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구강암 부르는 성병 바이러스, 흡연보다 위험

중앙선데이 2018.05.26 00:02 585호 23면 지면보기
부부의사가 쓰는 성의학의 정석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박사님, 설마 콘돔 열심히 사용하라는 뻔한 조언은 아니겠죠?”
 

암 유발 HPV, 예방접종이 최선
간염도 성 접촉으로 옮는 경우 많아
성병 절반은 증상 없어 때 놓칠수도
오줌 검사 한계, 종합 검사로 확인을

30대 자유분방한 삶을 즐기는 미혼 K씨. 다양한 여성을 만나지만 절대 콘돔을 신봉한다고 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바람직한 자세다. 그런데, 그가 놓친 부분이 꽤 있다.
 
"1년에 한 번씩 회사에서 하는 종합검진이나 소변검사 해도 별 게 없고, 아무런 증상도 없었는데요?”
 
검사 결과에 문제가 있자 퀭한 눈빛의 K씨. 행여 쓸데없는 검사와 처방을 하는 건 아닌가 하는 표정이다. 흔히들 일반 소변검사에서 깨끗하면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오해한다. 소변검사는 성병 자체가 아니라 성병에 따른 혈뇨, 백혈구 증가, 박테리아 소견을 보는 정도다. 또 성병이 있어도 무증상이거나 소변검사에 문제가 없을 때도 많다. 소변검사는 성병이 무엇인지 정확히 확인하는 상세검사가 아니다.
 
성병(STD: Sexually Transmitted Diseases), 성행위를 통해 감염되는 성매개성 질환은 30여개의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이 관련된다.  세균성 성병으로는 클라미디아·매독·임질균·그 외 비임균성 요도염으로 통칭되는 세균 등이며, 바이러스로는 에이즈(AIDS)를 유발하는 HIV·헤르페스·간염 바이러스·성기 사마귀를 유발하는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등이 그렇다. 기생충으로는 사면발이나 감염시 고약한 냄새가 나는 트리코모나스도 있다.
 
 
혈액·균·유전자 검사 함께 하는 게 좋아
 
이런 성병들은 당사자의 비뇨기계 감염을 일으킬 뿐 아니라 각종 건강상의 문제나 성기능 저하, 구강암·간암·자궁경부암 등 다양한 암, 불임·난임·유산·태아감염 등의 불행을 유발하므로 주의를 요한다. 그런데 막상 현실에서는 당사자가 감염되어도 뚜렷한 증상이 없거나 부끄럽다며 덮어두거나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보니 본인도 모르는 사이  문제는 점점 심해지고 무고한 배우자에게까지 불행을 안기는 경우가 잦다.
 
성병을 정확히 진단하려면 앞서 언급한 바이러스·세균·기생충에 대한 상세한 혈액검사·유전자검사(PCR)·균배양검사·요검사를 병행하는 것이 옳다.
 
K씨는 가벼운 균이 확인돼 항생제 처방을 받았다. 어떤 균이 있는지 잘 모르면 문제지, 정밀검사로 발견된 균에 맞는 항생제만 잘 선택하여 며칠만 복용하면 보통 잘 치료된다. 몇 주씩 항생제 주사를 반복해서 쓰는 곳도 있지만 이는 과잉진료다. 아울러 현재  파트너의 감염여부 확인과 치료도 필수이며 쌍방이 깨끗할 때까지 성행위는 금기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상식들이 있지만, 성병을 미리 예방하는 노력에 무관심한 사람들도 많다.
 
"아니 성병 얘기를 하다가 무슨 간염 백신을 맞으라고 하십니까? 저는 여자와 술잔 돌리기 안 해요.”
 
"술잔에 묻어 있는 침이 많을까요? 아니면 키스 때 주고받는 침, 성행위시 분비물이 더 많겠습니까?”
 
K씨는 그렇게 많은 접촉을 하면서도 간염 항체가 없었다. 간염도 키스나 삽입성행위를 통해서 전파될 수 있다고 설명하자 금시초문이란 눈치다.
 
