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국어학자 한성우 인하대 교수
연구실에서 음반을 꺼내보이는 한성우 인하대 교수. 대중가요 2만6000여곡의 가사 속에서 ‘살아있는 대중의 언어’를 연구했다. [강정현 기자]

연구실에서 음반을 꺼내보이는 한성우 인하대 교수. 대중가요 2만6000여곡의 가사 속에서 ‘살아있는 대중의 언어’를 연구했다. [강정현 기자]

“대중이 즐겨 부르는 가요는 가장 ‘살아있는 언어’죠. 국문학자로서 대중가요를 꼭 연구해 봐야겠다고 생각한 이유입니다.”

연중기획 매력시민 세상을 바꾸는 컬처디자이너

 
한성우(50)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의 연구실 책장에는 LP 음반이 빼곡하다.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턴테이블과 스피커도 있다. 그는 LP판 4000여장을 보유한 음악 매니어다. 지난 2016년부터 그의 관심은 온통 대중가요에 꽂혀있다. 우리 가요 노랫말을 분석해 대중이 현실에서 자주 접하는 언어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서다.
 
하지만 막상 연구를 하려 하자 문제에 부딪혔다. ‘재료’가 될 방대한 양의 노래 가사를 어디서 구하냐는 것이었다. 방법을 골몰하던 그는 우연히 지인들과 노래방을 찾아 노래방 책을 뒤적이다가 무릎을 쳤다. 노래방이야말로 대중이 즐기는 가요 목록과 가사까지 모두 보유한 거대한 자료 창고였던 것이다.
 
곧바로 한 교수는 노래방 홈페이지를 통해 각 시대를 풍미한 유행가의 가사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최초의 가요라 할 수 있는 1923년 ‘희망가’부터 ‘방탄소년단’의 최신곡까지 2만6000여곡, 원고지 7만5000장의 가사가 모였다.
 
그렇게 모인 노래가사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쏟아냈다. 가요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나’, 그 다음은 ‘너’였다. 한 교수는 “기본적으로 노래란 ‘내가 너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야기의 내용은 ‘사랑’이 대부분이다. 사랑은 노래 제목으로 많이 등장하는 단어 1위였다. 사랑이 가사에 포함된 노래가 전체 가요의 65%에 달한다. 반면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사랑은 일상에서 104번째로 자주 등장하는 단어에 불과하다. 한 교수는 “그만큼 현실에서 자주 듣지 못하는 사랑을 노래를 통해 듣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래엔 시대의 변화도 담겨있었다. 과거에는 남녀가 이별하는 장소로 ‘항구’가 단골로 등장했다. 그러나 최근 가장 많이 나오는 공간은 ‘지하철역’이다. 상대방을 부르는 호칭도 변했다. 예전엔 실생활에서 잘 쓰지 않는 ‘그대’ ‘당신’이 많았다. 그러나 점차 ‘너’가 많아졌고, 최근에는 ‘오빠’로 변했다. 가족이 아닌 남자를 오빠라고 부르는 노래는 1996년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그는 이같은 연구 결과를 책으로도 냈다. 학술서가 아니라 누구나 접할 수 있게 쉽게 썼다. 앞으로도 노래 가사처럼 다양한 분야의 살아있는 언어를 연구하는 일을 계속할 생각이다. 음식이나 광고 등 모든 생활 속 언어가 우리의 삶을 반영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언어의 주인은 시인도, 국어 선생님도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우리들입니다. 언어의 주인들이 쓰는 말에 더 관심을 갖고 싶어요.”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