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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내년 최저임금 없는 해 되나…개정안 통과, 노동계 총사퇴

중앙일보 2018.05.28 17:54 종합 10면 지면보기
최저임금의 산입범위를 개편하는 내용을 담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된 최저임금법은 내년부터 적용된다.
 

산입범위에 1개월 단위 지급 현금 포함
상여금 주기 1개월…취업규칙 개정 쉽게
한국노총, "최임위 근로자 위원 전원 사퇴"
민주노총, 총파업 투쟁, 사회적 대화 중단"
법정 최저임금 없으면 저소득층, 타격 우려

이에 반발한 노동계는 최저임금위원회 철수를 선언했다. 근로자 위원의 불참으로 내년 최저임금 심의·의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에는 최저임금이 없는 해가 될 수도 있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개정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에 상여금과 교통비·식사비 같은 매달 현금으로 지급되는 복리후생비를 포함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현재는 기본급 정도만 최저임금에 산입된다. 
 
이 때문에 4000만원 넘게 연봉을 받는 사람도 최저임금 대상자로 전락하는 불합리한 현상이 나타났다. 산입범위 조정으로 이런 불합리한 임금계산법이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특히 시선을 끄는 것은 취업규칙 변경을 쉽게 한 조항이다. 2개월 이상 주기로 지급하는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하기 위해 한 달 단위 지급으로 취업규칙을 바꿔도 불이익 변경이 아니라고 봤다. 
 
상여금 총액이 줄어드는 게 아니어서다. 이 조항에 따라 향후 경영계는 취업규칙을 바꿀 때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 근로자의 의견을 청취한 뒤 취업규칙을 바꿔도 정당한 법률행위로 인정된다.
 
어수봉 전 최저임금위원장은 "이 조항은 호봉제 위주의 현행 임금체계를 성과급형 임금체계로 바꾸는 데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지난 정부에서 9·15 노사정 대타협을 거부했다. 
 
그 주된 이유로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을 쉽게 하도록 한 정부의 행정해석을 들었다. 현 정부는 노동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행정해석을 폐기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개정법률은 비록 최저임금에 한정했지만 임금체계의 개편을 법률로 처음 허용했다는 점에서 노동개혁의 물꼬를 텄다"고 평가했다.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 위원(4명)을 사퇴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향후 일자리위원회, 경제사회발전위원회 등 모든 사회적 대화체 불참도 예고했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 거부를 선언한 데 이어 총파업 투쟁에 나섰다.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회 최저임금법 개악 저지! 5.28 민주노총 총파업대회' 집회를 벌이고 있다. 김상선 기자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회 최저임금법 개악 저지! 5.28 민주노총 총파업대회' 집회를 벌이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러면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파행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최저임금위는 이달 31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산업현장의 실태조사를 시작으로 기초 조사를 벌인다. 
 
이어 다음 달 14일부터 본격적인 내년 최저임금 심의에 들어간다. 법에 명시된 최저임금 결정 시한은 다음 달 28일이다.
 
그러나 근로자 위원이 모두 사퇴하면 심의가 어려워진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 위원과 사용자 위원, 공익위원 각 9명씩 27명으로 꾸려진다. 각 진영에서 3분의 1 이상이 참석해야 회의를 열 수 있다. 
 
물론 법적으로는 회의가 무산되면 재소집하고, 이때도 참석하지 않으면 정족의원 과반수면 심의·의결할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노동계가 모두 빠진 상태에서 의결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자율의 원칙이 적용되는 임금의 특성상 일방적인 통보형 결정을 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만약 최저임금 심의·의결이 결국 무산되면 내년에는 법정 최저임금이 없는 해가 된다. 사업장별로 최저임금이 다를 수 있다. 그나마 재직 근로자는 '근로 조건 저하 금지' 원칙 때문에 올해 최저임금(시급 7530원)이 적용돼 최소한 동결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신규 근로자나 영세 자영업계에선 최저임금이 어느 수준으로 하락할지 가늠하기 힘들다. 올해보다 낮은 최저임금을 지급했다고 해서 처벌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 때문에 노동계가 최저임금위에서 완전히 사퇴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자칫하면 저소득층에게 피해가 몰릴 수 있고, 그에 따른 책임이 노동계로 향할 수 있어서다.
 
김성호 최저임금위 상임위원은 "아직 노동계가 사퇴서를 제출한 건 아니다"며 "사퇴서를 내도 고용노동부가 수리하지 않고, 참여를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위는 조만간 공익위원 회의를 소집해 향후 심의 일정 등을 조정할 방침이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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