 참여를 늘리는 쪽을 선택했다.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김학수 상임위원은 “공매도 거래를 직접 제한하진 않지만 상대적으로 기관투자가보다 신용도면에서 떨어지는 개인은 공매도 거래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위험 관리가 가능한 범위에서 개인의 대여 가능 주식 종목과 수량을 확대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수수료 조정 등을 통해 대주(주식을 빌려주는) 서비스도 확대될 수 있도록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개인이 공매도를 위해 빌릴 수 있는 종목 수는 95개, 주식 수는 205만 주(지난달 말 기준)에 불과하다. ‘해당 주식을 보유한 개인 투자자가 동의한 종목에 한해 대여가 가능하다’는 규정 탓이다. 
 
현재 개인 계좌 100개 이상에서 동의한 종목에 한해 다른 개인 투자자에게 빌려줄 수 있다. 당국은 이 기준을 70개 이상 계좌 동의로 완화한다.  기관·외국인에 비해 높은 연 2.5% 정도인 개인 투자자 대주 수수료도 낮아진다. 인하 폭은 미정이다.
 
시장에서는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매도 주문은 옵션 등이 복잡해 개인이 즉각 대응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이후 최근 한 달 사이 공매도 거래 대금에서 개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코스피 0.6%, 코스닥 1.2%에 그쳤다. 반대로 외국인(코스피 68.0%, 코스닥 81.1%)과 기관(31.3%, 17.7%)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공매도 시장을 두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비판이 나오는 큰 이유는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해법은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의 공매도 참여 확대가 아닌 증권사 내부 통제 강화가 핵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학수 금융위원회 감리위원장(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식 매매제도 개선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2018.5.28/뉴스1

김학수 금융위원회 감리위원장(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식 매매제도 개선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2018.5.28/뉴스1

 
공매도에 대한 감시와 처벌은 강화된다. 금융 당국은 공매도 전담 조사반을 운영하기로 했다. 과태료에 그쳤던 공매도 제재 수위는 처벌, 부당 이득을 환수할 수 있는 과징금 부과로 바뀐다. 
 
주식 잔고·매매 수량 모니터링 시스템도 새로 생긴다. 거래되는 주식의 실체가 있는지, 수량이 맞는지 실시간으로 교차 점검이 가능해진다. 무차입 공매도를 막기 위한 장치로도 활용된다.
 
주문 사고를 막는 비상 버튼 시스템도 도입된다. 증권사 등 직원이 잘못된 주문을 내면 한 번 조치로 취소가 가능해진다. 비정상 매매 주문을 자동으로 차단하는 기준도 달라진다. 주문 1회당 상장주식 수 5% 이상일 때만 차단이 됐는데 이 기준이 상장주식 수의 1~2%(세부 수치 미정) 수준으로 낮아진다. 
 
배당 사고 재발 방지 차원에서 앞으로 증권사는 우리사주조합 현금 배당과 주식 배당 시스템 분리해 운영해야 한다. 수작업으로 했다가 배당 착오가 생기지 않도록 자동 전산 처리가 의무화된다. 
 
◆무차입 공매도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먼저 판 다음, 일정 기간 후 주식으로 갚는 투자 기법이다. 주식을 빌려 주식으로 갚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해야 이익이 난다.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을 빌리지도 않은 상태(무차입)에서 공매도 거래를 하는 걸 말한다. 이는 시세 교란 위험이 있어 한국 주식시장에선 불법이다.

 
조현숙·심새롬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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