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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주거' 가로 막는 붕어빵 아파트 문화

중앙일보 2018.05.15 07:00
[더,오래] 손웅익의 작은집이야기(11)
세종시 신축 아파트 전경. [중앙포토]

세종시 신축 아파트 전경. [중앙포토]

 
아파트는 우리가 사는 집의 대명사다. 아파트는 전국에 분포하는 주거형태의 60%를 넘었다. 지역에 따라서 94%를 넘는 곳도 있다. 그 지역 전체가 아파트라는 이야기다. 세종시 등 신도시의 아파트 비율이 특히 더 높다. 북한산에 올라 내려다보면 서울도 그렇고 경기도 일대도 온통 아파트 단지다.


자연환경 파괴하는 괴물 아파트
지방도 예외가 아니다. 농·어촌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단독주택 중에 빈집이 많이 생겼다. 논 한가운데 덩그러니 서 있는 고층 아파트는 양복 입고 논일을 하는 사람처럼 어색해 보인다. 자연환경도 고려하지 않는다. 산을 자르고 수목을 다 밀어버리고 산 중턱에 우뚝 서 있는 아파트 단지들은 거대한 괴물 같다.
 
이렇게 아파트가 주거형태의 대세가 된 가장 주요인은 ‘편리함’일 것이다. 과거 건축기술이 좋지 않던 시절에 지어진 단독주택은 단열이 잘 안 돼 있어서 겨울에 춥다. 관리하기도 힘들고 몇 년 지나면 수리할 곳도 많이 생겨 단독주택에 살아본 대부분의 사람은 불편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단독주택의 이러한 불편함과 인구의 도시 집중화로 인한 수요가 맞물리면서 아파트가 급팽창하게 됐다. 
 
규모별로 거의 유사한 평면구조와 외형으로 대량생산돼 전국 어디를 가나 평소 사는 동네 같고 별 어색함이 없다. 여기서 어색함이 없다는 것은 획일화됐다는 의미다. 다양성이 존재하면서 서로 간의 조화를 이루는 것을 통일성이라 한다면, 아파트 문화는 획일화라고 해야 한다. 지역의 특별함은 그곳의 주거형태가 큰 몫을 한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를 고려하고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주거형태를 고민해야 한다. 
 
특히 오랜 세월 유지되고 있는 공동체 문화를 더 활성화할 수 있는 공간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결국 지역적인 특색을 반영한 다양한 형태의 주거는 그 지역 거주자의 삶의 질을 높일 뿐만 아니라 관광자원도 된다. 지방 사람들이 특별함을 찾아서 도시를 여행한다면, 도시 사람들도 마찬가지 이유로 지방을 여행한다. 그런데 별 어색함이나 특별함이 없다면 굳이 찾을 이유가 없다.
 
신축 공사가 한창인 위례신도시 단독주택들. [사진 LH]

신축 공사가 한창인 위례신도시 단독주택들. [사진 LH]

 
공간은 그곳에 사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늘 생활하는 공간이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끼친다는 말이다. 유사한 형태, 공간, 색상에 익숙해진 우리는 그래서 타인도 나와 비슷하다고 착각하는지도 모른다. 즉, 타인의 다름을 잘 인정하지 않게 됐다.
 
요즘 학생들은 자유로운 복장에 삼색 슬리퍼를 신고 백 팩을 짊어지고 다닌다. 과거 머리를 짧게 깎고 똑같은 교복을 입고 다니던 학창시절이 있었다. 머리카락 길이, 복장 상태, 신발 색깔까지 정해져 있었고 가방을 옆구리에 끼고 다닐 수도 없었다. 모자를 기울여 쓸 수도 없고 심지어 바지 호주머니에 손을 넣지 못하도록 호주머니를 없앤 교복을 입게 했다. 
 
그들은 성장기에 획일화의 틀 속에서 특별함이나 다름은 공동체의 규범을 어기는 것으로 배우고 그렇게 알고 살았다. 주관식 시험보다는 답이 명확한 객관식 시험에 익숙한 그들은 네 가지 혹은 다섯 가지 문항 중에 답을 찾아내는 데 익숙해 있다.


획일화 틀 속의 시니어들, 심각한 소통 문제
그렇게 획일화의 틀 속에서 익숙하게 살았고 언제부턴가 아파트라는 획일화한 공간에서 살고 있다. 계속 획일화의 연장 선상에 살게 된 것이다. 이렇게 획일화의 강요 속에 오랜 세월 살아온 시니어들은 타인의 생각과 행동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을 힘들어한다. 그러한 현상은 여러 시니어 커뮤니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 카페나 다수가 활동하는 SNS에서도 시니어 간에 종종 논쟁이 벌어지곤 한다. 대부분 소통이 잘 안 돼서 발생하는 문제고 그러한 문제 때문에 커뮤니티에서 이탈하는 시니어도 많다.
 
몇 년 안에 1인 가구가 30%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1인 시니어 가구는 더 증가할 것이다. 이러한 현상과 맞물려 소형 아파트 인기가 높다. 그러나 혼자 사는 아파트는 많아지는데 함께 모여 살 수 있는 ‘공동체 주거’는 없다. 최근에 대학가 인근에 많이 생기고 있는 셰어하우스라고 하는 도시 공동체 주거유형이 대표적이다. 거실과 주방, 방 등을 공유하며 함께 사는 형태를 말한다. 주로 대학생 등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다. 이들은 공간을 나눠쓰는 불편을 감수하지만 공동체를 이루며 1인 가구의 단점을 보완한다. 
 
시니어 층에서도 이런 수요는 이미 팽배한 데도 시니어를 위한 공동체 주거가 등장하지 않는다. 아직 시니어들이 공동체 주거에 함께 모여 살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을 건설업자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공동체 주거에서 함께 살려면 타인의 삶의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이에 대한 준비가 아직 안 되어 있다. 획일화된 건축공간이 상당한 원인제공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볼 때 앞으로 건축공간이 어떻게 변해야 할지 명확하다.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시사 하는 바가 많다.
 
손웅익 프리랜서 건축가·수필가 badaspac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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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웅익 손웅익 프리랜서 건축가. 수필가 필진

[손웅익의 작은집이야기]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 더위와 추위를 피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한 집, 투자와 과시의 대상으로의 집에서 벗어나 집은 살아가는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건축가이자 수필가인 필자를 통해 집의 본질에 대해, 행복한 삶의 공간으로서의 집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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