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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등서 하락세 반전 … 강남 부동산 2007년 데자뷔?

중앙일보 2018.05.17 00:02 경제 3면 지면보기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 주택시장이 현기증을 일으킨다. 아파트값 상승세가 하늘을 찌르더니 금세 기운이 빠졌다. 강남 시장 움직임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것은 10여년 전인 2007년 상황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잇단 주택시장 규제와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집값 흐름이 같다. 2007년은 2000년대 초·중반 집값 급등기를 마감하고 강남권부터 집값이 약세로 돌아선 시기다.
 
지난해 말 이후 강남권 주택시장 흐름이 2006년 급등세에서 2007년 하락세로 넘어가는 과정과 닮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강남권 주간 아파트값이 4월부터 약세로 반전했다. 서초구가 4월 초에, 강남구와 송파구가 한 주씩 뒤이어 하락세로 돌아섰다. 4월까지 ‘플러스’이던 월간 변동률이 5월엔 ‘마이너스’가 예상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앞서 강남권 맏형인 강남구만 보더라도 지난해 8·2 대책 후 9월 잠깐 하락세를 보인 아파트값이 10월부터 뛰었다. 올해 들어 3월까지 3개월간 가격 상승률이 7.27%로 2006년 초(7.32%)와 맞먹는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3월까지 6개월간은 10.28%다. 그러다 월간 상승률이 4월 0.2%로 뚝 떨어졌고 이달엔 0.1% 정도의 하락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매매 거래량도 마찬가지다. 2, 3월 각각 700건을 넘겼던 강남구 아파트 거래 신고 건수가 4월 200건 아래로 내려갔다. 5월 한 달의 절반인 15일 현재 70여 건이다. 강남권 전체로는 3월 2100여 건, 4월 600여건, 5월 200여 건이다. 2007년에도 강남권은 2006년의 ‘광풍’ 직후 빠르게 식었다. 2006년 11월 한달에 6% 대까지 올랐던 강남구 아파트값은 2007년 2월부터 하락세를 이어갔다. 한 달에 1000건을 넘겼던 거래건수도 200건 정도로 급격히 줄었다.
 
2007년과 올해 주택시장에는 공통적으로 앞서 발표된 정부의 고강도 대책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8·2 대책과 2005년 8·31 대책이다. 이들 대책 발표 후 전방위 규제가 잇따라 시행됐다.
 
2006년 9월 재건축 단지의 집값 상승분에 부과하는 재건축부담금제(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시행에 들어갔다. 환수제는 2013년부터 5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1월 부활했다. 2006년과 올해 초 안전진단이 강화돼 재건축 문턱이 높아졌다.
 
2007년 1월부터 2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됐다. 올해 4월부터 2주택 이상 보유자가 매도한 주택에 최고 20% 포인트를 가산한 양도세가 나온다.
 
대출 옥죄기도 비슷하다. 정부는 지난해 8·2대책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을 낮춘 데 이어 지난 3월 말부터 DTI보다 더욱 까다로운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을 도입했다. 2006~7년엔 DTI 강도가 단계적으로 세졌다. 2006년 3월 투기지역 6억원 초과 아파트를 대상으로 적용한 DTI 40%가 그해 11월 수도권 투기과열지구로 확대됐다. 2007년 1월 대출금 1억원 초과로 다시 강화됐다.
 
금리는 상승세였다. 2006~7년 모두 5차례에 걸쳐 기준금리가 올라갔다. 지난해 11월 기준금리가 1.25%에서 1.5%로 인상됐다. 올해도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
 
여기다 2007년과 달리 올해 강남권 주택시장에 악재가 더 있다. 입주 태풍이다. 올해 강남권에 입주 예정인 아파트가 1만5000여 가구로 2015~17년 3년치와 비슷하다. 특히 올 연말에 준공하는 1만 가구 가까운 송파구 가락동 송파헬리오시티가 태풍의 눈이다. 입주가 아직 8개월 정도 남았는데도 벌써 전세 물량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올해 서울 전체 입주 예정 물량도 3만5000여 가구로 2015~17년 연평균 입주 물량보다 6000가구가량 많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위원은 “입주 물량 급증으로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확 늘면 그러잖아도 규제로 위축된 수요가 더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당분간 강남권 주택시장이 약세를 보이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되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거실태조사에서 서울 시민 80%가 내집 마련 의사를 보일 정도로 잠재된 주택 수요가 많다”며 “각종 규제로 신규 주택 공급이 줄게 되면 집값이 다시 들썩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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