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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유방암 걸린 젊은 동양인, ‘면역 활성’ 높아 면역항암치료 가능성 제시

중앙일보 2018.05.28 00:01 건강한 당신 4면 지면보기
 기존 치료가 잘 듣지 않았던 폐경 전 젊은 동양인 유방암 환자에게 면역항암치료 등 새로운 치료법의 가능성이 제시됐다. 국내 연구팀이 서양의 유방암 환자 데이터와 비교해 동양인 유방암의 분자생물학적 특징을 분석한 결과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남석진(유방외과)·박연희(혈액종양내과) 교수와 삼성유전체연구소 박웅양 소장, 화이자의 정얀 칸 박사 연구팀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한 유방암 환자 187명의 암 조직 유전체를 분석해 서양 환자 데이터인 국제 암유전체컨소시엄의 ‘암유전체지도(TCGA)’와 비교했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젊은 동양인 환자의 유방암은 분자생물학적으로 서양 환자와 크게 달랐다. 연구팀이 분석한 환자의 평균 연령은 39.3세로 약 90%가 폐경 전 여성이었고, 국제 컨소시엄의 데이터 평균은 58.3세로 폐경 후 여성이 대부분이다. 서구권에서는 약 85%의 유방암이 폐경 후 발생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동양에서는 약 50%가 폐경 전에 일어난다. 동양의 유방암은 발병 연령도 낮고 암의 공격성도 높아 암 진행이 빠르고 예후가 좋지 않다. 게다가 국내의 많은 폐경 전 유방암 환자는 일반적인 ‘호르몬 치료’가 잘 듣지 않아 그 이유를 밝히려는 시도와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먼저 유방암의 임상적 유형을 비교한 결과 동양인 환자는 여성호르몬과 성장호르몬 수용체 모두 양성(ER+/HER2+)인 비율이 16.1%로 국제 컨소시엄 데이터(5.4%)의 약 세 배였다. 이 유형에 속하는 환자는 암이 빨리 자라고 예후도 나쁜 편이다. ‘젊은 유방암’에서 더 나쁜 유형의 암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다.
  
 또 연구팀은 임상적 분류보다 더 정확한 분자생물학적 수준에서 유방암 유형을 ‘루미날 A’형과 ‘루미날 B’형으로 구분했다. ‘루미날 A’는 호르몬 수용체에만 이상이 생겨 암이 생기는 것으로 호르몬 치료제에 잘 반응한다. 반면 ‘루미날 B’는 호르몬 수용체는 있지만 유전자 발현이 잘 안 돼 호르몬 치료제가 잘 듣지 않는다.
  
 분석 결과 동양인 환자는 ‘루미날 B’ 형에 속하는 비율(39.2%)이 국제 컨소시엄 데이터(33.2%)보다 높았다. ‘루미날 A’ 형에 속하는 비율(28.3%)은 국제 컨소시엄 데이터(43.7%)보다 크게 낮았다. 젊은 동양인의 유방암에서 치료가 잘 듣지 않는 유형의 환자가 더 많다는 것을 밝혔다.
 
  연구팀은 암 종양을 둘러싼 미세한 환경도 관찰했다. 그 결과 동양인 환자의 종양 근처에서 면역 활성이 높아져 있었다. 면역세포인 ‘종양침윤성림프구(TIL)’ 농도가 높고 ‘유방암 세포 성장억제인자(TGF-β)’는 낮은 것을 통해 이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TIL 수치가 높고 TGF-β가 낮으면 면역항암제가 잘 듣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는 젊은 동양인 유방암 환자에서 최근 주목받는 면역항암제 등의 활용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박연희 교수는 “동양 여성의 유방암은 이른 나이에 발생해 삶을 앗아갈 확률이 높은 질환”이라며 “이번 연구로 젊은 환자의 유방암에 대한 이해가 분자생물학적 수준으로 깊어져 향후 새로운 치료법 개발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최근호에 실렸다.
 
 
윤혜연 기자 yoo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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