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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유가에 소비자ㆍ산업계 '한숨'…정유업계도 속앓이

중앙일보 2018.05.24 17:54
기름값이 치솟고 있다. 연초 배럴당 50달러 수준이 예상됐던 국제 유가는 어느새 80달러를 넘보고 있고, 일부에선 올해 100달러선을 돌파할 거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주요 산유국 둘러싸고 정치적 갈등 심화
휘발유 가격 2015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항공권 유류할증료·물가 상승에도 영향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23일 기준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0.23달러 상승한 79.80달러를 기록했다. 배럴당 80달러를 넘긴 2014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다른 원유 가격도 올 초에 비해 크게 올랐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고유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 유가 추이(1배럴 기준). 자료: 한국석유공사

국제 유가 추이(1배럴 기준). 자료: 한국석유공사

 
국제 유가가 이처럼 상승한 것은 주요 산유국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커지며 공급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의 이란 핵합의(JCPOAㆍ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가 큰 영향을 미쳤다. 이란은 원유 매장량이 세계 4위인 국가다. 또한 시리아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보복,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생산량 감축 합의도 올해 말까지 연장됐다. 공급과 관련한 각종 불안 요소가 겹겹이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OPEC가 현재와 같은 원유 공급 불안 상황을 고려해 다음 달 회의에서 증산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아직 정해진 건 없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오후 3시 이란 핵 협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뉴욕타임스 스트리밍 캡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오후 3시 이란 핵 협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뉴욕타임스 스트리밍 캡쳐]

 
 
 
국내 소비자들이 받는 타격도 점점 커지고 있다. 자동차 운행과 항공기 이용 요금에 곧장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오피넷에 따르면 5월 셋째 주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전주 대비 리터당 12.9원 오른 1577.2원을 기록했다. 경유도 리터당 14.1원이 올라 1377.3원이다. 24일 기준으론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이보다 더 오른 1594.28원, 경유는 1395.15원이다. 이는 2015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국제 유가와 2~3주의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데, 최근 한 달간 국제 유가가 배럴당 약 10달러 상승해 당분간 국내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값(4월 16일~5월 15일)은 배럴당 87.70달러로 한 달 전보다 7.4%, 1년 전보다 50% 이상 상승했다. 한 달 단위로 나오는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값은 항공요금에 포함되는 유류할증료의 책정 기준이 된다. 이번 항공유 상승분은 다음 달 1일부터 발권하는 항공권 유류할증료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항공기 운항 비용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을 정도라 비용 부담이 커진 항공사들이 유류할증료뿐 아니라 항공료 자체를 올릴 가능성도 있다. 유가 상승이 당분간 계속되면 당장 여름 휴가철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항공료 부담이 커질 수 있는 것이다.
휘발성 없는 휘발유 가격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휘발유 가격은 이달 들어 누적 평균치 기준 ℓ당 1천570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5년 8월(1천544.49원) 이후 34개월 만에 최고치를 넘어섰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2018.5.22   xyz@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휘발성 없는 휘발유 가격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휘발유 가격은 이달 들어 누적 평균치 기준 ℓ당 1천570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5년 8월(1천544.49원) 이후 34개월 만에 최고치를 넘어섰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2018.5.22 xyz@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유가 상승은 또한 장기적인 물가 상승으로 연결된다. 제품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약해져 소비와 투자가 동시에 위축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2월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상승하면 4분기 후 0.96%의 실질 GDP 하락 효과가 발생하고 소비와 투자가 각각 0.81%, 7.56%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본 연구결과도 발표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24일 기자 간담회에서 이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이 총재는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영향은 물가를 굉장히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고, 실물경제와 관련해서도 시차를 두고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유가가 큰 폭으로 오른다면 분명히 영향을 줄 것이므로 방향에 대해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 자동차 구입 패턴에 변화를 몰고 올 수도 있다. 기름을 많이 먹는 대형차나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 대신 소형 세단이나 친환경차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실제 저유가 기조가 유지된 몇 년 동안 미국 시장에선 SUV나 픽업트럭의 인기가 높아지고 세단 판매가 줄기도 해 유가 추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산업 현장에서도 한숨이 나오고 있다. 우선 정유업계의 우려가 높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원유 가격이 오른 만큼 제품 가격이 오르지 않고 있어, 결과적으로 정제마진이 줄어들고 장기적으로 실적이 악화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원유를 원재료로 하는 화학업계도 최근 몇 년간 유가 하락으로 인해 큰 이익을 냈지만, 향후 지금처럼 유가 상승 추세가 길게 이어지면 정반대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물류와 해운업계도 속이 편할 리 없다. 유가가 비용 상승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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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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