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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스토리] "홍보 어려운 시민단체 도우려 펄떡이는 생선처럼 신선한 디자인 만들죠"

중앙일보 2018.05.17 00:02 2면 지면보기
 비영리단체와 파트너십을 갖고 일하는 디자인회사가 있다. 바로 디자인생선가게다. 디자인생선가게 조진희(사진) 대표는 비영리단체뿐 아니라 기업 사회공헌팀이 지닌 가치를 명확히 하고 구체화 시키는 데 기여하려는 의지가 가득했다. 디자인 영역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매개체의 역할을 마다치 않는 ‘착한 디자인 회사’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조 대표와의 일문일답.
 
 -디자인생선가게 설립 계기는.
 “첫 번째 변화의 계기는 사내 직무공모였다. 당시 한 대기업 홍보팀에서 근무했는데 사회공헌팀이 신설되면서 사회에 공헌하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자원했다. 일하면서 수많은 비영리단체를 만났다. 후원자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제대로 된 홍보물 하나 없이 후원자를 모집하고 있었다. 대기업 홍보팀 사정도 같았다. 대형 기획사와 협업해 홍보물을 제작했지만 사회공헌에 관한 노하우나 이해가 부족해 적합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며 비영리단체에 맞는 디자인을 하는 디자인 회사를 설립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2003년 설립했다.”
 
 -‘디자인생선가게’라고 이름을 지은 이유는.
 “기업의 사회공헌팀에 있을 때 디자인 회사 명함을 정말 많이 받았다. 그런데 대부분 상호가 비슷했고 특징이 없었다. 누구나 한 번만 들으면 기억할 수 있는 상호를 만들고 싶었다. 작은 업체 하나하나 꼼꼼히 돌보는 디자인 회사라는 이미지도 담고 싶었다. 그러다 생선가게가 떠올랐다. 본래 생선은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조금만 관리를 잘못하면 고약한 비린내가 난다. 이것이 디자인과 아주 똑같다고 생각했다. 디자인은 조금만 식상해도, 조금만 정성을 덜 들여도 디자인으로 가치를 잃는다. 펄떡이는 생선과 같은 신선한 디자인을 하자는 생각에 디자인생선가게라고 짓게 됐다.”
 
 -디자인 회사가 비영리단체나 기업의 사회공헌팀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는 비영리단체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제대로 돕지 못하는 모습이 가장 안타까웠다. 기업의 사회공헌팀도 그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보니 제대로 된 지원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다. 비영리단체나 기업의 사회공헌팀은 ‘이익’을 사업의 목적으로 삼지 않는다. 디자인 회사를 설립해서 가치를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디자인의 영역에서 디자인 기획과 홍보물만 제대로 만들어도 비영리단체의 조건이 훨씬 나아질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사회공헌팀에게도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유지하면서 효율적인 재정지원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 회사가 제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립 당시 상황을 자세히 이야기하면.
 “단기적인 수익을 좇기보다는 가치 있는 일을 우선했다. 디자인생선가게는 설립 당시 회사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수익의 1%만 기부’하는 소극적인 기부방법을 택하고 공기업과 대기업의 디자인 홍보물을 만드는 일에 전념했다. 남다른 디자인 컨설팅과 디자인 역량으로 한 번 인연을 맺은 기업은 꾸준히 디자인을 의뢰해 왔다. 그렇게 10년 동안 회사를 안정권에 안착시킨 후 5년 전부터 비영리단체 전문 파트를 만들어 영역을 확장했다.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 비영리단체를 돕는 일을 하고 있다”
 
 -디자인생선가게만의 역량은.
 “우리는 디자인 컨설팅을 한다. 디자인적으로 실현 가능한 문제 해결 방안을 제안한다. 모든 직원에게 ‘알고 디자인하자’는 것을 강조한다. 복지관 일을 맡았을 때는 직원과 함께 복지관을 방문해서 장애인분들을 만난다. 알고 디자인하면 더 깊은 디자인이 나온다. 비영리단체를 위한 파트를 만들어 영역을 확장하면서 본격적으로 비영리단체에 특화된 디자인을 하기 시작했다. 광고주의 입장에서 디자인 컨설팅을 해오던 노하우를 기반으로 비영리단체마다 아이덴티티를 부여하는 디자인을 기획했다. 우리와 함께했던 비영리단체의 후원자 수가 늘고 열악한 상황이 나아지면서 비영리단체 사이에서 우리는 믿음직한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다.”
 
 -‘2017 NPO 파트너 페어’에도 참가했다.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시 NPO지원센터가 주관한 행사다. 이 행사는 비영리단체 관계자들이 직접 필요성을 요구해 개최된 것이라 더 의미 있다. 비영리단체와 기업, 전문가, 지원기관이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NPO 파트너 페어를 통해 비영리단체 산업생태계가 구축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스 전체를 생선 비늘로 꾸며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작은 시민단체는 컨설팅을 받기 어려울 텐데.
 “그래서 일 년에 한 번씩 매년 5인 미만의 비영리단체 중 한 곳을 선정해서 디자인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에 선정된 곳은 ‘아동복지실천회 세움’이라는 곳이다. 수감자의 자녀들을 후원하는 단체다. 뜻깊은 작업이 될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사회복지사나 비영리단체 실무자, 기업의 사회공헌팀 실무자를 위한 기초적인 디자인 기획과 제작물에 관한 교육을 하고 싶다. 기존의 공기업이나 대기업 디자인 작업은 계속할 것이다. 비영리단체에 파트를 더욱 확장해 기업 사회공헌팀과의 협업도 이룰 계획이다. 홍보가 어려운 작은 시민단체에 도움을 주는 작업도 지속할 예정이다.” 
 
배은나 객원기자 bae.eun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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