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view &] 경기 보다는 개혁을 논하자

중앙일보 2018.05.24 00:02 경제 9면 지면보기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경기논쟁이 한창이다. LG, 현대 등 대기업 연구소는 경기가 고점을 지나 하강기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일부 학자들도 경기가 침체 국면 초입이라고 한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회복이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성장률 놓고 보면 침체기 아니지만
서비스업만 회복, 제조업 투자 줄어
경기 침체 논쟁은 실익없는 짓
개혁으로 제조업 부진 해소해야

먼저 연간 성장률로 보면 올해를 침체기라고 할 수는 없다. 한국은행에 의하면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1.1%이다. 전년 동기 대비론 2.8% 증가다. 예상보다 좋은 수준이다. 작년의 경제성장률은 3년 만에 3%대에 올라서 3.1%를 기록했다.
 
향후 북미관계 개선 등 호재도 있어 올해 성장률도 목표수준인 3% 언저리가 될 것이다. 2.8%로 떨어진다는 부정적 전망도 있는데 그래도 우리의 잠재성장률인 2.8% 수준을 달성하고 있으니 올해를 침체기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월별 통계를 보면 경기하강의 조짐이 보인다. 현재의 경제지표는 상반된 시그널을 보여준다. 투자는 감소세인 반면 소비와 수출은 안정적이다. 제조업은 가동률이 저하되나 서비스업은 완만한 회복세다.
 
요약하면 제조업 투자는 감소하고 있으나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소비는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경기논쟁도 결국 같은 통계에 근거하고 있다.  
 
현재가 침체초기라는 입장에는 세 가지 배경이 있다. 첫째, 정부의 단기적 경기부양이 필요하다고 보는 측에서 침체를 주장한다. 이런 까닭에 기업들은 정부에 비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경기 하강국면이 사실일 경우 이에 선제 대응해야 경기침체의 사이클 진폭을 줄일 수 있다. 결국 기재부에는 확장재정을, 한국은행에는 금리동결 혹은 인하를 요구하게 된다. 그러나 올해의 정부예산은 429조원으로서 2017년 대비 7.1%나 증가한 규모이다. 본예산 기준 증가율로 보면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의 10.6%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거기에 최근 3.8조의 추경이 국회승인 되었으니 재정을 지금보다 더 확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요구할 수는 없다. 이런 점에서 단기부양의 필요성은 없다고 생각된다.
 
둘째, 정부정책으로 경기가 하강하고 있으니 정책전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측도 경기침체를 강조한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 비장규직의 정규직화, 법인세 인상 등 현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투자가 부진해졌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제조업의 부진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며 경기변동의 문제도 아니다. 조선, 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의 경쟁력 하락이 근본적인 배경이다.
 
따라서 제조업 부진에 대한 처방은 경기부양이 아니라 강력한 개혁이다. 정부지원 축소와 기업구조조정, 규제완화, 호봉제 폐지, 노사관계 개혁, 대기업 집중완화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개혁은 경기논쟁과 무관하게 당장 시작해야 한다.
 
원론적으로 보면 최근의 정부정책이 제조업 투자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이 전혀 없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소비의 회복세에는 도움이 되었을 수 있다. 최근 정부정책은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키는 반면 소비촉진 효과를 가진다.
 
법인세 인상도 기업 투자엔 부정적일 수 있으나 정부지출을 증가시킨다. 긍정적, 부정적 효과 중 어느 쪽이 큰지 알려면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다만 외국기업과 경쟁이 없는 부문에서는 소비증대의 긍정적인 효과가, 외국기업과 경쟁이 심한 부문에서는 비용상승으로 인한 부정적 효과가 두드러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에서 산업별로 차별화된 정책을 구사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속도조절은 필요하나 제조업 비중이 줄면서 고도화하고 대신 서비스업이 확대하는 것은 하나의 트렌드이다. 한국생산성본부에 의하면 작년 우리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은 5.8% 증가하여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2016년 대비 노동투입(근로자 수×근로시간)은 1.4% 감소했으나 오히려 부가가치는 4.4% 증가했기 때문이다.
 
침체국면이라며 정부를 흔드는 것은 단기부양이 불필요한 상황에서 실익 없는 논쟁이다. 오히려 지금은 기획재정부에 힘을 실어 주면서 근본적인 개혁을 추진하라고 다그칠 시점이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