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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경쟁력은 생각하는 힘
 “최신 디지털 기술은 도구에 불과합니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목표는 학생의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력, 디지털 시민의식 향상입니다.”

디지털리터러시 교육현장 르포
컴퓨터 활용법과는 다른 교육… 디지털은 단지 도구일 뿐
창의력·사고력·소통능력·디지털 시민의식 배우는 게 핵심

지난 19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 홈플러스의 문화센터 강의장. 오는 6월부터 12차시에 걸쳐 무료로 진행되는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수업 ‘디지털 꿈플러스’ (CDL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가 주관·LG전자·홈플러스 후원) 교육을 앞두고 학부모 설명회가 열렸다. 두 시간을 훌쩍 넘기는 강연에 한 명도 이탈자가 없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강연을 진행한 김묘은CDL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이하 협회) 공동대표는 “단순한 컴퓨터 교육이겠거니 생각하는 학부모의 오해를 풀어주는 것이 설명회의 목표”라며 “무료로 진행되는 교육인 만큼 학부모의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이해가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와 집중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 세계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며 스스로 생산까지 할 수 있는 종합적인 능력을 뜻한다. 최근 디지털 교육은 예전의 ‘컴퓨터 활용 학습’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으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엔 컴퓨터 사용법 등 도구의 학습법만 가르쳤다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디지털 시민의식, 비판적 사고력까지 가르친다. 디지털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총체적으로 가르친다.  
 
유네스코 아태본부와 공동으로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연구하고 있는 이화여대 교육학과 정제영 교수는 “디지털 리터러시는 우리말로 ‘디지털 소통능력과 시민의식’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며 “디지털 매체가 워낙 발달하고 있기 때문에 윤리의식과 시민의식을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력과 시민의식 강조… 디지털은 단지 도구일 뿐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에서 사고력의 강화와 떼어놓고 볼 수 없다. 협회 커리큘럼을 살펴보면 학습 목표의 상당 부분이 인문학과 연계돼 있다.  
 
디지털 리터러시 커리큘럼
1차시 디지털 & 토론 & 플립러닝 토의와 토론 & 프로젝트 수업 방법을 이해하고, 디지털 토론 툴을 활용해 논리적인 토론을 훈련한다
2차시 인간의 기본 권리 & 인포영상 제작 헌법을 통해 인간의 기본 권리를 파악하고,  대한민국 헌법의 중요한 내용을 인포영상으로 표현한다.
3차시 컴퓨터 올바른 사용법 & 인공지능 활용 컴퓨터와 클라우드의 올바른 사용법을 알고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컴퓨터&클라우드  메뉴얼을 제작한다
4차시 디지털 미디어 분석, 프레이밍 & 클라우드 활용 빅데이터 분석도구를 활용해 디지털 콘텐츠를 분석하고 구글 드라이브로 분석 자료를 정리한다.
5차시 디지털 시티즌십 & 디지털 이미지 제작 디지털 시민으로서 지켜야 할 점을 알고 디지털 시티즌십 포스터를 그래픽 도구를 활용하여 제작한다.
6차시 건강한 이성교제 & 디지털 스토리북 제작 사이버 음란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올바른 이성교제 이야기를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도구로 제작한다.
7차시 표절과 패러디 & 나만의 음악 작곡 저작권을 이해하고 표절과 패더리를 구분할 수 있으며, 디지털 툴을 활용하여 나만의 음악을 작곡한다.
8차시 캠페인 기획 & 인포그래픽 제작 비주얼씽킹을 통해 기획한 캠페인을 문서로 정리하고, 인포그래픽으로 표현한다.
9차시 사진 및 동영상 촬영 & 편집툴 활용사진 및 동영상 멋지게 촬영하는 방법을 배우고, 촬영한 사진 및 동영상을 편집도구를 활용하여 편집한다.
10차시 장애인에게 필요한 물건 구상 & 복셀 디자인 모든 사람에게 장애가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물건을 상상하고, 상상한 물건을 매지카복셀로 디자인한다.
11차시 모두가 행복한 도시 설계 & 가상현실 콘텐츠 제작 남녀노소 모두 살기 좋은 도시를 설계해 보고 이를 코스페이시스를 활용하여 가상현실 콘텐츠로 제작한다.
12차시 AR 체험 & 종강파티 증강현실을 이해하고 체험한다. 모둠별 제작한 캠페인 영상을 발표하고 소감을 나눈다.
 
