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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가지 색, 720도 화질 측정"…올레드TV 연구실 가보니

중앙일보 2018.05.24 18:41
지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 정도 달리니 경기도 평택시 ‘LG 디지털 파크’가 나왔다. 개발부터 생산‧품질‧교육까지 모든 연구가 진행되는 LG전자의 핵심 제조복합단지다. 축구장 90개 크기인 이 단지는 64만3500㎡(약 19만5000평) 규모다. 단지 안에서도 가장 큰 건물인 R1동에 TV와 IT제품을 연구하는 HE사업본부가 있다. 3만3000㎡(약 1만 평) 규모의 이곳에선 2000여 명의 연구원이 모여 있다.  
 
TV는 LG전자의 매출 효자다. 지난해 HE사업본부는 역대 최대 영업이익(1조5667억원)과 영업이익률(8.4%)을 기록했다. 세계 TV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올레드) TV 덕분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IHS에 따르면 세계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올레드 TV 점유율은 올해 7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형 올레드 패널을 양산하는 곳은 사실상 LG디스플레이뿐이다.
 
세계 주요 12개국서 최고 TV 평가받아
 
LG전자의 올레드 TV는 지난해 미국‧영국‧독일‧프랑스 등 세계 주요 12개국의 비영리 소비자 매거진이 실시한 TV 성능 평가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남호준 LG전자 HE연구소장(전무)은 “실제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 같은 화질과 음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산실”이라고 했다.
 
음질 평가를 하는 무향실에 들어가 봤다. 높은 산의 정상에 서 있는 것처럼 귀가 먹먹했다. 마치 방이 허공에 더 있는 것처럼 상하좌우가 벽과 1m씩 떨어져 있는 정육면체 공간이다. 무향실 안은 스펀지를 쐐기 모양으로 만든 것 같은 흡음재가 방 전체를 둘러싸고 있다. 두께가 90㎝가 넘는다. 소리의 반사가 없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방 중앙에는 65인치 올레드 TV가 놓여 있다. 9개 포인트를 정해서 음질을 측정한다. 윤현승 LG전자 TV음질팀 책임연구원은 “제품 디자인을 어떻게 하는지, 소리가 나오는 구멍을 어떻게 만드는지에 따라서도 음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가장 좋은 소리가 나올 수 있는 모습을 찾는다”고 말했다.
무향실은 쐐기 모양의 스폰지인 흡음제(90㎝)가 방 전체를 둘러싸고 있다. 무향실에서 음질 테스트를 하고 있는 LG전자 연구원들.

무향실은 쐐기 모양의 스폰지인 흡음제(90㎝)가 방 전체를 둘러싸고 있다. 무향실에서 음질 테스트를 하고 있는 LG전자 연구원들.

무향실이 스피커 자체에서 나오는 음질을 측정한다면 시청실은 실제 고객의 입장에서 소리가 어떻게 들리는지 평가하는 곳이다. 일상을 보내는 공간과 비슷하게 천장 높이, 방 크기 등을 조절했다. 숲을 촬영한 영상을 트니 새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비가 내리는 장면에선 빗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렸다. 박종하 LG전자 TV음질팀 책임연구원은 “소리의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공간을 이해하는 음질을 목표로 삼고 연구·개발했다”며 “이미 3년 전부터 제품에 적용하고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런 입체적인 음질은 넷플릭스나아토머스를 지원하는 영상을 볼 때만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예컨대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은 적용되지 않는다.  
 
화질을 측정하는 연구실로 갔다. 이곳에선 4단계에 걸쳐 영상을 걸러낸다. 박성진 LG전자 TV화질팀 책임연구원은 “같은 올레드 TV라도 어떤 칩을 넣느냐에 따라 화질이 달라지는데 2018년형 제품은 인공지능(AI) ‘알파9’을 넣어 실시간으로 영상 정보를 분석하고 최적의 화질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알파9이 적용된 올레드 TV와 일반 올레드 TV로 같은 영상을 틀었다. 한눈에 화질 차이가 느껴졌다. 명암비를 조절하니 입체감이 좋아졌다. 예컨대 같은 여배우의 얼굴이라도 뺨과 콧등을 환하게, 코 옆과 턱은 어둡게 조절하니 생동감이 달라졌다. 화면에 번쩍거리는 현상인 플리커를 없애고, 움직임(모션)을 향상했다. 대부분 TV는 1초에 60장의 화면을 보여주지만 올레드 TV는 1초에 120장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화면 떨림, 흐릿한 색 등도 알아서 조정했다. 
 
인공지능, 사투리도 알아듣고 척척 수행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능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이상석 LG전자 AI프로젝트팀 책임연구원이 사투리가 녹아있는 억양으로 20여 가지 문장을 말했는데 모두 알아듣고 수행했다. 드라마를 보다가 “이거 다음에 언제 해”라고 말하니 방영예정시간이 나오고 시청 예약을 할 수 있었다. 영화를 보다가 “여기 누가 나와”라고 말하자 출연자와 각각에 대한 간단한 프로필이 화면에 떴다.  
 
실생활테스트룸에선 실제 고객이 TV를 시청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평가한다. 이곳은 천장뿐 아니라 벽에도 조명이 있다. 김동환 LG전자 TV화질팀 책임연구원은 “한국은 형광등 아래서 TV를 보지만 서양에선 벽에 달린 조명을 켠 상태에서 TV를 보기 때문에 각각에 맞춰 화질 테스트를 한다”고 말했다.  
 
올레드 TV와 LCD TV를 나란히 놓고 불을 껐다. 밤하늘에 달이 떠 있는 영상을 틀어보니 블랙 색상의 차이가 확 드러났다. LCD TV는 진한 회색의 느낌이 들었다. 김 책임연구원은 “국제표준컬러 요건에 맞추기 위해 4만 여가지 색상을 한 가지씩 튜닝(조율)하고 일일이 수정한다”고 말했다.  
LG전자 연구원들이 화질자동측정시스템으로 화면을 720도 회전시키며 화질 평가를 하고 있다.

LG전자 연구원들이 화질자동측정시스템으로 화면을 720도 회전시키며 화질 평가를 하고 있다.

화질자동측정시스템이 작동하는 곳에 들어가니 벽에도 암막을 쳐놨다. 완벽한 어둠 속에서 화질 검사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곳에선 스마트폰도 켤 수 없었다. 작은 불빛에도 검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측정기에 TV를 부착하고 위에서 아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각각 360도씩 회전시키며 화질을 측정했다. 1도 움직일 때마다 기록한다. 
 
박유 LG전자 TV화질팀 책임연구원은 “같은 공간에서 TV를 시청해도 앉았을 때, 누웠을 때, 서 있을 때 화면을 보는 각도가 다르다”며 “어느 쪽에도 최상의 화질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6000가지가 넘는 색상을 테스트한다. 박 책임연구원은 “무지개가 7가지 색이라고 알고 있지만, 무수히 많은 색이 모여 있는 집합체”라며 “빛의 3원색(빨강‧초록‧파랑)을 각각 밝기별로 측정하고, 섞어서도 측정하다 보면 6000가지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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