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헌재 앞 ‘낙태죄 폐지’ 요구…“여성 기본권 침해하지 마라”

중앙일보 2018.05.24 13:27
낙태법 유지를 바라는 시민연대 회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유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낙태법 유지를 바라는 시민연대 회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유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헌법재판소가 24일 형법상의 낙태 처벌 조항의 위헌성을 판단하기 위해 6년여 만에 공개변론을 진행하는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들이 헌법재판소 앞에 모여 “역사적 흐름에서 퇴행하지 않는 제대로 된 위헌 판결을 내리라”며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각계 여성·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등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형법상의 낙태죄 조항은 낙태한 여성이나 이를 도운 의사, 한의사, 조산사 등 의료인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헌재는 2012년 8월 이들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관 4대 4 의견으로 합헌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공동행동은 이 같은 조항이 여성의 생명권과 건강권, 성적 자기결정권, 평등권, 행복추구권 등 헌법상 국민에게 보장된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릴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낙태가 불법인 탓에 많은 여성들이 불법적인 시술로 인한 위험과 고비용, 사회적 낙인까지 고스란히 떠안고 있으며, 남편이나 애인으로부터 고소당해 처벌을 받는 일도 비일비재한 등 각종 사회적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임신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강조하는 입장에서 낙태죄 폐지 등을 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성된 단체 비웨이브의 한 회원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낙태죄 폐지 주장 탄원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아기자판기 천을 쓰고 있다. [뉴스1]

임신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강조하는 입장에서 낙태죄 폐지 등을 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성된 단체 비웨이브의 한 회원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낙태죄 폐지 주장 탄원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아기자판기 천을 쓰고 있다. [뉴스1]

 
나영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2012년 헌재는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대립되는 문제인 것처럼 판단했고, 태아의 생명권은 공익이며 여성의 결정권은 차익이므로 생명권을 중심으로 합헌 결정한다고 했다”며 “헌법에서 보장하는 생명권은 태아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해당하는 권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성의 남편의 심각한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임신 중단을 결정했음에도 처벌받은 사건에서, 함께 (임신의) 책임이 있는 남성은 낙태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낙태방조죄 무죄 판결을 받았다”며 “수많은 여성이 자신의 건강을 위협받고 생명을 잃으며 살아온 현실을 더는 방관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의 신윤경 변호사는 “예외사유를 두지 않는 낙태의 전면 금지로 인해 여성은 불법 수술을 감수해야 하며 의사가 수술한다고 해도 안전성은 담보되지 않는다”며 “임신의 지속이 생명과 신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되더라도 배우자 동의 없이는 시술할 수 없는 등 낙태의 결정권은 전적으로 남성에게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프로라이프의사회 등 8개 단체로 구성된 ‘낙태법 유지를 바라는 시민연대’는 오전 10시쯤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태아는 모(母)와는 다른 별개의 존재이고 낙태는 태중의 무고한 생명을 죽이는 일”이라며 낙태죄 존치를 요구했다.
 
이들은 “낙태가 여성의 권리여야 한다는 주장은 태아가 독립적 인간 생명이라는 생물학적, 발생학적 기본 전제를 무시한다”며 “모든 인간의 생명권은 어떤 상황에서도 보호돼야 함에도 태중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태아의 생명권은 지켜질 가치가 없는 것으로 인식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낙태죄 폐지에 대한 찬반 여론이 이처럼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헌재의 형법 제269조 제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공개변론은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심판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