2차시 주제는 ‘인간의 기본권리와 교실법 만들기’다. 헌법에 명시된 인간의 기본 권리를 알아보고, 권리에 따른 책임, 규율, 자율 등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이를 바탕으로 모둠별 토론을 한 뒤 스스로 교실의 규칙을 만든다.  
 
디지털 툴은 이런 과정을 거친 후에야 등장한다. 패들릿·구글 드라이브·파우툰 디지털 툴을 활용해 자신들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표현한다. 패들렛 마인드맵 기능을 활용하여 교실에서 지켜야 할 법을 정리하고, 구글 드라이브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교실법 10조를 일목요연하게 요약해 발표한다. 마지막에는 구글 설문을 통해 다수가 동의하는 10조의 법안을 확정한다.
 
수업 시간에는 디지털 툴에 대한 사용법을 알려주는 강의는 거의 없다. 동영상 강의로 혼자서 배울 수 있는 내용은 집에서 미리 익히고, 수업시간에는 토론처럼 함께 모여야만 할 수 있는 활동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최첨단 교육법인 플립러닝(flipped-learning)이다. 온·오프라인 학습을 조화시켜 교육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CDL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 박일준 공동대표는 “수업시간엔 막히는 부분이 생긴 학생을 강사가도와준다”며 “선생님이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주체가 돼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경험을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최근 몇 년 새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서울·경기·부산 등 180개 중학교 5400여 명의 학생이 자유학기제 동안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받는다. 2017년에도 서울·경기 지역 122개 중학교에서 5000여 명 학생에게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시행됐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교사 500명, 학부모 2000명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연수를 받았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는 ‘디지털 가족 외교관’ 프로젝트로 디지털 리터러시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대전시는 미국 어도비사와 협력해 올 하반기에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에 나설 예정이다.  
 
미래형 IT 학교 알트스쿨 실패가 남긴 교훈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앞선 디지털 교육의 시행착오를 타산지석 삼아 발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월스트리트 저널은 대표적 미래형 IT 학교로 꼽혔던 알트스쿨(Altschool)이 뉴욕의 7개의 사립 학교 중 3곳을 폐쇄한다고 보도했다. 2013년 구글 직원이었던 맥스 벤틸라가 페이스북·이베이 등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약 1500억원의 투자를 끌어내 설립한 학교다. 알트스쿨은 전교생에게 태블릿PC를 제공하고, 학생의 흥미와 특성에 따라 반을 편성하고 학생 개개인에게 맞춤형 수업을 제공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설립 5년도 안 돼 절반의 학교가 문을 닫은 이유는 간단하다. 학습장애가 많이 생겨서다. 유치원생부터 입학이 가능했던 알트스쿨에서 판단력이 떨어지는 어린아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학습만 하게 되면서 또래와 학습격차가 생겼다. 맞춤법은 자동으로 고쳐주고, 읽을 줄 몰라도 자동으로 음성지원이 되는 IT 기술이 독이 됐다. 학생들은 맞춤법을 틀리고 글씨를 쓰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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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나음연구소 심정섭 교육전문가는 “아이가 인간으로 자라는 데에 인성, 철학적 사고력 등 아날로그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이를 도외시한 채 디지털 교육만 하면 오히려 디지털을 지속해서 이용할 능력이 안 생긴다”며 “결국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분별력과 사회 정서적 능력, 토론과 사고 능력”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너무 어린 나이부터 실시하는 디지털 기술교육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그린우드 스쿨의 운영자 샤히 팔타스는 2017년 10월 미국 종합 일간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트럼프의 유·초등학생의 디지털 교육 확대 정책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칼럼을 기고했다. 부모의 상당수가 실리콘밸리 근무자인 이 학교는 교과과정에서 일체의 컴퓨터 기기를 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중학교 1학년이 돼서야 ‘디지털 리터러시’교육을 진행한다.
 
심정섭 교육전문가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IT 취업학교 에콜 24는 코딩을 전혀 몰라도 선발되는 데 지장이 없다”며 “어린 시절부터 사고력을 훈련한 뒤 다양한 상황에서 토론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기르면 디지털 교육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지은 객원 기자  
 
 이지은 객원기자는 중앙일보 교육섹션 '열려라 공부' 'NIE연구소' 등에서 교육 전문 기자로 11년간 일했다. 2017년에는 『지금 시작하는 엄마표 미래교육』이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지금은 교육전문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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