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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써 보니 “말이 통하네!”…한마디에 가전 움직이네

중앙일보 2018.05.28 19:06 1면
인공지능 스피커 체험기
컴퓨터에 탑재된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그녀(Her)’. 영화 속 인공지능 비서는 남자 주인공의 일정을 관리해줄 뿐만 아니라 매일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현실에서 부닥치는 인간의 정신적 괴로움을 어루만져 준다. 단순 기기가 아니라 없어서는 안 될 생활의 일부가 된 셈이다. 이는 비단 영화 속 내용만은 아니다. 집 안에 들어선 ‘인공지능 스피커’가 이 같은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스마트 기기가 사용자 삶의 ‘편리함’부터 ‘휴식’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화 속 다정한 ‘사만다’를 상상하며 요즘 업계에서 인기 있다는 인공지능 스피커 중 하나를 직접 생활 속에서 체험했다.

컬러 화면 더한 ‘LG 씽큐 허브’
말 한마디에 즉시 가전 작동
외국어, JTBC 뉴스도 제공

서울 청담동 LG전자 베스트샵 강남본 점에서 기자(오른쪽)가 LG 씽큐 허브를 체험하기 전 사용 설명을 듣고 있다.

서울 청담동 LG전자 베스트샵 강남본 점에서 기자(오른쪽)가 LG 씽큐 허브를 체험하기 전 사용 설명을 듣고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이 기기는 정보기술(IT)과 첨단 기기에 관심이 많은 소수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다. 이제는 다르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주부부터 20대 대학생, 직장인까지 기기를 구매하는 세대가 다양해졌다.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올해 세계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약 40% 성장한 5630만 대를 기록했다.
 
새로운 기능도 더해졌다. ‘인공지능’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기능도 없고 TV 채널을 음성으로 바꿀 수 있는 리모컨 정도로만 생각됐던 예전의 인공지능 스피커가 아니다. 집 안 전체 가전제품을 조작하고 실시간으로 환율·증시 정보부터 외국어까지 알려준다. 최근엔 LG전자가 컬러 화면이 더해진 인공지능 스피커 ‘LG 씽큐 허브’를 선보였다. 기자는 국내외 기업들이 내놓은 기기 중 사진이나 글자를 볼 수 있는 화면 구성으로 차별성을 준 씽큐 허브를 찾아 직접 사용해봤다. 우뚝 솟은 쇳덩어리 같은 타사 기기와 달리 시각적 정보를 줘 보다 편안하고 친근감이 든 것도 선택 이유 중 하나다.
 
음성 명령어로 집 안 가전 제어
제품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전에는 몇 가지 애플리케이션(Smart ThinQ 앱, 네이버 클로바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해야 했다. 1분이라도 빨리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실시간 정보를 얻고 다른 가전제품과 연결하기 위해서는 이 과정은 필수였다. 앱 설치와 버튼을 눌러 몇 가지 연동 단계를 거치면 씽큐 허브는 컴퓨팅과 와이파이 등으로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기기가 된다.

 
‘ LG 씽큐 허브’ 는 사용자 명령어 에 대한 정보를 음 성뿐 아니라 화면에서 글·아이콘·사진으로 보여준다

‘ LG 씽큐 허브’ 는 사용자 명령어 에 대한 정보를 음 성뿐 아니라 화면에서 글·아이콘·사진으로 보여준다

사용한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몸이 편하다’였다. TV·영화에서나 볼 법한 광경이 펼쳐졌다. 음성 명령어를 시작하는 ‘하이, LG’를 말하고 원하는 내용을 이야기하면 자동으로 명령어에 해당하는 기기가 움직였다. 미세먼지 수치가 ‘매우 나쁨’을 기록한 지난 15일에 첫 체험을 실시했다. 창문을 닫으며 “하이, LG! 공기청정기 켜줘!” 명령어를 외치고 1초가 지났을까. 바로 뒤에서 “삐리릭~” 소리가 나더니 꺼져 있던 공기청정기가 작동했다. 더워진 날씨에 에어컨도 인공지능 스피커로 켰고, 5분이 지나도 시원하지 않아 “온도를 더 낮춰줘”라고 다시 요청해 설정 온도가 조정됐다. 가전제품 상태를 알려주는 알림 서비스도 유용했다. 냉장고 문이 열려 있음을 말해주고 건조기의 남은 시간을 알려달라고 요청하면 바로 이야기해준다. 이처럼 거실에 누워서 집 안의 가전제품을 편안하게 제어할 수 있었다.
 

