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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성, 올 3월까지 노조탈퇴 종용…구체적 업무 지시 문자도

중앙일보 2018.05.14 16:17
노조 설립을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는 삼성전자서비스 임원 등 4명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14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 설립을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는 삼성전자서비스 임원 등 4명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14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서비스가 원청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올 3월까지 하청업체인 애프터서비스(AS) 센터 정비기사들의 노조 참여를 방해했다는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 현행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원청 관리자는 하청업체 근로자를 상대로 간섭ㆍ개입 등을 할 수 없다. 원청은 오직 하청업체의 사장(책임자)과의 계약을 통해 회사의 정책ㆍ지침 등을 전달할 수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원청 관리자가
하청 AS기사에게 노조 탈퇴 요구
문자 메시지 통한 업무 지시 혐의도
최 모 전무 등 4명, 영장 실질심사 받아

 14일 중앙일보는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지회(노조)가 검찰에 제출한 A4 용지 두 장 분량의 녹취록을 입수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올 2월 20일 삼성전자서비스 경인지사 소속 정모 과장(원청 관리자)은 노조에 새로 가입한 10년 차 정비기사 고모씨를 상대로 탈퇴를 종용했다. 
 
구체적으로는 “더 세를 확산하기 위해서 찝쩍찝쩍 대는 거잖아. 솔직히 말해서”(탈퇴 종용), “넌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는 거잖아 솔직히. 내 생각은 그래”(가입 방해) 같은 발언이 담겼다. “나도 거짓말하기 싫다. 허심탄회하게” 같이 원청 관리자 스스로 부당노동행위를 고백하는 말도 포함됐다. 
 
지난해까지 노조 참여자가 없었던 경기 부천 서비스센터(내근직)는 올 들어 고씨를 비롯한 약 5~6명이 새로 노조에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내근 서비스센터는 AS기사들이 출장 정비를 나가는 일반 서비스센터와 달리 스마트폰·노트북 등 모바일 기기를 전문적으로 수리한다.
 
 수사팀 관계자는 “삼성전자 본사 압수수색에서 얻은 문건이 아니라 최근 제보자를 통해 관련 사실을 전달받은 적이 있다”며 “위법 사실이 드러난다면 공소사실에 포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는 경기도 수원 삼성전자서비스 본사·지사 등을 압수수색하기 직전인 올 3월까지 부당노동행위가 지속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가 원청임에도 불구하고 문자메시지를 활용, AS 기사들에게 “약속시간 이내 방문율 85% 이상” “셀별 개인별 생산 별 목표 반드시 달성 바람” 등의 구체적인 지시사항을 전달한 사실을 파악했다. 이뿐 아니라 삼성전자가 최근까지 문자메시지나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하청 직원에게 회사 목표 등을 보냈다고 한다.  
 
하청업체 기사들을 상대로 구체적인 업무 지시 정황이 나타나는 삼성전자서비스의 문자. [사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하청업체 기사들을 상대로 구체적인 업무 지시 정황이 나타나는 삼성전자서비스의 문자. [사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이날 삼성전자서비스 최모 상생운영팀장(전무), 윤모 상무 등 4명은 부당노동행위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81조 위반)로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30일 윤 상무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노조 탈퇴를 목적으로 억대의 금품까지 주고받았다면 죄질이 무겁다”면서도 “노조법 위반으로 구속영장까지 발부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영장이 기각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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