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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교도소 간부 '갑질'…피해 여직원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

중앙일보 2018.05.24 06:00
지난 6일 오전 7시40분쯤 충남 논산시 성동면에 있는 대전교도소 논산지소. ‘논산교도소’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곳에 근무하는 여직원 A씨는 황당한 일을 당했다. 얼마 전까지 상급자로 같은 부서에서 일했던 B씨가 술 냄새를 풍기며 사무실로 들어와 큰소리를 치며 시비를 걸었다. “인사를 하는 데 받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교도소 상급자의 여직원에 대한 갑질·폭언 등 진정사건을 조사 중인 대전지방교정청. 신진호 기자

교도소 상급자의 여직원에 대한 갑질·폭언 등 진정사건을 조사 중인 대전지방교정청. 신진호 기자

 

교정기관 직원 A씨 "지속적으로 피해당했다" 진정서 제출
간부직원 B씨 "한 두번 밖에 없다" 장기간 갑질 의혹 부인
대전교정청 "B씨 갑질·음주근무확인, 추가조사 통해 처벌"

A씨가 “인사를 했다’고 하자 오히려 “이런 X, 야 XX래”라며 위협했다. 사무실에 혼자 있던 A씨는 두려움에 제대로 항의도 하지 못했다. B씨의 행패는 다른 곳에 있던 직원들이 달려와 말리면서 겨우 진정됐다.
 
A씨는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논산지소 내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다. 상급자인 B씨가 수시로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통해 ‘같이 저녁 먹자’ ‘차 좀 태워달라’고 요구했다는 게 A씨 설명이다. A씨는 피해를 당한 시기가 지난해 1~8월이라고 했다.
 
그때마다 A씨는 거절했다. 일과시간 이후인 데다 직장 동료를 떠나 여직원에 대한 부적절한 요구라고 판단해서였다. 그런데도 B씨는 밤늦게 “술을 마셨다. 약을 먹어도 잠이 안 온다”며 전화를 걸기도 했다. B씨는 가정이 있는 유부남이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A씨는 동료 여직원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거절이 이어지자 B씨는 대놓고 화를 냈다. A씨가 혼자 야간근무를 설 때는 사무실로 찾아가 소리를 지르고 “사과하라”며 위협했다고 한다.
법무부와 검찰청, 교도소·구치소 등에 근무하는 여성직원 10명 가운데 6명이 성폭력이나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연합뉴스]

법무부와 검찰청, 교도소·구치소 등에 근무하는 여성직원 10명 가운데 6명이 성폭력이나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연합뉴스]

 
참지 못한 A씨는 상급자에게 그동안 겪었던 고충을 토로했다. 결국 A씨는 부서를 옮기게 됐다. B씨의 행패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수시로 사무실에 들러 “언젠가는 X망신을 주겠다”며 협박을 일삼았다. 술에 취해 출근한 날이면 수시로 욕설을 퍼부었다.
 
부서를 옮겼지만 한 지붕 아래에서 근무할 수밖에 없던 A씨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언젠가는 폭력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출근하는 게 곤욕이었다. 어떤 직원은 A씨에게 “(B씨가)오늘은 술을 마시고 출근했으니 피하라”며 귀띔해주기도 했다.
 
“언제까지 피해 다녀야 하나”며 힘겹게 하루하루를 견디던 A씨는 용기를 냈다. A씨는 지난 9일 ‘상관 성적침해 및 갑질과 폭력’이라는 제목의 진정서를 대전지방교정청에 제출했다. 법무부 산하기관인 대전교정청은 논산지소를 관리·감독하는 상급기관이다.
 
A씨는 10일부터 나흘간 진정인(피해자) 자격으로 조사를 받았다. 그동안 자신이 겪었던 고충을 모두 설명했다. 충격으로 18일부터 상담치료를 진행 중이다. 19일에는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
지난해 1월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직장갑질 119 출범' 기자회견에서 직장갑질 119 회원들이 직업환경 조사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월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직장갑질 119 출범' 기자회견에서 직장갑질 119 회원들이 직업환경 조사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B씨 역시 대전교정청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대전교정청에 따르면 B씨는 조사에서 “술을 마신 일은 인정하지만 A씨를 협박하거나 성적으로 문제가 될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진정서 내용을 부인했다.
 
대전교정청은 B씨의 ‘갑질’과 ‘음주 근무’는 직원들의 진술과 당일 행적 등을 통해 확인했다. B씨가 “지속해서 한 게 아니라 한두 차례에 불과했다”고 주장함에 따라 논산지소 내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분석할 방침이다. 두 사람의 진술이 엇갈리는 데다 “증거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A씨에게 1년 전 휴대전화 문자와 통화 내역을 뽑아서 제출하도록 했다.
 
대전지방교정청 하영훈 총무과장은 “수용자를 관리·감독해야 할 직원이 음주 상태에서 근무했다는 것은 같은 교도관 입장에서도 이해가 안 된다”며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징계 여부나 수위 등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A씨는 “(저는)피해자이고 억울한데 상급기관의 태도와 조사과정을 보면 신뢰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며 “그동안 B씨가 일삼았던 위협적인 행동 등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일벌백계해달라”고 말했다.
권인숙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서울 서울고등법원 기자실에서 성폭력 피해 실태 설문 전수조사 결과 및 권고안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권인숙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서울 서울고등법원 기자실에서 성폭력 피해 실태 설문 전수조사 결과 및 권고안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한편 지난 17일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가 공개한 ‘성희롱·성범죄 전수 조사결과’에 따르면 검찰청과 교도소·구치소 등 전국 법무부 소속 기관에서 일하는 여성 구성원 중 전체 응답자(7407명) 가운데 61.6%가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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