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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지도 모르는 검찰 간부 치려고, 내 이름 빌렸나"

중앙일보 2018.05.24 16:44
지난해 5월 김수남 전 검찰총장은 강원랜드 수사단이 대리 작성한 고발장이 접수된 이후 피의자로 전환됐다. [연합뉴스]

지난해 5월 김수남 전 검찰총장은 강원랜드 수사단이 대리 작성한 고발장이 접수된 이후 피의자로 전환됐다. [연합뉴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단장 양부남 광주지검장)의 ‘고발장 대리작성’이 전·현직 검찰 지휘부에 대한 강제수사 근거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수사단이 추가 고발장을 대리 작성·접수한 뒤 참고인 신분이던 사건 관계자들을 피의자로 전환하고 압수수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강원랜드 채용 비리 고발인 의혹 제기
대검, 수사단 감찰 여부 조만간 결정

고발인인 김순환 서민민생대책위원회 사무총장은 24일 “당시엔 수사단이 왜 추가고발장을 대신 써주면서까지 고발 대상자를 5명이나 늘렸는지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내 이름을 빌려 고발장을 접수하고 이들을(김수남 전 검찰총장, 이영주 춘천지검장) 수사선상에 올리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나 의심된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지난 2월 4일 채용청탁 의혹에 연루된 권성동·염동열 의원, 2016~2017년 강원랜드 사건을 지휘했던 최종원 전 춘천지검장 등 3명을 적시해 고발장을 접수했다. 약 2주일 뒤인 2월 18일엔 추가 고발장을 통해 김수남 전 총장과 이영주 춘천지검장 등 5명이 고발 대상에 포함됐다. 수사단 입장에선 범죄혐의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나 진술내용 없이도 이들을 강제수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김 사무총장은 당시 수사단이 작성한 추가고발장에 대해 “수사단 검사가 추가 고발 의사가 있냐고 물어 그렇다고 답했더니 A4용지 3장 분량의 고발장을 새로 작성해서 가져왔다. 이영주 춘천지검장은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었고 김수남 전 총장은 어떤 혐의인지도 몰랐는데 명명백백하게 수사를 하겠다고 해서 일단 동의를 하고 도장을 찍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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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수사단은 추가고발장을 작성·접수한 지 사흘만인 지난 2월 21일 강원랜드 수사를 지휘했던 검찰 간부들을 대거 압수수색했다. 대상은 2016~2017년 강원랜드 사건을 지휘했던 최종원 검사장과 이영주 검사장 등 수사 라인상의 주요 관계자 6명. 특히 이들의 압수수색 영장엔 김 전 총장이 수사외압 의혹의 피의자로 적시됐다. 

   

수사단의 고발잘 대리작성 의혹이 확산하자 대검찰청 형사부는 자체 진상조사에 나섰다. 문무일 검찰총장도 "자초지정을 알아보겠다"며 조사 의지를 밝혔다. [연합뉴스]

수사단의 고발잘 대리작성 의혹이 확산하자 대검찰청 형사부는 자체 진상조사에 나섰다. 문무일 검찰총장도 "자초지정을 알아보겠다"며 조사 의지를 밝혔다. [연합뉴스]

논란이 확산하자 대검찰청 형사부는 수사단의 고발장 대리작성 의혹에 대한 진상 파악에 착수했다. 고발장 대리작성 자체에 대한 법적 검토 뿐 아니라, 이후 진행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대검은 진상조사 결과를 토대로 수사단에 대한 감찰 착수 여부와 시점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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