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녀 떠난 뒤 '빈 둥지 증후군' 엄마가 더 심각

중앙일보 2018.05.26 15:00
[더,오래] 박영재의 은퇴와 Jobs(21)
미혼인 김호식(35) 씨는 두 살 아래인 남동생과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부산이 고향이다. 5년 전 퇴직한 아버지와 어머니는 부산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런데 하루 평균 어머니가 7번, 아버지가 3번 전화를 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들 두 명이 서울에서 생활하니 걱정이 많다. 김 씨는 너무 잦은 부모님 전화가 부담되지만,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앞선다.
 
그러던 중 지인으로부터 요크셔테리어 한 쌍을 선물 받았다. 원래 강아지를 좋아하지만 막상 혼자 자취 생활하면서 강아지를 키우는 것이 무척 번거롭다. 생각 끝에 부산에 계신 부모님께 보내드렸다. 그 후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하루에 10번씩 걸려오던 전화가 뚝 끊겼다. 부모님에게 새로운 역할이 생긴 것이다. 부모님이 요크셔테리어를 통해 삶의 활력을 찾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반려견은 가족과 감정을 교류하며 건강에 좋은 영향을 준다. [중앙포토]

반려견은 가족과 감정을 교류하며 건강에 좋은 영향을 준다. [중앙포토]

 
자녀의 부재로 겪는 ‘빈 둥지 증후군’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는 일생에 걸친 애착과 분리의 과정이다. 애착이란 부모 자녀 간의 정서적 유대(emotional bond)를 말하는데 상호성과 상호 의존을 의미한다. 자녀가 어릴 때는 부모가 일방적으로 자녀를 돌보며 엄마는 관계 지향적인 모성을 나타낸다. 그런데 자녀는 사춘기로 접어들면서부터 끊임없이 부모로부터 벗어나려고 하고, 이 과정에서 엄마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을 자녀에게 은연중에 강요하는 도구적 모성을 보인다. 
 
예를 들어 “아빠가 명문대학 진학을 못 했으니 너는 명문대학에 진학해야 해”라며 자녀에게 더욱 열심히 공부할 것을 강요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자녀는 이러한 엄마의 숨겨진 의도를 알게 되고, 이 과정에서 더욱 반발심은 커지게 된다.
 
부모-자녀 역동 변화. [그래픽 박영재]

부모-자녀 역동 변화. [그래픽 박영재]

 
특히 자녀가 20대를 넘어가면 심리적으로 더욱 분리되며, 중년의 부모는 자녀의 분리와 독립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 시기에 나타나는 부모의 배려나 관심은 자녀 입장에서는 간섭이나 방해로 느끼게 되면서, 이에 대한 반발로 부모와의 심리적 거리를 최대화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반면 부모는 더욱 심리적 거리를 최소화하려고 하며, 이 과정에서 갈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분리란 정서적 유대의 단절이 아니라 자녀의 독립을 수용하고 배려하는, 보다 성숙한 형태의 유대관계로 발전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많은 부모가, 특히 엄마가 자녀의 독립을 수용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부모가 50대 후반이 되면 자녀들은 성인이 돼 독립하는 ‘빈 둥우리 시기’가 된다. 자녀가 독립하는 시기에 부모가 슬픔을 겪는 ‘빈 둥지 증후군(empty nest syndrome)’이 나타난다. 이러한 빈 둥지 증후군은 아버지 보다는 주된 양육자의 역할을 맡은 엄마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자녀가 둥지에서 떠나는 것은 부모의 삶이 완전히 재조정되도록 만들기 때문에 부모는 목표 상실과 우울을 경험할 수도 있다.
 
빈둥지증후군. [중앙포토]

빈둥지증후군. [중앙포토]



남편보다 부인이 자녀 의존도 높아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2014년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에서 발표한 ‘부부 은퇴생활, 기대와 현실’에 따르면 은퇴자 부부에게 함께 있을 때 즐거운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보니 남편의 경우는 부인이라는 응답이 60%로 나왔다. 
 
반면 부인의 경우는 남편이라는 응답이 37%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왔다. 대신 자녀라는 응답은 남편의 경우 6%였는데, 부인의 경우는 26%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이 자료에 따르면 남편보다 부인이 자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함께 있을 때 즐거운 사람(은퇴자 부부). [그래픽 박영재]

함께 있을 때 즐거운 사람(은퇴자 부부). [그래픽 박영재]

 
은퇴 부모는 자녀들이 성인이 돼 독립하는 ‘빈 둥우리 시기’를 맞게 된다. 특히 엄마의 경우는 자녀와의 분리에서 오는 상실감을 대단히 크게 느낀다. 보다 중요한 것은 역할의 재구성에 대해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점이다. 자녀를 양육하면서 엄마의 역할이 컸는데, 자식이 독립하고 나면 그 역할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엄마 역할 대체할 활동 찾아야
이때 엄마의 역할에서 아내로 역할로 비중을 옮길 필요도 있고, 새로운 역할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결혼한 성인 자녀의 삶에 깊숙이 개입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새로운 일을 찾아보거나 취미·여가활동에 더욱 집중해 보자. 재능기부 같은 자원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모든 활동에 참여하다 보면 각각이었던 활동이 통합되는 양상이 나타난다. 
 
박영재 한국은퇴생활연구소 대표 tzang1@naver.com
 

관련기사
공유하기
박영재 박영재 한국은퇴생활연구소 대표 필진

[박영재의 은퇴와 Jobs] 잘나가는 광고인이었다가 IMF때 35세에 강제로 잘려 일찌감치 백수생활을 경험했다. 이른 나이에 험한 꼴을 당한 뒤 월급쟁이에 염증을 느끼고 PC방 창업, 보험설계사 등 자영업 세계를 전전했다. 지금은 저술과 강의를 통해 은퇴의 노하우와 정보를 제공한다. 좋아하는, 평생 할 수 있는 일, 평생 현역으로 사는 방법을 모색해 본다.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