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1995년 ‘학교생활기록부’ 도입…수시 늘면서 영향력 커져

교육부가 지난달 발표한 학생부 개선 시안에 따르면 내년 고1부터는 수상경력·자율동아리·소논문 등을 학생부에 쓰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해 교육부가 학생·학부모·교원·입학사정관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사교육 유발 가능성이 높은 항목 1위는 ‘수상경력’, 2위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으로 나타났습니다. 불필요한 항목의 경우 학생·학부모는 ‘수상경력’을, 교사·입학사정관은 ‘자율활동’을 꼽았습니다.
학생부는 말 그대로 학생의 학교생활을 기록한 문서입니다. 교과 영역과 비교과 영역으로 나뉘는데요. 교과 영역은 중간고사·기말고사 등에서 받은 성적, 비교과 영역은 교과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말합니다. 학생의 출결, 수업 참여 태도, 동아리 활동, 독서기록 등이 비교과에 해당합니다. 비교과는 내신 성적으로만 파악할 수 없는 학생의 학업능력·잠재력·열정·인성·리더십 등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요소입니다. 시험에서 매번 100점을 받는 학생도 수업시간에 잠만 자거나 숙제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태도가 불량하면 교사들이 학생부를 긍정적으로 쓰지 않는 식이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학생 성적 외에 인성·창의성 등 종합적으로 평가하려고 도입
이는 교육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왔습니다. 주입식·암기식 교육을 벗어나 창의성·인성 교육을 지향하게 된 것이죠. 교과 성적 이외에 학생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해 대입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중앙일보, 1998년 10월 22일 ‘학교 교육 개혁의 선결 조건’)
이렇게 된 데는 당시 사회 분위기도 한몫했습니다. 1994년, 1995년 연이어 패륜범죄가 발생하면서 학교에서 도덕교육·인간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거든요. 대부분 사람이 입시 위주 교육 때문에 인간교육이 뒷전으로 밀려난 현실을 안타까워했죠. (중앙일보 1994년 5월 29일 ‘지식 주의 급급…인성교육 실종’)
도입 초반에는 학생부가 대입에서 큰 역할을 못했지만, 2007년 대입에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면서 학생부의 영향력도 커지기 시작합니다. 입학사정관제가 학생의 성적뿐 아니라 잠재력·소질을 종합해서 선발하다 보니 학생부의 중요성도 높아진 것이죠. 초반에는 토익·토플 등 공인어학성적과 외부대회 수상 경력을 등을 학생부에 쓸 수 있었지만, ‘스펙 쌓기’ 경쟁이 과열되면서 2014년부터 기재가 금지됐습니다. 같은 시기에 입학사정관제도 학교 활동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바뀌었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학생부 조작 문제 불거지면서 신뢰도 추락
2016년에는 광주의 한 사립여고 교장이 주도적으로 학생부를 조작한 게 밝혀지면서 학생부 신뢰도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학생부를 부당하게 정정하는 사례가 출결·수상경력 같은 정량평가 영역에서도 이뤄진 게 알려져 학생부의 신뢰도가 추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고교 학생부 조작·오류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3년에는 67개교에서 70건이었지만 2015년에는 128개교에서 155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중앙일보, 2016년 10월 7일 ‘371개교 학생부 조작·오류…동료 교사 기록 무단 수정도’)

강태중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입을 위해 만들어진 스펙과 학생 스스로 진로를 위해 노력한 경험을 구분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남보다 돋보이기 위한 활동이나 이력의 구색을 갖추기 위한 활동을 진정한 진로 모색 활동이나 내면적 동기의 활동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아시아교육연구, 2012년 12월 ‘사교육에 대한 입학사정관 전형의 영향분석’)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학생부는 학교 성적뿐 아니라 학생의 다양한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치열한 대입 경쟁이 학생들을 ‘스펙 쌓기’ 경쟁으로 내몰았고, 학생부 조작 등이 계속되면서 도입 취지는 실종된 상태입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