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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 모시 속에 이탈리아 패션을 담다

중앙일보 2018.05.24 00:18 종합 23면 지면보기
1년 내내 블랙 의상만 입는다는 조반니 오토넬로 교수. 색이 아닌 단추·주름 모양 등의 미묘한 차이로 디자인이 크게 달라지는 걸 즐기기 때문이다.

1년 내내 블랙 의상만 입는다는 조반니 오토넬로 교수. 색이 아닌 단추·주름 모양 등의 미묘한 차이로 디자인이 크게 달라지는 걸 즐기기 때문이다.

“하루를 꼬박 매달려도 4cm밖에 못 짜는 직물이라는 이야기에 놀랐고, 정교한 작업과정을 듣고선 존경심이 일었다.”
 

유럽디자인학교 오토넬로 교수
“투명함·질감, 서양옷과도 어울려”

이탈리아 유럽디자인학교(Istituto Europeo di Design·이하 IED)의 아트 디렉터 조반니 오토넬로 교수는 한국의 전통직물 ‘모시’를 처음 접한 순간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28일까지 서울 인사동 KCDF 갤러리에서 열리는 ‘투 에토스(TWO ETHOS)’ 전시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에토스는 민족 혹은 사회별 고유의 관습이나 특징을 말하는 고대 그리스어로 전시명은 한국과 이탈리아의 두 에토스가 ‘전통과 패션’을 주제로 만났다는 의미다.
 
전시장엔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심연옥 교수의 지도로 무형문화재 보유자와 학생들이 직조한 한산모시를 비롯한 춘포·직금·나전직물 견본과 이를 이용해 IED 밀라노 학생 및 이탈리아 현직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이 디자인한 작품이 전시됐다.
 
조반니 교수는 이 중 IED 밀라노 학생들이 옷과 가방을 만드는 작업을 1년간 지도했다. 그는 “갑옷처럼 딱딱하면서도 이토록 투명하고 얇을 수 있다니 볼수록 신기하다”며 “유럽 시장에 본격 진출해 여러 현대적인 원단들과 섞어 사용하면 근사한 옷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반니 교수가 지도한 IED 학생 7명의 작품 중 대다수가 모시와 서양 직물을 조합해 속에 입은 원색 옷이 모시 겉옷을 통해 비치게 하거나, 전혀 다른 질감 차이를 대조시키는 방식으로 디자인됐다.
 
그는 “본격적으로 직물을 재단하면서 소중한 천을 허투루 쓰지 않도록 정말 조심했다”며 “학생들 모두 이 기회에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진지한 태도를 배울 수 있어 매우 행복해 했다”고 전했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오토넬로 교수는 무대디자인·중세직물·트렌드 등을 연구하면서 살바토레 페라가모, 보테가 베네타, 휴고 보스, 만다리나 덕 등의 브랜드 컨설턴트로 명성을 쌓았다. 1년에 3분의 1은 전 세계 디자인 관련 학교에서 ‘창조력과 창작’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한다. 그는 “모든 디자인에서 가장 우선시 되는 창조력은 ‘남과 다르게 보는 능력’이며 이는 호기심 갖기와 상상하기로 훈련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그의 인스타그램(driftgio)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독특한 사진으로 가득하다. 
 
글=서정민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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