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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 강제입원 어렵게 했더니 1년만에 60% 줄었다

중앙일보 2018.05.24 12:00
 국립정신건강센터 입원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국립정신건강센터 입원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정신병원의 강제입원(비자의입원)을 어렵게 했더니 1년 만에 강제입원 환자가 6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강제입원은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ㆍ입소’와 ‘시ㆍ군ㆍ구청장에 의한 입원’을 말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5월 30일부터 시행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복지법(정신건강복지법)’ 이후 정신의료기관 강제입원 환자 비율이 61.6%(2016년 말)에서 37.1%로 감소했다고 24일 밝혔다. 영국(13.5%), 독일(17%) 등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높은 수준이다. 법 시행 이후 강제입원을 포함한 정신병원의 전체 입원 환자 수도 줄었다. 2016년 말(6만9162명)에 비해 6만6523명으로 3.8% 감소했다.
 
강제입원 유형 중에서도 행정입원(시ㆍ군ㆍ구청장에 의한 입원) 환자의 비율은 2016년 말 0.2%(94건)에서 현재 10.4%(2560건)으로 늘었다. 복지부는 “이러한 변화는 자신이나 타인을 해칠 위험이 없는 환자는 의료진이 환자와 가족에게 치료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환자가 스스로 결정해 자의입원으로 전환함에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권 전문위원인 제철웅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질환자를 치료와 서비스의 주체로 전환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며 “입ㆍ퇴원 과정에서 환자의 인권과 절차적 권리가 공고하게 보호되는 변화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강제입원의 추가 진단 중 국공립 정신의료기관의 진단률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의 경우, 서로 다른 의료기관에 소속된 정신과 전문의(이 중 한 명은 국ㆍ공립 또는 지정진단의료기관 소속)의 진단이 필요하다. 강제 입원 추가진단 건수 중 국ㆍ공립 정신의료기관의 진단은 32.7%으로 조사됐다. 이는 우리나라 국공립 정신의료기관이 전체 정신의료기관의 3.7%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립정신건강센터 병동의 창문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전경. 센터 건물 옥상의 하늘정원에서 환자들이 의료진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오른쪽 아래는 6·25 전쟁의 충격으로 정신질환을 얻은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1962년 지은 옛 병동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국립정신건강센터 병동의 창문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전경. 센터 건물 옥상의 하늘정원에서 환자들이 의료진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오른쪽 아래는 6·25 전쟁의 충격으로 정신질환을 얻은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1962년 지은 옛 병동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복지부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1년을 맞는 오는 30일부터 강제입원 환자에 대해 입원 적합성을 심사하는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는 권역별로 5개 국립정신병원 내에 설치(총 12개 위원회, 58개 소위원회 운영)되며, 새로 들어온 강제입원 환자에게 입원 1개월 이내에 입원이 적합한지 여부를 심사한다. 환자가 신청하거나 위원장 직권을 통해, 국립정신병원 소속 조사원이 방문해 환자에게 진술의 기회를 준다. 복지부는 “연간 약 4만여 건의 심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5개 국립정신병원에 총 49명의 운영인력(행정인력ㆍ조사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이철 센터장은 “법 개정으로 치료의 필요성과 환자의 인권 보호가 균형을 이루어가는 과정 중에 있다”며 “정신과 진료에 있어서도 환자의 자기결정권 존중을 통해 치료 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높아져 치료 순응도가 개선되는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향후 정신보건 정책에서 국ㆍ공립 병원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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