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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 안해도 좋다" 트럼프 맞벼랑끝 전술

중앙일보 2018.05.23 05:00 종합 1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현지시간) 백악관을 찾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을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현지시간) 백악관을 찾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을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회담 확신" 트럼프  "두고 봐야", 북ㆍ미 정상회담 또 난기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다음달 예정된 북ㆍ미 정상회담에 대한 연기ㆍ취소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를 처음으로 공식 발언해 한국 정부를 당혹하게 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북한이 회담 취소 가능성으로 미국을 압박하자 미국도 회담을 취소할 수 있다는 트럼프식 맞불 카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단독 정상회담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최근 북한의 태도 때문에 북ㆍ미 정상회담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를 걱정하는 게 있는데 저는 북ㆍ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제대로 열릴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북ㆍ미 정상회담 성공에 대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실현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미국 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과거에 실패했다고 이번에도 실패할 것이라고 미리 비관하면 역사의 발전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더구나 정상회담을 이끄는 분이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에선 “한반도의 운명과 미래가 걸려 있는 일이기 때문에 나도 최선을 다해 북ㆍ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돕고 트럼프 대통령과 언제까지나 함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시기 때문에 지난 수십년간 아무도 해내지 못했던 위업을 해내시리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힘을 통한 평화라는 대통령님의 비전과 리더십 덕분에 사상 최초의 북ㆍ미 정상회담이 열리게 됐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세계평화라는 꿈에 성큼 다가설 수 있게 됐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극찬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단독회담 모두발언에서 “싱가포르 회담(북ㆍ미 정상회담)이 열릴지 안 열릴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며 “만일 열린다면 아주 좋은 일이 될 것이고 북한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만일 열리지 않는다면 그것도 괜찮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기자들이 던진 질문에는 "우리가 원하는 특정한 조건이 있는데 그 조건을 얻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만약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회담을 안 할 것”이라고 답했다. “6월에 (회담이) 진행되지 않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고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선 “그가 틀림없이 매우 진지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같이 밝혔다.
 
미국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현지시간) 백악관에 도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안내를 받으며 회담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미국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현지시간) 백악관에 도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안내를 받으며 회담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당초 이날 단독회담은 낮 12시 5분(현지시간)부터 30분 가량 진행되는 방안이 준비돼 있었다. 배석자 없이 통역만 자리하는 단독회담이라 두 정상이 가감 없이 속내를 나누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가 됐다. 단 두 정상이 모두발언을 마친 직후 본격적인 단독회담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자들로부터 몇 가지 질문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런데 모두발언이 끝난 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의 돌발 질문에 계속 응하면서 사실상의 기자회견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낮 12시 7분에 시작됐던 단독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질문을 받아주며 실제 시작이 늦춰졌고 단독회담 종료 시간인 12시 35분을 넘겨서까지 질문과 답변이 계속됐다. 단독회담은 결국 낮 12시 42분에야 시작돼 1시 3분까지 21분간 진행됐다. 단독회담을 앞두고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이 연출된 때문인지 합동 정상회담 땐 예정됐던 두 정상의 모두발언에 대한 언론의 취재가 취소됐다.  
 
기습적인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때처럼 변칙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워싱턴에서 열렸던 첫 정상회담 때 확대 정상회담을 시작하며 돌연 철강 등을 놓고 무역 역조 문제를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취재진 앞에서 미국 통상 책임자들이 한ㆍ미 무역 역조를 문제 삼는 발언을 하도록 하는 기회를 주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정상회담을 마치고 백악관을 나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배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정상회담을 마치고 백악관을 나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배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대북 압박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북ㆍ미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을 거론하며 미국에 양보를 요구하자 트럼프 대통령 역시 역으로 회담 취소 카드로 북한을 압박하는 맞벼랑끝 전술로 나섰다는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과 함께 한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거론해 압박의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북한의 태도 여하에 따라선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 위기로 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이 시진핑 주석과 두 번째로 만난 다음에 태도가 좀 변했다고 생각한다”며 “그에 대해 별로 좋은 느낌이 아니다”라고 중국을 향해서도 공개 경고했다.
 
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연기ㆍ취소 카드를 꺼내면서도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하면 북한 정권의 안전을 보장할지를 질문받고 “그(김정은)의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단언했다. 또 “미국은 한국에 수조 달러를 지원했는데 지금 한국은 보면 얼마나 훌륭한 국가인지 알 것”이라며 “북한도 같은 민족”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 대해선 “나는 이 문제(북한 비핵화)에 관해서 문 대통령에 대해 엄청난 신뢰를 가지고 있다”며 “한국은 문 대통령이 대통령인 점에서 아주 운이 좋다”고 말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회담 결과에 대해 “(두 정상은) 6월 12일로 예정된 북ㆍ미 정상회담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한ㆍ미간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반박했다. 
 
워싱턴=채병건 기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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