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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글 쓰는 법 배운 적 없어도 책 5권 낸 작가 됐죠

중앙일보 2018.05.14 16:00
평소 책보다는 영화·만화책·게임을 즐겼다는 김동식씨는 글쓰기를 배운 적도 없지만 5권의 소설책을 쓴 작가가 됐다. 그는 "책을 내고 보니 다른 사람의 책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유명 작가의 책을 찾아서 읽어봤다"고 말했다.

평소 책보다는 영화·만화책·게임을 즐겼다는 김동식씨는 글쓰기를 배운 적도 없지만 5권의 소설책을 쓴 작가가 됐다. 그는 "책을 내고 보니 다른 사람의 책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유명 작가의 책을 찾아서 읽어봤다"고 말했다.

『회색인간』·『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13일의 김남우』. 지난해 말 출간된 세 권의 소설입니다. 틀에 박히지 않은 글 형식과 내용으로 주목을 받았죠. 이 작품들을 쓴 주인공은 바로 김동식(34) 작가인데요. 작품만큼이나 독특한 그의 이력이 눈길을 끕니다. 중학교를 중퇴하고 10여년간 주물공장에서 일한 김씨는 글쓰기를 배운 적이 전혀 없다고 해요. 그런 그가 지난달 『양심 고백』·『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까지 펴내면서 총 5권을 책을 쓴 작가가 된 이야기, 한번 들어볼까요.
 
중학교 중퇴 후 주물공장 노동자로 10년
유년시절을 부산에서 보낸 김씨는 말수가 적은 조용한 아이였어요. 중학교 시절 학교에선 매일 혼나기 일쑤였고 그래서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 많았죠.
 
“그때 마음이 통하는 친구라도 있었으면 학교를 계속 다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요. 학교를 가지 않아서 혼나기를 반복하다 보니 출석일수가 모자랐고 결국 2학기 때 자퇴를 할 수밖에 없었어요. 집에서 게임만 하다 보니 엄마가 몇 군데 일자리를 소개해 주셨어요. 나가서 일도 해봤지만 그조차도 끈기가 없어서 오래 하지 못했어요.”
 
삶의 목표도, 되고 싶은 것도 없던 그는 열여덟 살 때 대구로 떠났어요. 건축현장에서 바닥 타일 붙이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경기가 좋지 않아 건물 한 채 일이 끝난 후 더 이상 일이 들어오지 않았어요. 방세를 내기 위해 근처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최근 출간된 김동식 작가의 두 작품. 『양심 고백』·『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최근 출간된 김동식 작가의 두 작품. 『양심 고백』·『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당시 시급이 1900원이었고 한 달 일해서 60만원을 받았어요. 어머니께 20만원을 보내고 방세 16만원을 빼면 생활비가 빠듯했지만 그렇게 3년을 버텼죠. 마침 서울에서 자리를 잡으신 외삼촌 제안으로 주물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월급이 130만원이었어요. 그때부터 저축도 하고, 먹고 싶은 것도 사 먹을 수 있었죠.”
 
작은 주물공장에선 단순 반복 노동을 했어요. 500℃까지 달궈진 아연을 빙글빙글 돌아가는 판에 부으며 지퍼·버클·단추 같은 물건들을 수도 없이 찍어내는 일이었죠.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주로 컴퓨터를 붙잡고 웹 서핑을 하거나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스마트폰에 깔려 있던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한 인터넷 사이트의 '공포게시판'을 접하게 됐고요.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아 잠들기 전이나 화장실에서 보던 그는 창작글을 올리는 사람들을 보고 한번 해 볼까 생각했다고 합니다.
 
“2016년 5월 첫 글을 올렸는데 댓글이 달리는 것이 너무 신기했어요. 그때 처음으로 ‘내가 누군가를 즐겁게 해줬구나, 도움이 되는구나’ 느꼈죠.” 인터넷이라는 가상 공간이지만 그곳에서만은 존재감을 인정받는 느낌이 김씨는 무척 좋았어요. 특별한 취미도 없고 집과 공장만 오가던 그가 처음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즐거움을 알게 된 거예요. 두 번째 글에 1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고, 그 반응이 신기하고 좋아서 글을 또 올렸어요. 그렇게 1년 반 동안 320편의 글을 올렸고 그중 90%가 베스트게시물에 등재됐죠. 대부분의 글이 평균 1만5000회 정도의 조회수를 기록했어요.
김씨의 글은 모두 픽션(상상력으로 쓴 창작물, 허구)이에요. 3일마다 한 편의 글을 올리는 것을 자신만의 원칙으로 정했어요. 장르는 공포를 기본으로 하는 서늘한 느낌의 판타지나 스릴러이고 결말에는 항상 반전이 있죠. 어디에서 그런 무궁무진한 글의 소재가 나오는 걸까요.
 
요조, 장강명의 팟캐스트(인터넷망을 통해 다양한 콘텐트를 제공하는 서비스) 방송 '책, 이게 뭐라고' 출연 후 진행자들과 함께. 왼쪽부터 장강명·김민섭·김동식 작가, 가수 요조.

요조, 장강명의 팟캐스트(인터넷망을 통해 다양한 콘텐트를 제공하는 서비스) 방송 '책, 이게 뭐라고' 출연 후 진행자들과 함께. 왼쪽부터 장강명·김민섭·김동식 작가, 가수 요조.

