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매도 개인 참여 늘린다…주문 실수 막는 ‘비상버튼 시스템’ 도입

중앙일보 2018.05.28 13:45
 
지난달 6일 벌어진 삼성증권 ‘유령 주식’ 사고는 한국 주식 거래망이 가진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압축해 보여줬다. 현금 ‘1000원’과 주식 ‘1000주’을 헷갈린 직원 1명의 실수를 걸러낼 증권사 내부 시스템은 없었다. 클릭 한 번으로 28억 주 가짜 주식이 만들어졌다. 삼성증권 전체 발행 주식량의 수십 배에 달하는 유령 주식이 실제 유통되기까지 아무런 통제는 없었다. 없는 주식을 팔아 주가를 떨어뜨리는 무차입 공매도를 이전에도 증권사에서 해온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개인 투자자를 가장 분노하게 한 대목이다.

삼성증권 유령 주식 사고 재발 방지 대책
개인 공매도 종목 확대, 수수료 조정
규정 위반시 형사 처벌, 전담조사반 운용
가짜 주식 방지, 실시간 거래량 모니터링

 
28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등이 공동으로 ‘주식 매매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삼성증권 유령 주식 사고를 계기로 드러난 국내 증권 거래 시스템의 허점을 메우려는 조치다. 금융 당국은 논란이 된 공매도를 제한하지 않고 개인 투자자의 참여를 늘리는 쪽을 선택했다.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김학수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 주식 매매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김학수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 주식 매매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김학수 상임위원은 “투자자별로 공매도 거래를 직접 제한하진 않지만 상대적으로 기관투자가보다 신용도면에서 떨어지는 개인은 공매도 거래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위험 관리가 가능한 범위에서 증권금융을 통해서 개인의 대여 가능 주식 종목과 수량을 확대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증권금융의 유통금융 융자를 이용하는 증권사 중심으로 수수료 조정 등을 통해 대주(주식을 빌려주는) 서비스도 확대될 수 있도록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국거래소 공매도 종합 포털 통계에 따르면 25일까지 최근 한 달 사이 공매도 거래 대금에서 개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코스피 0.6%, 코스닥 1.2%에 불과하다. 반대로 외국인(코스피 68.0%, 코스닥 81.1%)과 기관(31.3%, 17.7%)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낮은 신용도와 상환 능력을 이유로 개인에게 공매도 시장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기관ㆍ외국인에 비해 높은 수수료 부담도 걸림돌이었다.
 
개인이 공매도를 위해 빌릴 수 있는 종목 수는 95개, 주식 수는 205만 주(지난달 말 기준)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2016년 9월(726개 종목, 1363만 주)과 비교해 급감했다. 지난해 6월 신설된 ‘개인으로 주식 대여를 동의받은 종목에 한해 대여 가능하다’는 규정 탓이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에 유리하고 개인 투자자에게 불리하다는 비판이 일었던 부분을 금융 당국이 개선한다.  
 
하지만 개인의 공매도 시장 참여를 ‘얼마만큼, 어떻게’ 늘려가겠다는 구체적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공매도 시장을 두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지적이 꾸준히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이에 대한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 김 위원은 “(기관 투자가에 비해 낮은) 개인 신용 등 복합적인 문제 때문에 제한되는 게 있다”며 “제도적으로 제약되고 있는 부분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방향만 밝혔다.
 
 서울의 한 삼성증권 지점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의 한 삼성증권 지점의 모습. [연합뉴스]

 
공매도에 대한 감시와 처벌은 강화된다. 금융 당국은 공매도 전담 조사반을 운영하기로 했다. 과태료에 그쳤던 공매도 처벌 규정은 형사 처벌로 강화된다. 부당 이득을 환수할 수 있는 과징금 제재로 바뀐다.  
 
이와 함께 ‘주식 잔고ㆍ매매 수량 모니터링 시스템’이 신설된다. 거래되는 주식의 실체가 있는지, 수량이 맞는지 실시간으로 교차 점검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삼성증권 유령 주식 사건 때처럼 발행주식 수보다 많은 물량이 시장에 거래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없는 주식을 팔아 주가를 낮춰 수익을 내는 무차입 공매도를 막기 위한 장치로 활용된다.  
 
자판을 잘못 눌러 생긴 ‘팻 핑거’ 주문 사고를 막는 비상 버튼 시스템이 도입된다. 증권사 등 직원이 착오로 주문 실수를 하면 한 번 조치로 취소가 가능하다. 비정상 매매 주문 차단 기준도 하향 조정된다. 지금은 1회당 상장주식 수 5% 이상 매매 주문을 내면 차단이 됐지만 이 기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있었다. 코스피ㆍ코스닥 등 시장 규모에 따라 완화된 주문 차단 기준이 제정될 예정이다.  
 
배당 사고가 재발 방지 차원에서 증권사의 우리사주조합 현금 배당과 주식 배당 시스템 분리가 의무화된다. 수작업으로 했다가 주문 실수가 나지 않도록 의무적으로 자동 전산 처리를 해야 한다.  
조현숙ㆍ심새롬 기자 newear@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