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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서 던진 아령·벽돌·담배꽁초, 어떤 처벌 받을까

중앙일보 2018.05.24 10:56
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최모(35·여)씨는 요즘 위를 한 번씩 올려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며칠 전 10개월 된 딸을 유모차에 태워 산책한 뒤부터다. 아파트 주변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검은색 비닐봉지가 툭 떨어졌다. 봉투 안에는 빈 음료수 캔과 과자 포장지 등 쓰레기가 가득했다.     
최씨는 "비닐봉지에 맞지는 않았지만 최근 뉴스에 나왔던 평택 아령 사건이 생각나 등골이 오싹했다"고 말했다. 

아파트 이미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중앙포토]

아파트 이미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중앙포토]

담배꽁초부터 식칼까지 떨어져
 
아파트 등 고층 건물에서 떨어진 낙하물로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낙하물의 종류눈 다양하다. 이불이나 수건처럼 실수로 떨어트린 물건도 있지만 음식물 쓰레기나 과자 상자 같은 쓰레기도 있다. 베란다에서 침을 뱉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근엔 식칼이나 아령, 벽돌 등 흉기가 될 수 있는 물건들이 떨어져 논란이 됐다.
지난 20일 오후 4시50분쯤 충남 천안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선 30㎝ 길이의 식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칼이 떨어진 곳엔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인근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강모(25)씨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경찰은 칼을 떨어뜨린 사람을 찾고 있다.
 
지난 19일 낮 12시50분쯤에는 경기도 평택시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1.5㎏짜리 아령 2개가 떨어졌다. 50대 여성이 아령에 맞아 어깨와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크게 다쳤다. 아령 주인을 찾아 나선 경찰은 용의자로 이 아파트 10층에 사는 초등생 A양(7)을 특정했다. A양의 부모도 "딸 방에 있던 아령이 맞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A양은 "내가 던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1시쯤에도 화성시의 한 아파트 주차장으로 벽돌이 떨어져 차량 1대가 파손되기도 했다.
 
얼음이나 감자 등으로 인한 피해도 있다. 
지난해 12월엔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에서 성인 여성 주먹만 한 얼음이 떨어져 4살 아이가 다쳤다. 같은 해 10월엔 의왕시 한 아파트 주차장으로 감자가 떨어져 차량 1대의 지붕이 움푹 패는 손해를 입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왼쪽), 얼음덩어리 떨어진 아파트가 붙인 공고문 [중앙포토, 온라인 커뮤니티]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왼쪽), 얼음덩어리 떨어진 아파트가 붙인 공고문 [중앙포토, 온라인 커뮤니티]

 
낙하물에 사람이 맞으면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15년 10월 용인시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초등생 벽돌 투척' 사건이다. 
이 아파트에 사는 당시 만 9~11살 초등생 3명이 학교에서 배운 물체 낙하 실험을 한다며 옥상에서 1.8㎏의 벽돌을 던졌는데 이에 맞은 50대 여성이 숨지고 20대 여성이 다쳤다.  
 
2015년 발생한 용인 벽돌 투척사건 현장. 초등생들이 벽돌을 던진 옥상을 엘리베이터룸에서 본 모습[중앙포토]

2015년 발생한 용인 벽돌 투척사건 현장. 초등생들이 벽돌을 던진 옥상을 엘리베이터룸에서 본 모습[중앙포토]

무단투기 5만원 벌금에서 과실치사상까지 가능
 
고층 건물에서 물건을 버릴 경우 받는 법적 처벌은 피해 정도와 물건의 종류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큰 피해가 없다면 단순 무단 투기로 벌금 5만원 정도가 부과된다.
 
하지만 사람이 다치거나 차량 등이 손상되면 징역형을 받는 특수상해죄나 3년 이하 징역이나 700만원 이하의 벌금처분을 받는 재물손괴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아래에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아는 상태에서 벽돌을 던졌으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볼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주의 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치사상으로도 볼 수 있다.
 
문제는 아파트 단지에서 떨어지는 흉기 사고 용의자가 대부분 어린이라는 점이다. 평택 아령 사건(7살)은 물론, 의왕 감자(6~9세), 용인 벽돌 사건도 모두 초등생 등 어린아이였다. 하지만 만 10세 미만 어린이들은 형사 책임에서 완전히 제외되기 때문에 범행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처벌이 쉽지 않다.
용인 벽돌 투척 사건 현장 [중앙포토]

용인 벽돌 투척 사건 현장 [중앙포토]

 
용인 벽돌 사건도 벽돌을 던진 만 9살의 어린이는 처벌을 받지 않고 공범인 11살 어린이 한 명만 처벌을 받았다. 다만 부모에게 자녀를 감독할 책임이 있는 만큼 물질적, 정신적 피해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제기는 가능하다. 이 사건으로 소년범죄의 처벌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담배꽁초 투척으로 인한 사고도 논란이 되고 있다. 담배꽁초는 무게가 가벼워 상해 위험은 없지만 화재나 화상 우려가 있다. 지난 2월 수원시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아파트 화단과 일부 주택을 태워 520만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경찰과 소방 당국 조사 결과 누군가가 버린 담배꽁초가 14층 베란다로 들어와 종이박스 등을 태우고 이 불씨가 화단으로 떨어져 번진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월 18명의 부상자와 1억원의 재산피해를 낸 오산시 원룸 화재사고도 한 입주민이 무심코 버린 담배가 문제였다. 2014년에는 유모차에서 자던 아기가 아파트 고층에서 떨어진 꽁초에 2도 화상을 입었다.  
지난 1월 31일 경기도 하남시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 모습. 불씨가 꺼지지 않은 담배가 베란다로 떨어진 것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사진 경기도재난안전본부]

지난 1월 31일 경기도 하남시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 모습. 불씨가 꺼지지 않은 담배가 베란다로 떨어진 것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사진 경기도재난안전본부]

경기도서만 담배꽁초 화재 24건  
 
경기도재난안전본부에 따르면 2015~2017년까지 경기도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는 모두 212건인데 이 중 24건이 담배꽁초가 원인이었다. 상당수가 무심코 담배꽁초를 버렸다가 난 사고라고 한다. 경기도재난안전본부 관계자는 "고의성이 없다고 해도 화재가 발생했다면 피해 규모에 따라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단순 실화죄와 3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는 중실화죄로 처벌을 받는다"며 "인명피해까지 났다면 과실치사상죄(과실치사는 2년 이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 과실치상은 5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과료)까지 적용되고 민사상 손해배상까지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 아파트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물건 투척 금지 안내문 [사진 각 인터넷 커뮤니티 화면 캡처]

각 아파트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물건 투척 금지 안내문 [사진 각 인터넷 커뮤니티 화면 캡처]

 
하지만 현실적으로 무단 투기를 근절한 뾰족한 수는 없다. 일부 아파트는 안내 방송을 하고 게시판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고층에 사는 주민들은 복도나 옥상에 물건을 쌓아두지 말고 밖에 물건을 투척하지 말라"고 써 붙였다. "물건을 던지다 적발되면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으름장까지 놨지만 근절되지 는 않는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물건 투기는 과실이든 고의든 행인이나 공공의 재물 등에 피해를 주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특히 아이들에 의한 사고가 많은 만큼 가정이나 학교 등에서도 철저한 예방 교육을 하고 '피해자가 내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성숙한 시민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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