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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에 중기 제품 진열대 놓고, 문 닫는 시간엔 '시간제 임대’

중앙일보 2018.05.24 02:00
경기도 판교 신도시에서 쌀국수 가게를 운영하는 황모(49)씨는 이달 말부터 가게 한쪽 코너에 진열대를 놓기로 했다. 진열대에는 휴대용 선풍기‧마스크팩‧황사 마스크 등 중소기업의 제품을 진열해 판매한다. 이들 제품은 스마트폰으로 예약‧주문‧결제가 이뤄져 딱히 황 씨가 신경 쓸 일은 없다. 판매 수익의 30%는 황 씨 몫이다. 황 씨는 “가게 안에 진열대만 놓으면 부가 수익을 올릴 수 있으니 요즘같이 한 푼 벌이가 아쉬운 상황에서는 ‘가뭄에 단비’같다”고 말했다.  
 
 
판교 500여개 식당에 중기제품 파는 매대 등장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경영 부담이 커진 소상공인이 플랫폼(매장) 공유에 나섰다. 가게 안에 진열대를 놓고 제품 판매 공간으로 활용하거나 장사를 하지 않는 시간에 다른 세입자에게 임대를 놓는 ‘시간제 점포 공유’도 한다. 아예 가게 안에 또 다른 가게를 들여 '숍인숍'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카페 안에 음반점이 있는 숍인숍.

카페 안에 음반점이 있는 숍인숍.

이달 31일부터 판교신도시에 있는 580개 음식점 안에 ‘큐알마트’가 들어선다. 가게 안 3.3㎡(약 1평)에 진열대를 놓고,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의 아이디어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이다. 주문과 결제는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미리 제품 구매를 예약하면 원하는 음식점에 설치된 큐알마트로 해당 제품이 배송된다. 
 
이같은 모델은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이익이다. 우선 가게 주인은 부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은 판매 수익과 함께 판로를 확보할 수 있다.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배송을 기다릴 필요 없이 즉석에서 물건을 살 수 있다. 큐알마트 운영업체인 ‘판교에 가면’ 강문수 회장은 “중소기업은 제품의 시장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며 “판교를 시작으로 인천, 서울 강남구 등지의 음식점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깃집을 점심시간에만 김치찌개 업자에 임대 
가게를 운영하지 않는 시간 동안 임대를 놓는 ‘시간제 점포 공유’도 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허모(42)씨는 점심시간에만 가게를 박모(37)씨에게 빌려준다.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는 허 씨가 고깃집으로 운영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6시간 동안은 박 씨가 김치찌개나 볶음밥 등을 판다. 허 씨는 박 씨에게 점포 공유 비용으로 한 달에 100만원을 받는다. 
 
허씨는 “문 닫는 시간에 가게를 비워두는 것이 아까웠는데 힘들어서 도저히 점심 장사를 할 수가 없었다”며 “점포 공유로 임대료 부담을 크게 덜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임대료만 내면 조리 도구 등을 따로 장만하지 않아도 되고 필요한 시간만 이용하니 창업 비용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가게 안 한 편에 진열대를 놓고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제품을 판매하는 큐알마트.

가게 안 한 편에 진열대를 놓고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제품을 판매하는 큐알마트.

아예 점포 공유만 전문으로 중개하는 업체도 생겼다. 점포공유 커뮤니티인 ‘점공사’에는 현재 서울 지역 점포 공유 매물 80여 개가 있다. 대개 고깃집이나 주점, 호프 등 저녁 시간에 영업하는 가게가 많다. 시간제 점포 공유 임대료는 대개 월 임대료의 30% 수준이다. 서울 강남이나 광화문 등 주요 상권에 있는 가게를 6시간 정도 이용하려면 월 200만~350만원 정도 든다.  
 
 
미용실 내에 네일아트, 숍인숍도
아예 가게 일부에 새로운 가게를 꾸미기도 한다. 숍인숍(Shop in shop) 방식이다. 성남시 수내동에 있는 미용실 안에는 네일아트 샵이 있다. 전체 가게 면적의 20%가 네일아트 샵이다. 임대료도 나눠서 낸다. 미용실을 찾은 고객이 네일아트를 하는 식의 시너지 효과도 있다. 이외에도 옷 가게 안에 액세서리 샵을 만들거나 카페 안에 꽃가게를 차리기도 한다.
 
점포 공유를 할 때는 계약 조건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시간제 점포 공유나 숍인숍은 세입자가 다른 세입자에게 다시 세를 놓는 방식이라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직접적인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계약서에 보증금이나 임대료(매장 이용 수수료)에 대한 조건을 명확하게 기재해야 한다.

법무법인 나눔 부종식 변호사는 “상가 주인의 동의를 받았다면 점포 공유자도 점포 제공자와 같은 범위 내에서 임차보호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점포 제공자와 공유자간 계약은 이와는 별도라 보호가 어렵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자영업자 폐업률이 70%가 넘을 만큼 힘든 상황에서 매장 공유는 트렌드가 될 수 있다”며 “가게 주인에게 임대 동의서를 받아둔다면 안전하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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