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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엘리엇 공격에 반격 나선 현대차 국내 우군

중앙일보 2018.05.17 00:02 경제 1면 지면보기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두고 국내 기업들과 국외 일부 금융투자기관이 정면으로 부딪쳤다. 금융 투자자에게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국외 자문사들이 일제히 지배구조 개편에 반대 의견을 내놓자 국내 상장사를 대표하는 단체들이 이를 반박했다.
 
국내 2000여 개 상장 기업을 대표하는 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는 16일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 촉구를 위한 상장회사 호소문’을 발표했다. 국내 기업이 자발적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일부 행동주의 펀드가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은 정책 당국이 긍정적으로 평가했을 뿐만 아니라 증권가도 글로벌 자동차 산업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본다”며 “하지만 일부 행동주의 펀드가 이에 반대하면서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는 등 경영권에 과도하게 간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앞서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로 꼽히는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글래스루이스는 15일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와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유는 자신들의 고객인 투자자 입장에서 지배구조 개편이 손해라고 봐서다. 1900개 기관투자가를 자문하는 ISS는 “현대모비스 주주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거래”라고 주장했고, 1300개 기관투자가를 자문하는 글래스루이스도 “(현대모비스가 현대글로비스에) 매각할 자산 가치를 과소평가했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 지분 중 48%는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 자문사의 판단은 외국인 주주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현대차그룹은 16일 이들의 주장에 대해 강도 높은 해명자료를 냈다. “자본시장법 등 국내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주장을 한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ISS는 ▶사업적으로 합리적 근거를 설명하지 않았고 ▶개편 후 시너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타당·부당 여부를 떠나 현대차그룹이 여러 차례 사업 개편의 구조를 설명했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 주주에게 손해라는 ISS의 주장도 따져보면 빈약하다고 반박했다. 현재 현대모비스 주식 100주를 보유한 주주는 지배구조 개편 후 현대모비스 주식(79주)을 보유하면서 현대글로비스 주식(61주)도 추가로 갖게 되기 때문이다. 23만8500원짜리(15일 종가 기준) 현대모비스 주식이 27만5100원(현대모비스 18만4515원+현대글로비스 9만585원)으로 뛰기 때문에 현재 주가로만 계산해도 이익이라는 주장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외 기관투자가·자문사가 적극적으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반대하는 속내는 과거보다 시세차익을 충분히 누리지 못해서”라고 귀띔했다. 외국인 기관투자가는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가 각각 분할해 지주사를 설립하고 사업부문을 분사한다고 예상하고 3사에 투자한 경우가 많다. 당시 3사가 기업분할·합병하면 주가는 각 사별로 최소 41~61% 상승한다는 컨센서스가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주식을 모두 10억 달러(약 1조원)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현대차그룹이 예상과 다른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하자 투자수익률 50%를 꿈꾸던 이들의 기대수익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줄줄이 자사주 소각, 배당성향 강화 등 주주친화정책을 내밀어도 꿈쩍하지 않는 배경이다. 이 관계자는 “이번 거래로 ▶공정위는 지배구조를 손보고 ▶국세청은 세금을 받고 ▶대주주는 승계 작업을 일부 추진하는 등 나름 이득을 보는 데 비해 ▶자신들만 손해라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번 현대차그룹 출자구조 개편을 담당한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시장 예측에 실패하면 기대수익이 감소하는 건 금융시장의 당연한 원리”라며 “투자자가 기대수익이 감소한다는 이유로 기업 지배구조를 원하는 방식으로 개편하라고 요구하면 이를 기업이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대주주가 상속세를 제대로 납부하는 현대차그룹은 도덕적 흠결도 적어 국외 투자자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일 이유도 없다. 결국 양측은 오는 29일 현대모비스 임시주주총회에서 위임장 대결을 통해 승부를 가릴 전망이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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