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노트북을 열며] 구글 시각에서 본 ‘주 52시간 근무’

중앙일보 2018.05.18 01:15 종합 30면 지면보기
손해용 산업부 차장

손해용 산업부 차장

세계적인 혁신 기업 구글에선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다. 근무 중 수영·게임·당구 등도 즐긴다. e메일만 띄우고 짧게는 2주, 길게는 한 달 이상 휴가를 내도 된다. 카페테리아에선 전 세계의 진수성찬을 공짜로 맛볼 수 있다. 이른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의 대표 기업이라고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밖에서 보는 구글과 안에서 느끼는 구글은 온도 차가 있다. 세계 명문대 졸업생들이 밤새워 일하는 곳이 구글이다. 실적 압박에 1년도 안 돼 그만두는 경우도 흔하다. 구글의 평균 근속연수는 3.2년에 불과하다.
 
실리콘밸리에서 1년간 연수차 머무르면서 만났던 한국인 구글러(구글 직원)들도 비슷한 분위기를 전했다. “공짜 카페테리아는 시간을 절약하고 메뉴 선택 고민을 줄여 업무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한국인 1호 구글러 이준영 매니저), “출퇴근 시간을 아껴 일하기 위해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가 잦다”(본사 10년 차 구글러 이동휘 매니저)는 것이다.
 
구글은 인재들이 창의력과 역량을 발휘할 환경을 제공한다. 그리고 구글러는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자신만의 방법으로 일한다. 철저히 일한 만큼 확실히 쉰다는 게 이들이 말하는 ‘워라밸’이다.
 
이달 초 구글 I/O에서 기자단과 만난 전준희 디렉터도 그랬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사원, 제품 출시를 앞둔 직원에게 주 52시간 근무를 강제한다면 회사는 망하게 될 것”이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이스트소프트’의 공동 창업자였던 전 디렉터는 현재 유튜브TV팀을 총괄하는 핵심 개발자다. 그는 “어느 곳에서든 박수를 받으려면 밤낮없이 일해야 한다”며 “진정한 워라밸은 시간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일과 생활의 밸런스를 자율적으로 맞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화하면서 일정 기한 내에서 근로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부작용을 줄일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일본 등 주요 국가는 이 기한을 최대 1년까지 허용한다. 미국은 아예 제한이 없다. 이런 근무 유연성을 바탕으로 이들은 10~11개월 열심히 일하고 한 달 이상 휴가를 떠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구글처럼 말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를 도입하려면 ‘취업 규칙’으로 정할 경우 적용 기한이 2주 이내로 제한된다. 노사 간 서면 합의에 의할 경우에도 3개월을 넘지 못한다. 제품·서비스 출시 3~6개월 전부터 집중 근무에 들어가는 정보기술(IT) 기업 등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과도한 근로를 줄이자는 취지에 토를 달긴 어렵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일해 인정받으려는 것조차 원천봉쇄하는 것은 부작용이 크다. 제도 연착륙을 위해서라도 적용 기한을 늘리는 융통성을 발휘하는 게 필요하다.
 
손해용 산업부 차장
기자 정보
손해용 손해용 기자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트렌드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