어릴 때 간염백신을 맞았다고 안심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 혈액검사상 항체가 없다면 백신을 다시 맞아야한다.  B형 간염 백신은 이미 나온 지 수 십년이니 필수로 접종한 경우가 많지만, 현재 기성세대는 A형 간염 백신이 과거엔 없었기에 A형 간염에 항체 없이 그대로 노출된 사람들이 꽤 많다. 간염은 다른 경로로도 전파되지만, 다양한 부위의 접촉이 많은 성관계에서  A·B·C형 간염바이러스 모두 전염될 수 있다.  또 다른 위험 바이러스가 인유두종 바이러스(HPV)인데, 콘딜로마(곤지름)라는 성기 사마귀를 유발한다. 고위험군 HPV는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므로 자궁경부암 바이러스로도 불린다. 이 명칭 탓에 여성만의 문제로 인식되고 남성들은 경각심이 없는 게 큰 문제다.
 
고위험군 HPV는 성적접촉으로 구강·인후두·자궁경부·항문·질·남성성기에 암을 일으킨다. 2002년 기준 세계에서 새로 발병한 암의 5.2%인 56만1200건이 HPV 때문이며, 암을 유발하는 가장 위험한 바이러스가 HPV다. 특히 고위험군 HPV 16·18번이 자궁경부암뿐 아니라 두경부암을 유발한다. 구강·인두암의 25%가 HPV 때문이고,  미국은 흡연보다 HPV를 구강암의 가장 중요한 발병인자로 본다.
 
HPV는 현재까지 특별한 치료법이 없으며 예방접종이 확실한 대비책이다. 보통 성경험전 9~13세 사이에 접종을 권장한다. 이를 오해해 20대 이후엔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현재까지 감염되지 않았다면 즉각 접종하는 것이 옳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대부분 선진국이 국비로 접종을 하는데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다행히 지난해 접종사업이 시작됐다. 호주에서는 10대 남성에게도 국비로 무료 접종한다. 직접 남성을 보호하는 이유도 되고, 여성을 보호하는 주요한 경로이기 때문이다.
 
 
입술 물집 헤르페스에 대한 오해
 
반면, 성병과 관련해 경각심을 가져야 할 HPV와 달리 너무 부정적 시각에서 벗어나야 할 바이러스가 헤르페스다. 특히나 가려움과 수포 발생이 동반되는 성기 헤르페스는 성병으로 분류된다. 초기 감염시 성행위에 따른 피로와 감기 증상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 반대로 헤르페스는 무조건 문란한 성생활을 통해서만 감염되는 것이 아니다. 흔히 입술 주위에 물집이 잡히는 헤르페스는 가족간 감염이 주요 경로이지 입술 물집이 잡혔다고 무조건 문란한 사람은 아니니 오해 말길 바란다. 헤르페스는 완치법이 없고 몸에 잠복한다고 불치의 병으로 여기는 등 엉뚱한 오해도 있다. 재발시 즉각적인 약물치료 등 방어만 잘 하면 너무 무서워 할 필요가 없는 게 헤르페스다.
 
전반적으로 성병은 무증상이 절반에 가깝다. 일부 초기에 가려움, 배뇨시 불편, 통증 등이 있다가 사라지기도 하는데 증상이 사라졌다고 성병이 저절로 치료된 것도 아니니 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신뢰할 만한 소중한 대상과의 안전한 성행위가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 다음이 철저한 콘돔 사용이다. 성행위 파트너가 바뀌거나 여러 명이거나 일회성 성행위를 반복한다면 상세한 성병 검사가 필수이며, 간염이나 인유두종 바이러스 등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다면 방어를 하는 게 옳다.  그것이 나뿐만 아니라 내 배우자와 가족을 지키는 올바른 방법이다.
 
강동우·백혜경 성의학 전문가
서울대 의대 출신 전문의(醫) 부부. 한국인 의사 최초로 미국 킨제이 성 연구소와 보스턴·하버드 의대에서 정신과·비뇨기과·산부인과 등 성(性) 관련 분야를 두루 연수, 통합적인 성의학 클리닉·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강 박사는 2005년 국제학회에서 발간한 여성 성의학 교과서의 공동집필자다.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