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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수갑 없이 양복 차림 … “의혹 폭로 김백준 보호하고 싶다”

중앙일보 2018.05.24 01:01 종합 6면 지면보기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오른쪽)이 23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오른쪽)이 23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전두환·노태우·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전직 대통령으로는 헌정 사상 네 번째로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법정에 섰다. 23일 자신의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며 “무리한 기소의 신빙성을 재판부가 가려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정계선)의 심리로 오후 2시부터 진행됐다. 이 전 대통령은 4월 개정된 ‘수용 관리 및 계호 규정에 관한 지침’에 따라 포승벨트와 수갑을 차지 않았다.
 

첫 공판 모두진술서 혐의 전면 부인
4월 바뀐 지침 따라 포승줄 안 매

MB “검찰, 이학수 만남 억지로 엮어”
검찰 “구체적인 말 한다면 우리도 …”
MB “아니 그럼 내가 그만하겠다”

이 전 대통령은 실소유주라고 의심받는 자동차부품 업체 다스(Das)에서 339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349억원을 횡령하고, 다스의 미국 소송비(약 68억원)를 삼성전자로부터 받는 등 111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국가정보원으로부터 7억원의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의혹 등 검찰에서 제기한 혐의만 18개에 달한다.
 
이 전 대통령은 10분간의 모두진술에서 이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다스 실소유주 의혹에 대해서는 “다스는 형님 것”이라는 취지로 부인했다. 그는 “형님(이상은 다스 회장)과 처남(김재정씨·사망)이 다스를 만들었다. 저는 친척이 관계회사를 차리는 게 염려돼 말렸지만 정세영 현대자동차 회장이 부품 국산화 차원에서 하는 것이고 형님이 하니깐 괜찮다고 했다. 정주영 회장도 양해해서 시작했다”며 “30년간 소유나 경영과 관련해 어떤 다툼도 없던 회사 문제에 국가가 개입한 것이 정당한가 의문스럽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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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혐의도 강하게 부인했다. 사면 대가로 다스 소송비를 삼성전자로부터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국익을 위해 ‘삼성 회장’이 아닌 ‘이건희 IOC 위원’의 사면을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내 자신이 (뇌물을)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실무도 철저히 관리했다. 청계재단을 설립할 때도 순수하게 제 재산으로 재단을 만들었다”며 “그런 저에게 사면 대가로 삼성의 뇌물을 받았다는 공소 사실은 충격이고 모욕이다”고 했다.
 
그는 모두진술 이후에도 삼성전자의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따로 발언 기회를 얻어 검찰 측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검찰이 억지로 나를 엮고 싶어서 이학수(전 삼성그룹 부회장)를, 만나지도 못한 사람을 만났다고 한다.”
 
▶검찰=“피고인께서 구체적인 말한다면 검찰도 (하겠다).”
 
▶이 전 대통령=“아니 내가 그럼 그만할게요. 내가 검찰이랑 싸우자는 것도 아니고.”
 
이 전 대통령은 김백준(78)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과거 이 전 대통령의 ‘집사’ ‘금고지기’로 불렸던 김 전 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각종 의혹을 폭로했다. 이 전 대통령은 “어떻게 해서 김 비서관이 그런 얘기를 했는지 궁금하지만 나는 가능한 한 그를 보호하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에 대해선 모두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측근들을 재판에 불러세우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국정을 함께 했던 사람과 다투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드리는 게 받아들이기 참담한 일”이라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이 증거 채택에 동의함에 따라 관련 증인 신문 절차가 생략돼 재판이 예상보다 빨리 끝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판은 오후 7시 6분쯤 종료됐다. 이 전 대통령은 법정을 나가며 방청석을 향해 “내가 오늘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았네, 나도 모르는. 허허”라고 말했다. 검찰이 자신을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날 방청석에는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 김효재 전 정무수석, 하금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측근들과 세 딸이 자리를 지켰다.  
 
손국희·문현경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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