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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영의 빅 데이터, 세상을 읽다] BTS, 그들다움

중앙일보 2018.05.25 02:09 종합 28면 지면보기
송길영 Mind Miner

송길영 Mind Miner

한국을 대표하는 보이그룹이 컴백했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로 준비 기간을 갖고 다시 새로운 노래를 만들어 나오는 것은 이제 익숙한 일인지라 새로울 것도 없습니다. 다만 그 컴백의 무대가 빌보드 뮤직 어워드인 것이 다른 것이지요.
 
빌보드는 미국의 유행 음악이 세계의 유행 음악과 다름없었던 시절, 문화제국의 공식 랭킹을 만들어주던 바로 그 잡지입니다. 알파벳뿐 아니라 친절하게도 한글로 음독된 가사를 포함한 최신 유행 팝송 악보집의 제목에 언제나 자리 잡았던 그 잡지 말입니다. 우리에겐 너무나 먼 메이저리그 같은 곳이었기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상권마다 리어카에 함께 실린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음악을 들으며 조악하게 복사된 커버의 최신 팝송 모음집을 고르던 ‘길보드’ 차트의 추억도 그 시절 시공간의 기억과 함께 남아있습니다.
 
빅 데이터 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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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꿈의 무대에서 세계적인 뮤지션이 된 한국의 그룹은 ‘한국어’로 신곡을 노래했고, 발매 후 채 이틀이 지나지 않은 그 곡의 후렴구를 현장의 수많은 사람이 모두 따라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영어를 해야 전 세계로 통할 수 있다며 그토록 수고롭게 받은 사교육이 무의미해 보이기까지 했다면 너무 멀리 간 것일까요.
 
이 무대를 보며 한옥 마을과 한복 입기로 브랜딩에 성공한 한 도시가 떠오릅니다. 산업의 기반이나 인구의 수는 크지 않아도 가장 한국적인 것을 내세우며 자신다움을 키워왔기에 한 해 천만명이 넘는 방문자를 모은 도시 이야기입니다. 이에 반해 한때 외국에서 온 손님들로 북적거렸지만, 그들에게 물건을 팔고자 하는 욕심에 그 나라 언어로 된 간판들이 난립하며 한국다움을 잃어버리게 된, 이제는 예전의 영화를 그리워하는 서울의 한 거리가 오버랩됩니다. 이웃의 섬나라에 가는 수많은 관광객이 그 나라만의 정취를 즐기기 위해 방문한다는 사실을 우린 간과했던 것이 아닐까요.
 
BTS는 BTS적이어야 하며, 신한류는 신한류적이어야 합니다. 내가 누구인지 고민하고 어떤 모습으로 유일할 것인지를 모색할 때 존재의 의미와 크기는 커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칼군무와 올라이브와 같은 독보적인 실력과 재능을 갖출 때 나다움이 더욱 빛이 난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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