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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맞춰 전국이 신공항 갈등…“당선 지상주의”

중앙일보 2018.05.26 14:00
신공항 건설이나 공항 이전은 선거 때마다 나오는 단골 공약이다. 지키지 못한 약속으로 끝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유권자 뇌리에 쉽게 파고든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카드다. 그러다 보니 20일이 채 남지 않은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도 공항을 둘러싼 논란이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5일 경남 김해시청 앞에서 열린 ‘소음·안전 대책없는 김해 신공항 반대 시민 행동의 날’ 집회에서 신공항 결사 반대를 주장하며 삭발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5일 경남 김해시청 앞에서 열린 ‘소음·안전 대책없는 김해 신공항 반대 시민 행동의 날’ 집회에서 신공항 결사 반대를 주장하며 삭발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오거돈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서병수 자유한국당 후보가 맞붙은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신공항 건설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10년 넘게 영남 지역을 갈등으로 몰아넣다가 결국 백지화된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오 후보가 재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이를 반대하는 서 후보와 공방을 벌이고 있다. 2016년 6월 국토교통부는 연구 용역을 통해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모두 신공항 입지로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냈다.
 
가덕도 신공항 둘러싸고 오거돈·서병수 싸움 격화 
오 후보 측은 신공항 건설 대신 김해공항을 확장키로 한 2년 전 결정을 “나쁜 정치적 결정”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서 후보 측은 “신공항 피로도가 극에 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일에는 서 후보 측이 “오 후보 일가가 가덕도 인근 김해에 토지를 소유하고 있어 가덕도 신공항이 추진되면 상당한 지가 상승 효과를 노릴 수 있다”고 하자, 오 후보 측이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발끈하며 서 후보 측을 22일 검찰에 고발했다. 신공항을 둘러싼 갈등이 법정까지 갈 공산이 크다.
 
부산시장 선거에서 맞붙는 오거돈(오른쪽)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서병수 자유한국당 후보가 지난 15일 토론회에서 만나 악수한 뒤 돌아서고 있다. [뉴스1]

부산시장 선거에서 맞붙는 오거돈(오른쪽)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서병수 자유한국당 후보가 지난 15일 토론회에서 만나 악수한 뒤 돌아서고 있다. [뉴스1]

 
경남지사 선거에도 불똥이 튀었다. 8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나온 김경수 민주당 후보와 김태호 한국당 후보는 신공항 건설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김경수 후보는  “(2016년 6월 정부가) 소음이나 안전성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평화시대가 열리면 부산·경남은 물류의 전진기지가 된다. (김해공항 확장을 통한 신공항이) 동남권에 꼭 필요한 관문 공항이 맞는지 정부가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김경수 “김해공항 확장, 재검토”-김태호 “책임 있는 자세 아냐”
그러자 김태호 후보는 “신공항 문제는 수많은 논란이 있었고 정치적 갈등, 지역 갈등까지 겹쳤다”며 “집권당 후보가 이 문제를 재론하는 것은 또 다른 지역 갈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기존 결정에)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가는 쪽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경남지사 선거에 출마한 김경수(왼쪽)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태호 자유한국당 후보가 지난 8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만난 모습 [중앙포토]

경남지사 선거에 출마한 김경수(왼쪽)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태호 자유한국당 후보가 지난 8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만난 모습 [중앙포토]

 
대구시장 선거에선 대구공항과 K2 군 공항을 통합 이전하는 문제를 놓고 갈등하고 있다. 23일 매일신문이 주최한 정책 토론회에서 권영진 한국당 후보는 당초 예정대로 경북 군위나 의성으로의 통합 이전을 강조했지만, 임대윤 민주당 후보는 대구공항은 현재 위치인 대구 동구에 그대로 둬야 한다고 맞섰다. 임 후보는 “군 공항만 이전하고 민간공항을 활성화할 자신이 있다”며 대구공항 일대를 공항 도시로 키워나가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권 후보는 “구체적 대안과 재원 마련 대책을 갖고 민간공항 존치 가능성을 언급해야 한다”며 현실론을 앞세웠다.
 
지난 14일 열린 제주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원희룡 무소속 후보가 신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으로부터 계란을 맞는 등 폭행을 당했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열린 제주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원희룡 무소속 후보가 신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으로부터 계란을 맞는 등 폭행을 당했다. [연합뉴스]

 
제주도에선 신공항 건설을 둘러싼 갈등으로 원희룡 무소속 후보가 폭행을 당하는 일까지 생겼다. 제주 제2 공항 건설을 주제로 14일 열린 토론회에서 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이 연단에 있던 원 후보를 폭행하고 자해하는 소동을 벌였다. 
 
제주지사 후보 의견도 제각각이다. 문대림 민주당 후보는 “공항 건설의 필요성과 입지 선정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에 대해 투명한 검증을 해야 한다”며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김방훈 한국당 후보와 원희룡 후보는 공항 건설에 긍정적이다.
 
제주, 신공항 갈등으로 원희룡 폭행 사건
 
국토교통부가 지난 4월 사전 타당성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예고한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을 놓고도 지역 간 갈등이 예고된 상태다. 전북 내에선 군산시와 김제시가 공항이 건설될 경우 관할권을 놓고 다투고 있다.
 
그런 가운데 광주전남연구원은 24일 “새만금공항 추진은 (무안 국제공항과의) 공항 이용권 중복 등 공항 정책에 역행하며 공항 시설의 중복투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보고서를 내놨다. 무안공항을 활성화해야 하는 광주·전남과 신공항을 유치하려는 전북의 이해관계가 대립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당선 지상주의 빠지면 혼잡 비용 치를 것” 
이처럼 공항 건설과 관련해 당초 결정을 뒤엎거나 방향을 돌리려는 시도가 지방선거를 계기로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까 이미 끝난 사안도 되살려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공약은 표를 얻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지만 당선 지상주의에 빠지게 되면 결국 국가가 혼잡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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