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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핵화’를 보는 중국의 충격적인 4가지 속셈

중앙일보 2018.05.15 18:01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는 3가지 원칙이 있다. 평화·안정, 비핵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다. 90년대 이후 변한 적이 없다.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해도 중국은 이 원칙만을 녹음기처럼 틀어대며 한국과 미국에 냉정을 촉구했다. 그런 한반도에 요즘 '격변'의 돌풍이 불고 있다. 매일 메가톤 급 뉴스가 쏟아져 어지러울 지경이다.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리에 끝났고 북미 정상회담이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김정은 위원장(좌)이 다롄에서 시진핑 주석과 회담하고 있다. [출처: 신화망]

김정은 위원장(좌)이 다롄에서 시진핑 주석과 회담하고 있다. [출처: 신화망]

 
5월 7일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회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이 다롄(大連)에서 '번개 정상회담'까지 했다. 40여 일 만에 두 번째 북중 정상회담이다.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를 앞세운 미국의 핵 폐기 압박에 중국과의 연대를 통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차이나 패싱'을 막고 향후 한반도 영향력 강화를 노린 중국의 속셈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 모두가 북핵 비핵화를 위한 현란한 서곡이다. 이쯤에서 질문 하나를 던져보자.  

중국이 보는 비핵화가 한국 혹은 미국이 생각하는 비핵화와 일치하는 개념일까.

아니, 최소한 한국이 그리는 비핵화 이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통일을 염두에 두고 있는 걸까. 지금까지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 특히 요즘 갑자기 북한을 보물처럼 대하는 중국의 돌발적 외교 행보를 보면 섣불리 '예스'라고 말하기 힘들다. 중국은 최소한 4가지 면에서 한국 혹은 국제사회의 합리적 비핵화 접근법과 다른 셈법을 갖고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첫째, 중국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북핵 폐기를 넘어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도 걷어내야 한다는 외연적 의미를 갖고 있다. 미중 군사 충돌 시 예상되는 미국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막아보려는 비핵화 개념 확대다.  
한국과 북한 역시 한반도 비핵화에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생각하는 유사시 동북아 전력 균형자로서의 미국의 역할을 배제하는 비핵화에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 4·27 판문점 선언을 보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는 조항이 있다. 이는 북핵 폐기와 핵 개발 능력을 가진 한국에 대한 미래 핵 개발 금지를 강제하는 조항이지 미국의 핵우산을 제거하는 의미로 해석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 안정 보장은 북한의 CVID와 미국의 CVIG(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 보장)의 교환 방식으로 이뤄지는 게  합리적이고 또 남북한이 공감하고 있다.  
다롄 해변가를 걷는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 [출처: 신화망]

다롄 해변가를 걷는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 [출처: 신화망]

중국은 북한이 미국과 북핵 폐기에 합의하고 한국의 핵우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경우 자국이 전략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5월 7일의 다롄 정상 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김정은에 이 같은 중국의 입장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 중국은 한반도 평화에 앞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 훼손을 더 두려워하고 있다. 중국 외교의 51%가 미국이라는 건 상식이다. 달리 말하면 중국 외교 대부분은 대미 외교의 종속 변수라는 뜻이다. 한반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 생존 문제로 북핵을 접근하고 미국은 자국에 대한 위협에 방점을 찍고 다룬다.  
 
그러나 중국은 미중 관계 프레임 속에서 자국의 전략적 이익과 연계해 북핵을 본다. 미국을 상대하는데 북핵이 이로운 지 해로운 지를 먼저 생각한다는 얘기다. 중국 외교계의 오랜 화두, 핵을 가진 북한이 중국에 전략적 자산이냐 부담이냐 하는 질문이다. 지금까지 중국은 북한을 대미 완충지대와 대미 협상카드로 활용하며 전략적 자산으로 봤다. 그래서 북한이 6번이나 핵실험을 해도 대북 송유관 잠그지 않았다. 그런 북한이 비핵화를 하겠다고 하니 중국은 북한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전면적  재고를 할 수밖에 없다.  
북핵 문제가 대화 모드로 급선회했다 [출처: 지청 차이징]

북핵 문제가 대화 모드로 급선회했다 [출처: 지청 차이징]

 
특히 비핵화가 예상대로 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북미수교→북일 수교 코스를 밟게 되면 '대미 완충' 카드의 자산 가치는 추락할 게 뻔하다. 그래서 중국은 북핵의 단계별 핵 폐지를 지지하며 단계 별 국익 극대화 전략을 모색 중이다.

 
셋째, 주한 미군과 사드 문제다. 중국은 주한 미군의 존재 이유를 북한 위협으로부터의 한국 방어로 규정하고 있다. 비핵화로 그 위협이 제거되면 미군의 한국 주둔 당위성이 없어진다는 논리다. 지금 공개적으로 말은 안 하지만 중국은 남북 종전 선언과 평화 협정이 체결되는 과정에서 미군 철수 카드를 꺼낼 게 뻔하다. 비핵화 이후 주한 미군은 한국 방어용이 아니라 중국 위협 용이라는 주장을 펼 것이다.  
 
