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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잡음에 무소속 '백색 돌풍' 이어지는 TK 선거판

중앙일보 2018.05.15 11:17
6·13지방선거 자유한국당 구미시장 후보 공천을 신청했다가 1차 여론조사에서 탈락한 김봉재 예비후보 지지자 50여명이 지난달 24일 오후 '근조 자유한국당'이라고 적힌 관을 들고 경북도당 당사에 몰려가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6·13지방선거 자유한국당 구미시장 후보 공천을 신청했다가 1차 여론조사에서 탈락한 김봉재 예비후보 지지자 50여명이 지난달 24일 오후 '근조 자유한국당'이라고 적힌 관을 들고 경북도당 당사에 몰려가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통적인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은 이번 지방선거에선 '붉은색 일색'이 아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이 속출하면서다. 대부분은 한국당 공천 결과에 불복하고 탈당해 흰색 옷을 입은 후보들이다. 무소속 후보끼리 힘을 합쳐 '무소속 연대'를 구성한 곳도 있다. TK에 이른바 '백색 돌풍'이 불고 있다. 
 
15일 현재까지 TK에서 지방선거 예비후보에 등록한 후보는 145명(대구시장 3명·경북도지사 5명·대구 기초단체장 28명·경북 기초단체장 109명)이다. 이 중 무소속으로 출마한 예비후보는 40명(27.6%)에 달한다. 
 
백색 돌풍이 불어닥친 가장 큰 원인은 3선 도전 단체장에 대한 '교체지수' 적용이다. 한국당이 정한 교체지수는 3선 출마에 나선 현역 단체장들에게 매겨지는 점수다. 비공개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된다. 교체지수가 적용돼 공천에서 배제된 단체장은 대구 달성군과 경북 안동·예천·경주·울진 등 5곳의 시장·군수들이다. 이들 단체장은 모두 당의 공천 결과에 항의한 뒤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6·13 지방선거 자유한국당 후보 공천에서 탈락한 최양식 경주시장 지지자를 비롯한 경산, 의성 등 경북지역 주민들이 지난달 18일 오전 경북도당을 방문해 공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김석기 도당위원장(가운데)에게 거세게 항의하자 김 위원장이 공천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6·13 지방선거 자유한국당 후보 공천에서 탈락한 최양식 경주시장 지지자를 비롯한 경산, 의성 등 경북지역 주민들이 지난달 18일 오전 경북도당을 방문해 공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김석기 도당위원장(가운데)에게 거세게 항의하자 김 위원장이 공천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특히 일부 후보 지지자들은 한국당 경북도당 당사를 점거하거나 김석기 한국당 경북도당위원장에게 물리력을 동원하면서 거칠게 항의했다. 이 때문에 공천관리위원회 회의를 당사가 아닌 호텔을 옮겨다니면서 여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광역·기초의원 공천에 대한 반발도 심각하다. 대구시의회는 지난 선거에서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아 당선된 의원 27명 중 불과 4명만 재공천을 받았다. 이에 반발한 대구시의원 예비후보 14명은 지난 10일 '무소속 연대'를 출범했다.  

지난 10일 대구시의회 3층 회의실에서 대구시의원 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예비후보 14명이 무소속 연대 결성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권혁 예비후보]

지난 10일 대구시의회 3층 회의실에서 대구시의원 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예비후보 14명이 무소속 연대 결성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권혁 예비후보]

무소속 연대 측은 "대구에서 역사상 유례 없는 파행 공천·밀실 공천이 이뤄졌다. 국회의원 눈치만 보고 국회의원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정당 후보들보다 시민만 쳐다보고 시민을 주인으로 모시는 참일꾼, 무소속을 당선시켜달라"고 호소했다. 또 "조만간 대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기초단체장 후보들을 영입하고 다른 무소속 기초의원들도 무소속 연대에 함께 하겠다"고 밝혀 무소속 연대의 규모 확대를 예고하기도 했다.
 
대구에 이어 포항에서도 지난 14일 무소속 연대가 결성됐다. 한국당 광역·기초의원 공천 탈락자들이 중심이다. 이들은 "정당정치의 모순과 한계를 실감해 무소속 연대라는 새로운 무대에 서게 됐다"며 "무소속을 상징하는 흰색 옷을 입고 유세를 펼치고 공동 공약도 발굴할 방침"이라고 했다.
지난 14일 오전 경북 포항시 시도의원에 출사표를 던진 장두욱(경북도의원) 예비후보 등 10명의 후보들이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 무소속연대 결성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 후보들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공천심사에서 탈락한 후보들이다.[뉴스1]

지난 14일 오전 경북 포항시 시도의원에 출사표를 던진 장두욱(경북도의원) 예비후보 등 10명의 후보들이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 무소속연대 결성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 후보들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공천심사에서 탈락한 후보들이다.[뉴스1]

 
한국당 탈당 인사들의 무소속 출마는 한국당의 'TK 텃밭'에 상당한 위협이 될 전망이다. 당 이름표를 떼고 출마하더라도 이들 후보의 지지율이 만만치 않아서다.  
 
공천에서 배제돼 조성제 한국당 예비후보와 맞붙게 된 김문오 대구 달성군수를 비롯해 최양식 경주시장, 권영세 안동시장, 임광원 울진군수, 이현준 예천군수 등이 현직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지지율 사수에 힘을 쏟고 있다. 이들이 무소속 연대와 힘을 합칠 경우 TK 선거 판세가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TK에서 불고 있는 '백색 돌풍'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한국당 공천 탈락자들이 당의 결정에 불복해 출마한 것일 뿐이란 비판이 나오는 반면 무소속 출마자들의 승리가 한국당 일색인 지역 정치판에 새 바람을 불러올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당 한 관계자는 "무소속 연대 후보 중 상당수는 한국당 공천에 목을 매다 떨어져 반발해 탈당한 인사들"이라며 "이들은 자신의 권력욕을 지키기 위해 정당정치를 거부했다"고 비난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개인적으로 볼 때 이번 선거의 판도를 뒤집을 만한 영향력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과거처럼 '보수는 TK에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생각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하는 움직임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대구·안동=김윤호·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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