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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의심 풀기 위한 '文-金의 포옹'

중앙일보 2018.05.27 11:34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실에서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가진 제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실에서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가진 제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트럼프 정상회담 취소 카드에 남북 두번째 정상회담 카드
 
북ㆍ미 정상회담이 위기를 맞자 남북 정상이 만나 사실상 회담 성사를 촉구했다. 남북 정상은 또 그간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다음달 1일 열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ㆍ미 정상회담의 성사 쪽으로 회귀하는 데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담 의지를 밝히면서 회담은 열리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지난 26일 판문점 북측지역인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을 놓고 청와대의 한 행정관은 27일 “우리도 어제 보도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만큼 핵심 인사들 중심으로만 물밑에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27일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며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에 이어 다시 한 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으며,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통해 전쟁과 대립의 역사를 청산하고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고 공개했다. 또 “우리 두 정상은 6ㆍ12 북ㆍ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위한 우리의 여정은 결코 중단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를 위해 긴밀히 상호협력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 밤(한국시간 기준) 정상회담 취소를 통보하는 대북 서한을 공개한 뒤 이틀 만에 열렸다. 한반도 정세가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한국 정부가 중재자로 나섰던 북ㆍ미 정상회담이 무산될 듯한 국면에서 이뤄졌다. 이때문에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두번째 만남은 북ㆍ미 정상회담의 동력을 되살리기 위한 취지였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때 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김 위원장에게 전하고 김 위원장의 생각은 다시 백악관에 전달되는 중계 외교가 이뤄진 것”이라며 “사실상 우회적인 남ㆍ북ㆍ미 정상회담의 모양새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회담에선 남북 관계의 양대 현안인 군사당국자 회담과 이산가족 회담 개최를 남북 정상이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고위급회담을 오는 6월 1일 개최하고,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군사당국자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을 연이어 갖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두 회담은 모두 청와대가 남북 관계 개선 과제 중 곧바로 추진해야 할 시급한 현안으로 꼽은 사안이다. 하지만 북한의 반응이 변수였다. 이산가족 상봉은 북한이 전통적으로 대남 지렛대로 활용해 왔던 사안이다.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횟수와 상봉 가족의 확대를 요구해 왔지만 북한은 응답하지 않아 왔다. 군사당국자 회담은 북한이 한국을 압박할 때 군사적 긴장 고조를 동원해왔던 만큼 역시 북한이 쉽게 응하려 하지 않았던 사안이다. 물론 익명을 요구한 정부정책기관의 대북 전문가는 “이산가족 상봉을 놓곤 북한이 실무 회담에서 탈북 여종업원의 북송을 또 들고 나올 수 있고, 군사당국자 회담에선 한ㆍ미 연합훈련 문제를 꺼낼 수 있는 만큼 회담이 진행되면서 우여곡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남북 정상이 만나 남북 관계 개선 약속을 재확인한 것은 우회적으로 북ㆍ미 관계 개선을 원한다는 의지 표현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간 청와대는 남ㆍ북 관계 개선과 북ㆍ미 관계의 변화가 서로 맞물려서 진행돼야 한다는 톱니바퀴론을 강조해 왔다. 반면 이번엔 남북 정상이 만나 현안 협의를 재확인하면서 미국 역시 남북 관계 진전이 북ㆍ미 관계에 미칠 영향을 의식하도록 하는 효과를 낸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 관계 전문가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북ㆍ미 정상회담 취소 카드가 나오자 남북이 두번째 정상회담 카드로 나섰다는 해석도 있다. 단 청와대 고위 인사는 이날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한ㆍ미 간에는 아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며 “양국 국가안보회의(NSC) 간에는 거의 매일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채병건 기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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