북한 역시 김일성 이후 줄기차게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 한데 김정은 위원장은 요즘 북한 비핵화 이후에도 주한 미군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이야 급해서 중국과의 연대를 꾀하지만 미군 없는 한반도에서 중국이 어떤 행세를 할지 '안 봐도 비디오'라는 게 북한의 인식일 것이다. 비핵화 이후 동북아 전략적 균형자로서의 미군의 존재 가치를 김정은도 인정하는 것이다.
 
[출처 : 셔터스톡]

[출처 : 셔터스톡]

 
중국은 북한 비핵화 이후 한미 동맹이 군사동맹에서 가치동맹으로 진화하는 것도 경계하고 있다. 한미가 북핵 위협이 제거되면 주한 미군의 존재 이유를 한미 가치동맹에서 찾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가치동맹은 2012년 6월 김성환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 처음 언급했다. 한국과 미국이 공유하는 가치를 위해 동맹을 맺는다는 것인데 한국의 보수 세력 상당수가 이를 지지하고 있다. 말하자면 미국이 한국과 공유하는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위해 중국과 충돌한다면 한국이 미국 편에 설 것이라는 우려다.  
 
여기에 미국과 거의 가치동맹 수준인 일본이 합류하면 사실상 한미일 군사 동맹이 된다. 이는 중국이 가장 싫어하는 동북아 전략적 불균형이다. 물론 현재로선 그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중국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도 대비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시진핑 주석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주한 미군 철수에 한목소리를 내자고 구슬려야 하는 처지다.  
 
그나마 중국이 요즘 위안을 삼는 것은 미국에서 흘러나오는 주한미군 감축 혹은 철수론이다. 뉴욕타임스가 얼마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 검토를 지시했다고 전했는데 중국으로선 이런 '낭보'가 없다. 백악관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지만 중국은 제발 사실이길 고대할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주한 미군이 철수한다 해도 곧바로 대만과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견제를 위해 투입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중 전선의 이동이지 미군의 위협 제거가 아니라는 얘기다.  
 
도쿄에서 포즈 취한 한중일 정상(중국은 리커창 총리) [출처: 신화망]

도쿄에서 포즈 취한 한중일 정상(중국은 리커창 총리) [출처: 신화망]

 
중국은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사드 문제도 거론할 것이다. 중국은 그동안 사드가 북핵 위협과는 관계가 없고 중국 미사일 탐지를 위한 것으로 규정하고 한국에 무자비한 경제적 보복을 가했다. 그러나 북핵이 제거되면 중국은 이제 북한 위협이 제거됐으니 사드를 철수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이미 리커창 중국 총리가 5월 9일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드 문제를 적절히 처리할 것으로 믿는다"며 우회적 경고를 했다. 북핵과 관계없다던 사드가 갑자기 북핵과 동거하는 사드로 돌변한 것이다. 국익을 위해 중국은 어제 한 말도 모른 체한다.  
 
[출처: 통일부]

[출처: 통일부]

넷째, 먹고사는 문제다. 중국 경제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개혁 개방 이후 10%를 넘었던 고도성장은 2013년 이후 7%대 중속 성장으로 돌아섰고 2016년 이후엔 그마저 6%대로 내려앉았다. 과잉 설비와 과잉 생산, 그리고 생산의 비효율성, 고부가가치 제품 결  핍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결과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그 돌파구를 찾기 위해 2013년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를 제창하고 여기에 중국 경제의 미래를 걸고 있다. 그러나 일대일로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군사 패권 등을 우려한 주변국 반발도 만만찮아 순탄치 않은 게 현실이다. 그래서 주목한 곳이 바로 북한이다. 3000조원에 달하는 북한의 자원과 무한대에 가까운 인프라 시장, 여기에다 동해와 태평양으로 나갈 수 있는 군사 항구까지 북한의 경제 전략적 가치는 엄청나다. 이 같은 국가 장기적 전략 아래 중국은 지난 20여 년 동안 끊임없이 북한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무산 광산 등 북한의 주요 자원 상당수 개발권이 이미 중국 손에 넘어갔거나 넘어가고 있는 중이다.
 
[출처: 광물자원공사]

[출처: 광물자원공사]

 
여기에 태평양 진출과 일본 견제를 위한 동해안 항구 확보는 중국 대양해군 전략의 핵심이다. 90년대부터 중국이 나선지구(나진 선봉 경제특구) 부두 건설에 투자하고 그 지분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는 이유다. 특히 중국에서 서쪽으로 진출하는 일대일로 전략을 동쪽으로 확산하는 거점으로 북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국과 북한의 철도가 이어질 경우 이는 곧바로 중국 횡단 철도를 따라 유럽까지 연결된다. 중국은 북한에 거점을 확보하면 한국과 일본까지 물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중국이 북핵 폐기를 보는 시각은 이렇게도 한국과 다르다. 북한 비핵화도 쉽지 않지만 그 뒤에 숨은 중국의 또 다른 북핵 셈법을 경영하고 관리하는 문제는 더 어려울 수 있다. 한반도의 봄은 북핵 폐기만으로 오는 게 아니다.  
 
 
베이징=차이나랩 최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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