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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벽 부닥친 공무원 유연근무제, 참여율 7분의 1로 뚝

중앙일보 2018.05.24 16:30
조류인플루엔자에 무너진 워라밸…초소 근무 서는 군청직원
야근하는 직장인들. 일과 가정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중앙포토]

야근하는 직장인들. 일과 가정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중앙포토]

 
금요일 낮 12시 퇴근. 주말엔 2박 3일 가족 여행. 직장인들이라면 한 번쯤 꿈꿔왔을 법한 근무제를 공직사회에 적용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6개월째 ‘집단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는 충북 음성군 사정을 들어보면 아직 낙제점에 가깝다.

충북 음성군 유연근무제 도입 6개월 살펴보니

 
“한 달에 한번 금요일 오후 휴식을 보장한다”는 제도를 막상 현실에 적용해 보니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경직된 공직사회 분위기와 부서장들의 눈치, 민원 공백을 우려한 직원들의 소극적 태도가 유연근무제 도입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음성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도입한 부서별 집단유연근무제의 직원 참여율이 첫 달 23.8%(176명)에서 지난달 3.8%(28명)로 곤두박질쳤다. 1월에 11.1%(82명)로 참여율이 절반으로 줄어든 데 이어 2월 5.1%(38명), 3월 3.1%(23명)로 감소세가 뚜렷했다.
충북 음성군청사. [뉴스1]

충북 음성군청사. [뉴스1]

 
음성군이 시행하고 있는 집단유연근무제는 부서(팀) 단위 운영이 원칙이다. 부서장 재량에 맡겨 월 단위로 이뤄진다. 팀원끼리 순번을 정해 매주 금요일에 한명씩 조기 퇴근하는 방식이다. 금요일 낮 12시까지 근무한 직원이 해당 주차 월요일~목요일까지 나흘간 추가 근무를 해서 주 40시간을 맞추도록 했다.
 
음성군은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확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취지와 달리 참여율이 저조했다. 이 제도를 기획한 이재옥 음성군 서무팀장은 “2월에 나흘간의 설 연휴가 있어 휴식 여건이 보장됐고, 3월 13일에 음성군에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24시간 방역초소 근무에 전 직원들이 대거 투입되는 바람에 참여율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공무원 유연근무제 종류. [인사혁신처 보도자료 캡처]

공무원 유연근무제 종류. [인사혁신처 보도자료 캡처]

 
“상사·민원인 눈치”…유연근무가 근로시간 더 늘려
 
직원들의 생각은 어떨까. 대체로 “상급자와 민원인의 눈치가 보인다” “평일 야근을 해도 금요일에 퇴근을 못 한다” “대민업무가 많은 군청 여건상 어렵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음성군청의 A 주무관은 “서로 눈치만 보는데 부서 막내인 제가 어떻게 쉴 수 있겠냐”고 말했다. 부서 단위로 운영되는 집단유연근무제 특성상 팀장을 포함한 팀원 3~5명이 모두 동참해야 불협화음이 없다. 한 직원은 “팀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금요일에 조기 퇴근을 할 직원이 몇이나 되겠냐”며 “팀원 일부만 참여할 경우 대체근무자만 고생하기 때문에 쉬는 게 꺼려진다”고 했다.
 
직원 이모(49)씨는 “정부부처와 달리 기초자치단체 업무는 대민업무가 많은 편이고, 민원을 받으면 그때그때 처리해야 싫은 소리를 안 듣는다”며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1~2시간씩 더 근무해도 금요일 오후에 근무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되레 근로가 연장되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민원업무가 덜한 행정부서 외에 인허가와 지도점검 업무가 대부분인 산업개발과, 산림녹지과, 농정과, 환경위생과 등 부서가 집단유연근무제에 회의적이다. 한 면사무소 직원은 “군청에 비해 현장을 돌고 민원업무가 90% 이상인 읍·면사무소와 사업소는 집단유연근무제가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2016년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비상이 걸린 충북 음성군 맹동면의 오리농장에서 방역당국이 설치한 출입통제 구조물이 도로를 막고 있다. [중앙포토]

2016년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비상이 걸린 충북 음성군 맹동면의 오리농장에서 방역당국이 설치한 출입통제 구조물이 도로를 막고 있다. [중앙포토]

 
AI·구제역 등 특별방역대책 기간에 연장 근무를 하는 축산과 직원들은 제때 휴식조차 어렵다. 직원 C씨(33)는 “축산농가가 많은 음성군은 지난해 10월부터 이달까지 특별방역대책 기간이다. 24시간 돌아가면서 거점소독소를 지켜야 해서 집단유연근무를 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재옥 팀장은 “유연근무제는 개인 선택의 문제라 참여를 강요할 수는 없다”며 “육아와 취미·여가 시간 활용을 위해 주말을 길게 쓰고 싶은 직원들에게 가능성을 열어준 것에 의의를 둔다”고 말했다.
 
음성=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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