일하면서도 머릿속엔 '이야기' 생각
“저는 말보다는 주로 생각을 하는 사람이에요. 공장에서 일할 때도 하루 종일 머릿속에는 온갖 잡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아이 한 명을 죽이면 10명을 구할 수 있는 딜레마의 상황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나에게 어떤 초능력이 생긴다면…’, ‘만약 어떤 영화의 결말이 다르게 나왔다면 어땠을까’ 같은 상상을 혼자 계속했어요.”
 
생각하는 습관을 통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토리텔링 능력을 갈고닦은 셈인데요. 그는 “평생 읽은 책이 10권도 안 된다”고 말했어요. 영화나 만화책을 주로 봤고 게임을 많이 했는데, 그래서인지 그는 자신의 글에 만화적인 요소가 많다고 설명했어요. 
 
공포게시판에 글을 올린 이후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출판을 제안했습니다. 그의 글을 좋아하는 독자 중에는 김민섭 작가도 있었는데요. 격주간 출판전문지 '기획회의'에서 사회문화 평론가로 활동 중인 김민섭 작가를 통해 정식으로 출판 계약을 맺게 됐어요. 그렇게 지난해 말 세 권의 책이 세상에 나왔고, 김씨는 '전혀 새로운 형식의 글을 쓴 신인작가'로 알려지게 됐어요.
 
“공중에 붕 뜬 기분이었어요. 작가라는 호칭이 어색하고 낯설었지만 기분은 좋았습니다. 글을 연재하던 게시판에 출간 소식을 알렸더니 많은 분들이 직접 책을 구매한 인증샷을 올려주기도 했어요. 내 글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다는 사실에 무척 놀랐습니다.”
 
출판기획자이자 작가인 김민섭(왼쪽)씨는 동식씨를 작가의 길로 이끌었다.

출판기획자이자 작가인 김민섭(왼쪽)씨는 동식씨를 작가의 길로 이끌었다.

책은 1쇄(1·2·3권)로 찍은 6000권이 순식간에 팔리고 3일 만에 2쇄를 찍을 정도로 인기였어요. 여러 매체에 김씨에 대한 기사가 실리고 입소문이 났죠. 그는 인세로 깜짝 놀랄 정도의 큰돈을 받았다고 말했어요. 책을 내기 1년쯤 전부터 공장을 그만두고 쉬고 있었는데, 인세 덕분에 당분간은 공장 일을 다시 하지 않고 글 쓰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어요. 또 출판사의 도움으로 카카오페이지에 유료 연재도 시작했죠. 글쓰기를 배운 적이 없는 그가 5권의 소설책을 출간한 작가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안 지켜도 그만이지만 '사흘에 한 편은 꼭 쓴다'는 저만의 원칙이 있었고요. 독자들에게 잊히지 않게 꾸준히 쓰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내 글을 봐주는 사람이 꼭 있어야 해요. 저 역시 꾸준히 글을 올리면서 맞춤법이나 논리적 오류, 개연성 문제 등을 독자들이 지적해 준 덕분에 초반에는 엉망이었던 글이 점점 나아졌거든요. 마지막으로 글에 대한 부담이 없어야 합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누가 강요하지 않으므로 부담 없이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김씨는 태어나서 한 번도 목표가 없었다고 해요. 학교를 중도에 그만뒀기 때문에 목표를 설정하는 법도 몰랐고 주변에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어서 뭘 목표로 해야 할지도 몰랐던 거죠. 지금도 특별한 목표는 없다는 김씨는 언젠가 자신의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더 이상 없으면 다시 공장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말했어요. 사람들이 재미있어하는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이 유일한 바람이죠. 평소 머릿속에 3~4개 스토리를 대강 구성해 뒀다가 집에 가면 컴퓨터에 저장해둔다고 해요. 결말(반전)이 생각나지 않아 일단 저장해둔 것들이 컴퓨터 바탕화면에 100개가 넘게 있다는데요. 한 번씩 열어보고 결말이 생각나면 이어서 씁니다.
 
“누군가 제 글에 재미있다거나 울었다거나, 소름 끼친다, 더 보고 싶다는 댓글을 달면 낯설기도 하면서 신나고 즐거웠어요. 저의 기준은 철저하게 ‘재미’입니다. 사람들이 재미있어하는 포인트를 파악하고 그들의 피드백을 통해 계속 배우는 거죠. 글 쓰는 사람들은 무조건 피드백 있는 곳에 자신의 글을 노출시키는 것이 중요해요.”
 
글=김은혜 꿈트리 에디터    
 
※’자기주도진로’ 인터뷰는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행하는 자유학기제 웹진 ‘꿈트리(dreamtree.or.kr)’의 주요 콘텐트 중 하나입니다. 무엇이 되겠다(what to be)는 결과 지향적인 진로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겠다(how to live)는 과정 중심의 진로 개척 사례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틀에 박힌 진로가 아닌, 스스로 길을 개척해 나가는 진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현재의 성공 여부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서 행복을 찾고, 남들이 뭐라 하든 스스로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멋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길’을 점검해 보시기 희망합니다. 꿈트리 ‘자기주도진로’ 인터뷰는 소년중앙과 협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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