음성과 화면으로 정보 전달
글자와 사진이 보이는 화면을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인물 이름과 함께 “찾아줘”라고 말하면 상단 전면부에 보이는 화면에 관련 사진이 떴다. 음성으로 물어보고 시각적으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편리했다. 콩나물김치찌개 레시피를 요청했을 때 다른 인공지능 스피커는 음성으로만 정보를 말해줘 불편했다면, 이 기기는 완성된 음식 사진과 함께 레시피 순서가 적힌 화면이 떴다. 위치 찾기에도 제격. 특정 식당을 어떻게 찾아가야 할지 물어보면 지도가 화면에 뜨면서 이동 거리, 경로, 예상 소요시간까지 들을 수 있었다.

 
외국어 공부에도 사용했다. 일본인 친구의 생일을 알리는 페이스북의 알림을 보고 바로 씽큐 허브에 대고 물었다. “하이 LG, 일본어로 ‘생일 축하해’가 뭐야?” 기기는 “오탄조비오메데토!(お誕生日おめでとう)”라고 소리 내는 동시에 화면에도 관련 글을 보여줬다. 친구에게 발음을 따라 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신저로 음성파일을 보낼 수 있었다.
 
화면을 안 보고 음성으로만 정보를 얻는 경우는 보통 아침 출근을 준비하는 오전 6시. “JTBC 뉴스를 알려줘”만 외치면 스피커로 오늘의 주요 뉴스를 간편하게 들을 수 있다. 흔들리는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기사를 챙겨 보지 않아도 된다. 오늘의 증시와 환율도 실시간으로 알 수 있었다.
 
날씨 맞는 음악 들으며 휴식
몸만 편안해진 것이 아니었다. 마음까지 평온해졌다. 기기는 고음질 스피커 수준으로 퇴근 후 음악 감상하기에 충분했다. 기존에 보유한 음악을 듣고 싶을 땐 스마트폰과 기기를 블루투스로 연결해 음악을 재생했고, 새로운 노래를 듣고 싶을 땐 추천 노래를 기기에 물어봤다. 지난 16일 비 오는 날에 “하이 LG, 비 오는 날에 어울리는 노래 틀어줘!”라고 말하자 가수 황치열의 ‘별, 그대’가 흘러나왔다. “로맨틱한 노래를 들려줘”라고 요청하자 가수 워너원의 ‘약속해줘’가 나왔다. 퇴근 후 수많은 노래 중 한 곡을 선택하기 귀찮을 때 날씨와 분위기에 맞춰 노래를 자동으로 추천해주니 고민을 덜 수 있었다.

 
체험 기간 동안 인터넷 검색에 익숙지 않은 50대 엄마도 기기를 즐겼다. 음성으로 검색하는 방법을 2분간 설명했더니, 엄마는 바로 가수 조용필의 ‘어제 오늘 그리고’를 찾아 음악을 재생시켰다. 설거지를 하면서도 음성 명령어로 노래를 바꾸는 모습을 매일 밤 볼 수 있었다.
 
체험하며 느낀 한계점도 있다. 가장 먼저 인공지능 스피커와 연결되는 가전제품이 냉장고·세탁기·건조기·로봇청소기·오븐 등 와이파이가 적용된 LG전자 기기여야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모두 같은 브랜드이기 때문에 스마트 씽큐 앱 하나만으로 쉽게 연결할 수 있다. 또 사용 범위가 ‘집 내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작동된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글=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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