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굿모닝 내셔널] 뿔치기·목감아돌리기 … 우공들의 격투기술 UFC 뺨치네

중앙일보 2018.05.18 01:28 종합 20면 지면보기
국내에서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내기(베팅)할 수 있는 ‘싸움판’이 있다. 경북 청도 소싸움이다. 2011년 9월부터 시작된 청도 소싸움은 전통시장에서 슬며시 벌어지는 아마추어 소 싸움판이 아니다. 이종 격투기 UFC처럼 소들의 공인 내기 싸움판이다. 1인당 한 번에 100원~10만원을 걸 수 있다.
 
박진감 넘치는 싸움소들의 한판에 지난해에만 국내외 관람객 67만4251명(매출액 304억원)이 청도 소싸움 경기장을 찾았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관람객은 377만4005명. 내기로 오간 돈만 1111억원에 이른다. 청도 소싸움은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간만 경기(각 12경기)한다. 보통 한해 100여일간 1200여 경기가 열린다.
 
경북 청도 소싸움 경기장에서 싸움소들이 기싸움을 하고 있다. 싸움소들은 ‘뿔치기’와 ‘밀치기’ 등 다양한 격투 기술로 상대를 공격한다. [사진 청도공영사업공사]

경북 청도 소싸움 경기장에서 싸움소들이 기싸움을 하고 있다. 싸움소들은 ‘뿔치기’와 ‘밀치기’ 등 다양한 격투 기술로 상대를 공격한다. [사진 청도공영사업공사]

청도 소싸움이 올해로 8돌을 맞았다. 올해 소싸움 경기는 지난 1월 시작됐다가 최근 잠정 중단됐었다. 구제역 확산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다 지난달 28일 재개됐다. 잠시 숨을 고른 만큼 올해 소싸움판은 더 치열해진 분위기다. 갑종(800㎏~무제한), 을종(700㎏~800㎏ 미만), 병종(600㎏~700㎏ 미만)으로 체급을 나눈 싸움소 320여 마리가 12월까지 1200여 경기를 벌인다.
 
소싸움의 승패는 최대 30분 이내에 상대 소가 힘에 밀려 뒤로 계속 물러나거나 엉덩이를 보이고 달아나면 승부가 갈린다. 그래서 이종 격투기처럼 소싸움판에도 싸움을 계속하겠다는 근성과 투지, 상대를 제압할 격투 기술과 체력이 필요하다.
 
싸움소들은 다양한 격투 기술을 익힌다. 우선 ‘뿔치기’다. 단단한 뿔로 상대의 머리와 몸통을 가격하는 기술이다. 순간 힘을 뿔 주변에 바짝 주고 들이받기 때문에 상대에겐 큰 충격이 전해진다. 두 번째는 소싸움판의 진수라는 ‘뿔 걸이’이다. 상대의 뿔에 내 뿔을 순간적으로 걸어, 체중을 확 실어 순간 목을 비틀어버리는 기술이다. 목이 순간 확 젖어진 상대는 잠깐 호흡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밀치기’도 싸움소들이 꼭 익혀야 하는 기술이다. 머리를 들이받고 무작정 힘으로 미는 것이다. 근력을 이용하는 격투 기술로 상대를 자연스럽게 뒷걸음치게 한다. 고급 기술에 속하는 ‘목감아돌리기’도 있다. 얼굴을 상대 목 아래에 쑥 집어넣어 순간적으로 머리를 흔들며 들어버리는 기술이다. 씨름판 ‘들배지기’와 유사한 기술이다.
 
응용 격투 기술도 있다. ‘모듬치기’, ‘울장치기’ 등이다. 모듬치기는 순간 뒤로 물러났다가 다시 앞으로 뛰어나가는 듯이 상대를 들이받으며 ‘밀치기’하는 기술이다.
 
소싸움 경기장을 싸움소 주인들은 ‘울장’이라고 부른다. 울장치기는 상대 소를 경기장 구석까지 몰아놓고 계속 밀어붙이는 기술. 복싱 경기에서 상대를 코너에 몰아놓고 공격하는 것과 같은 형태다.
 
허남수 청도공영사업공사 경기운영팀 담당은 “경기장에 들어온 소들은 기선 제압을 하기 위해 UFC처럼 눈싸움을 하며 기백을 보여준다. 실제 노려만 보다가 싸움을 피해버리는 싸움소도 있다”고 전했다.
 
싸움소는 강한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일반 소와 달리 먹는 것도, 훈련도 특별하다. 기본 식사로 쇠죽을 하루 두 번 또는 세 번 먹는다. 덩치에 따라 네 번 먹는 싸움소도 있다. 먹는 양은 하루 60㎏ 정도다. 볏짚에 풀과 메주콩·옥수숫가루·쌀가루를 섞어 만든 쇠죽이다.
 
필요에 따라 한약재인 당귀·황기 등이 첨가된다. 십전대보탕과 낙지를 먹는 싸움소도 있다. 과거엔 ‘개소주’를 특식으로 먹은 싸움소들도 있었다고 한다. 여름엔 수박도 먹는다. 영양제를 쇠죽에 섞어 넣어 먹는 소도 있다.
 
훈련 방식도 재밌다. 타이어를 끼운 말뚝을 훈련 도구로 사용한다. 말뚝 아랫부분을 머리로 들이받은 뒤 뿔로 타이어를 들어 올리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200㎏ 타이어를 끌고 공터를 돌고, 주인과 산을 타기도 한다.
 
청도 소싸움은 소싸움 계의 ‘메이저’ 대회다. 경기장에 오르는 싸움소들은 경남 의령, 충북 보은 등 전국 11개 민속 싸움소 대회에서 8강 이상 오른 실력자들이다. 복싱 신인전처럼 치열한 청도 자체 기량검증을 통과한 소들도 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기자 정보
김윤호 김윤호 기자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트렌드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