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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에 쇠숟가락을" 스웨덴, 여성 할례 막으려 특단 조치

중앙일보 2018.05.24 02:01
“쇠숟가락을 속옷에 넣으면 공항의 보안 검색대를 통과할 때 경보가 울릴 겁니다. 그러면 스태프가 당신을 가족과 격리 시키고 개인적으로 상담을 하게 됩니다.”
 

무슬림 소녀들, 가족에게 외국으로 끌려 나가 강제 결혼, 할례 당해
"속옷에 쇠숟가락 넣으면 공항 검색대에서 스태프들이 구조" 교육

스웨덴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예테보리시가 가족에 의해 해외로 끌려 나가 강제 결혼이나 할례를 당하는 무슬림 소녀들을 구출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놨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시 당국은 최근 무슬림 여학생들에게 가족에 의해 강제 출국을 당하는 경우, 공항에 가기 전 속옷에 쇠로 만든 숟가락을 넣으라고 교육하고 있다. 
소녀들이 여성 할례에 반대하는 종이 푯말을 들고 서있다. [사진 Unicef 브로셔 캡처]

소녀들이 여성 할례에 반대하는 종이 푯말을 들고 서있다. [사진 Unicef 브로셔 캡처]

공항 보안 검색대에서 금속 탐지기가 속옷 안에 있는 숟가락을 탐지하면 이를 구조 신호로 생각하고 공항 관계자가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이미 공항 관계자들에게도 이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을 마쳤다.
 
무슬림 국가에서 이민 온 스웨덴 가정의 일부 소녀들은 가족에 의해 할례를 당하거나 어린 나이에 강제 결혼을 당하고 있다. 스웨덴은 할례와 강제 결혼 모두 법적으로 엄격히 금지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이를 행한 경우도 징역형으로 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무슬림 부모들은 이 풍습을 행하기 위해 자신의 자녀를 데리고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등 해외로 향하고 있다. 외국에서 할례나 강제 결혼을 당하는 소녀들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해에만 국가가 운영하는 핫라인으로 가족의 강제 결혼 강요로부터 구조를 요청하는 소녀들의 전화가 139건 걸려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1억 3000만 명의 여성이 할례를 받았다. 할례는 각종 세균 감염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물론 영구적인 불임, 사망 등에 이를 수 있어 대부분 국가에서 금지하고 있다. 
 
예테보리시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할례가 불법임에도 2015년 조사에 따르면 약 3만 8000명의 스웨덴 여성이 할례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것(수저)은 소녀들이 비상 구조 신호를 울릴 마지막 기회이며, 다른 도시들도 이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웨덴 당국은 특히 여름방학 기간에 가족과 해외로 나가 강제 결혼과 할례를 당하는 소녀들이 많다고 보고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스웨덴 법원은 14살의 딸을 아프가니스탄으로 데려가 강제로 결혼 시킨 남성을 기소했다. 2014년에는 에티오피아에서 사촌과 강제로 결혼한 14살 소녀가 페이스북으로 스웨덴의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해 구조되기도 했다.
 
이영희 기자·이동규 인턴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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