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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일가족 살해범에 무기징역 선고…"죄질 극히 불량하나 범행인정 등 고려"

중앙일보 2018.05.24 17:01
"피고인 김성관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다."

수원지법, 강도살인 혐의 김성관에 무기징역
부인은 방조 혐의만 인정돼 징역 8년 선고

24일 오후 수원지법 110호 법정. 재판부의 중형 선고에도 용인 일가족 살해범 김성관(35)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법정에 들어왔을 때처럼 무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인 채 바닥만 응시했다.
범행을 도운 혐의로 옆에선 김의 아내 정모(33)씨는 재판 내내 눈물만 흘렸다. 이들은 재판 내내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수원지법 전경 [사진 수원지법 홈페이지 캡처]

수원지법 전경 [사진 수원지법 홈페이지 캡처]

 
금품을 노리고 친어머니와 의붓아버지 등 일가족 3명을 살해한 뒤 뉴질랜드로 달아났다가 국내로 송환된 용인 일가족 살해범에게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수원지법 형사12부(김병찬 부장판사)는 이날 강도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또 김과 범행을 모의한 혐의(존속살인 등)로 함께 기소된 아내 정씨에겐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김에게 사형을, 정씨에겐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재가한 어머니의 가족을 살해하고 뉴질랜드로 도피했던, ‘용인 일가족 살해범’ 김성관 [연합뉴스]

재가한 어머니의 가족을 살해하고 뉴질랜드로 도피했던, ‘용인 일가족 살해범’ 김성관 [연합뉴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가장 중한 형인 사형을 선고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지만 사형 선고는 범행에 대한 책임의 정도와 형벌의 목적에 비춰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분명히 있는 경우에만 허용해야 한다"며 "피고인의 죄질이 매우 나쁘기는 하지만 범행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생명을 박탈하는 극형에 처하는 것은 지나친 형벌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김은 지난해 10월 21일 친어머니 A씨와 이부(異父)동생 B군(14), 의붓아버지 C씨(57)를 살해하고 이틀 뒤 뉴질랜드로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도주하기 전 A씨의 은행 계좌 2곳에서 1억2000여 만원을 인출하고 10만 뉴질랜드달러(한화 7700여 만원)로 환전했다. 숙박비용과 항공료로 700만원을 썼고 인천공항 면세점에서는 프라다 가방과 페라가모 지갑, 선글라스 등 400만원 상당의 명품 쇼핑을 했다. 뉴질랜드에서는 벤츠 SUV를 사고, 가구를 새로 들여놓기도 했다.    
경찰 조사 당시 유치장으로 이동하는 용인 일가족 살해범 아내 [연합뉴스]

경찰 조사 당시 유치장으로 이동하는 용인 일가족 살해범 아내 [연합뉴스]

그러나 2015년 뉴질랜드에서 저지른 절도 사건으로 현지 사법당국에 붙잡혀 징역 2개월 형을 복역하고 구속상태로 있다가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80일만에 한국으로 송환됐다. 
아내 정씨는 남편이 현지 경찰에 붙잡히자 지난해 11월 1일 자녀들과 함께 자진 귀국했다. 하지만 김과 범행을 공모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정씨는 지난해 11월 검찰에 송치되면서 "남편이 '어머니가 내 재산을 가로채려고 우리 가족을 죽이려 한다'고 설득했다. 남편에게 속았다.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쪽지를 기자들에게 전달하기도 했었다.   
용인 일가족 3명 살인사건의 공모혐의를 받고 있는 아내 정씨가 쓴 쪽지 [사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용인 일가족 3명 살인사건의 공모혐의를 받고 있는 아내 정씨가 쓴 쪽지 [사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김은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어머니의 재산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범행했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아내는 범행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정씨도 "시어머니를 죽이겠다는 남편의 말이 농담인 줄만 알았다. 범행을 공모하지 않았다"고 줄곧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살해 방법을 고민하는 김에게 정씨가 "수면제 등으로 피해자의 입을 막는 방법"을 제안한 점 등을 들어 부부가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범행 당시 김이 정씨에게 전화해 "둘 잡았다. 하나 남았다"고 알리자 정씨가 놀라는 기색도 없이 "늦게 오겠네"라고 태연하게 답하고 "출국해야 하니 짐을 챙기라"는 김의 요구에 정씨가 세탁실을 오가며 빨래를 하는 등 출국 준비를 한 정황도 밝혀냈다.
 
용인 일가족 피살사건 현장조사 [연합뉴스]

용인 일가족 피살사건 현장조사 [연합뉴스]

 
그러나 법원은 "정씨가 김이 피해자들을 살해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김의 범행 결의를 강화하고 질문을 계속해 범행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울 수 있도록 했으며 범행 후 뉴질랜드로 도주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등 방조 혐의가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나 살인과 사체유기 혐의에 대해선 "범행에 대해 주로 질문만 했을 뿐 범행에 가담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일부 무죄를 선고했다. 살인 공범이 아닌 방조로 본 것이다.
 
재판부는 "김은 돈을 목적으로 모친을 살해하기로 하고 출국 전까지 범행이 발각되지 않도록 계부와 이부동생까지 살해했다"며 "범행을 사전에 계획하고 범행을 마친 뒤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꾸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저지르고 모친의 돈으로 항공권과 값비싼 물품을 사는 등 생명에 대한 존중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잔혹하면서도 파렴치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또 "김의 어머니는 그동안 김에게 여러 차례 경제적 지원을 했지만 김이 성실하게 생활하지 않고 거짓말을 반복하자 결국 도움을 거절했다"며 "김의 재정위기는 본인이 자초한 것이다. 피고인이 과연 성실하게 생활했다면 재정적 위기가 왔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꾸짖었다.
한편 김에게 사형을 구형했던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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