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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득 주도 성장의 민낯 드러낸 최악의 소득분배

중앙일보 2018.05.25 01:57 종합 30면 지면보기
“경제 새 틀 짜기 1년! 이제 내 삶을 바꾸는 변화가 시작됩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정부가 2주일 전 경제부문 성과와 과제를 정리한 자료의 제목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 노동자의 삶의 질이 향상됐다고 강조했다. 그 근거로 제시된 게 지난해 4분기 가계 실질소득이 9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고, 저소득층 중심의 소득 증가로 소득분배지표인 5분위 배율이 8분기 만에 개선됐다는 통계였다. 소득 주도 성장의 성과로 포장한 것이다. 5분위 배율은 최상위 20%의 5분위 계층 평균소득을 최하위 20%의 1분위 계층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수치가 클수록 소득 분배가 불평등하다.
 
하지만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올해 1분기 가계 소득 자료는 정부의 장밋빛 낙관론을 무너뜨렸다. 1분기 5분위 배율은 5.95배로 1년 전(5.35배)보다 나빠졌다. 5.95배는 2003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다. 가계 소득 증가세는 이어졌지만 상위 20% 가계의 명목소득은 1년 전보다 9.3% 증가한 반면 하위 20%의 명목소득은 8% 줄었다. 잘사는 20%의 소득 증가 폭이나 못사는 20%의 소득 하락 폭도 모두 역대 최대 규모였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통계가 아직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어제 발표된 1분기 가계 소득 자료야말로 국민이 매일 체감하는 최저임금의 현장이고 정책 당국자가 유념해야 할 통계 아닌가. 국민은 아르바이트 직원이 줄어든 식당에서 예전보다 더 오래 음식을 기다리고 심야에 불 꺼진 술집과 편의점을 보면서 최저임금의 충격파를 실감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최저임금의 충격파를 ‘직관’으로 느끼지만 국민은 매일 최저임금 현장을 피부로 느낀다. 김 부총리의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이 이제야 나온 건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정책 전환의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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