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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한반도 종단철도는 北 동해안 부대 때문에 불가능”

중앙일보 2018.05.14 11:23
 태영호 전 주 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사진)는 14일 판문점 선언에 포함된 북한과의 철도 연결에 대해 “북한의 동해안 방어부대 대부분이 철도를 따라 배치돼 있고, 부대 이전이 불가피한데 북한 군부가 자체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이날 언론에 공개한 ‘3층 서기실의 암호-태영호 증언’이라는 저서에서다. 그는 “한국이나 러시아가 북한 동해안에 무수히 산재한 부대 이전 비용까지 부담해야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전 주영 북한 공사, 증언록 '3층 서기실의 암호' 발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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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전 공사는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이후 최고위급 북한 망명자다. 책 제목인 ‘3층 서기실’은 김정일·김정은 부자를 신격화하고 세습 통치를 유지하기 위한 조직이다. 그는 “북한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이날 공개한 책의 주요 내용.
 
◇북한 철도 연결이 불가능한 이유
- (2000년 6ㆍ15 공동선언 이후) ‘떠먹여 줘도 못 먹는’ 북한 체제의 한계 때문에 한반도 종단철도 건설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러시아는 건설 의지가 확실했고, 한국은 언제라도 지원할 의사가 있었다. … 문제는 북한의 동해안 방어부대 대부분이 철도를 따라 배치돼 있다는 점이었다. 한반도 종단철도가 건설되어 철도 현대화가 진행되면 대대적인 부대 이전이 불가피했다. 북한 군부는 6ㆍ25전쟁에서 전세가 역전된 원인을 인천상륙작전 때문이라고 보고 수십 년에 걸쳐 동해안 철도를 따라 방대한 해안방어선을 구축했다. 철도 현대화 사업이 벌어지면 해안방어선을 다시 구축해야 한다. 북한 군부는 이미 오래 전부터 스스로 생존을 유지해야 하는 실정이었다. 부대 이전을 자체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개성 공단 건설 때도 군부는 새로운 주둔지를 마련하기 위해 엄청난 고생을 했다. 군부는 당연히 한반도 종단철도 건설과 부대 이전을 반대했다.(p.140~142)
 
태영호 전 공사의 책 '3층 서기실의 암호' 책 표지. [기파랑 제공]

태영호 전 공사의 책 '3층 서기실의 암호' 책 표지. [기파랑 제공]

 
◇북한은 핵을 포기할 것인가
- 신격화는 커녕 지도자로서의 정통성과 명분마저 부족한 김정은이 결국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그리고 공포정치다. 이것으로 카리스마를 형성하고 신적인 존재가 되지 않으면 체제는 물론 김정은 자체가 무너진다. 김정은이 그토록 핵과 ICBM에 집착하고 장성택 숙청으로 대표되는 공포정치를 휘두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p.518)

- 2017년에 감행한 북한의 핵실험과 ICBM 발사는 나로서도 충분히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18년은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평화적 환경조성의 시기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전후해 북한이 적극적인 화해 제스처를 보인 것은 이런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 북한이 다른 것은 몰라도 핵 문제만큼은 결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절감했으면 좋겠다. (p.404~405)
 
◇김정은은 어떤 사람인가  
- 김정은은 성격이 대단히 급하고 즉흥적이며 거칠다. 7월 27일은 휴전협정일이지만 북한에서는 전승절로 기념하고 있다. 2013년 7월 재개관을 앞둔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전쟁기념관)에 화재가 발생했다. 보고를 받은 김정은이 부리나케 달려와 아직도 물바다인 지하에 구둣발로 들어갔다. 수백 명이 진화와 정리 작업을 벌이고 있었는데 김정은은 “내가 그렇게 불조심하라고 했는데 주의 안 하고 무엇을 했느냐”며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면서 쌍욕을 했다. (p.518)
- 2015년 5월 김정은은 자라양식공장을 ‘현지지도’했다. 공장 현황이 말이 아니었다. 새끼 자라가 거의 죽었다. 공장 지배인은 전기와 사료 부족을 이유로 들었으나 김정은은 “전기, 사료, 설비 문제 때문에 생산을 정상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넋두리”라고 심하게 질책했다. 김정은을 수행하던 고위 간부들도 고개를 떨군 채 그의 지시를 받아쓰기에만 급급했다. 돌아오는 차에 오르면서 김정은은 지배인 처형을 지시했고 그 즉시 총살이 이뤄졌다. (p.519)
 
◇장성택이 처형된 이유
- 김정은은 아이 때부터 고모부(장성택)에게 깊은 원한을 품고 있었던 것 같다.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는 정철ㆍ정은 형제 중의 하나가 후계자가 되지 않으면 결국 온 가족이 숙청당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김일성 생전에 자신의 아이들을 인사시키고 인정을 받고 싶어 했다. 이것을 누가 막았겠는가. 김경희와 장성택이었다. 김정일 생전에 김경희와 장성택이 고영희의 존재를 상당히 부담스러워했다는 말이 나돌았다. (p.326~327)
- (김정은은) 모든 재력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쏟아야 하는데 북한의 경제적 이권 대부분은 장성택이 쥐고 있었다. 장성택은 이권을 넘기느냐, 계속 쥐고 있느냐 선택해야 했다. 김정은이 가차 없이 처형한 이유 중의 하나는 장성택이 경제적 이권을 포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p.312)

 
◇개성공단 같은 곳 14개 더 만들라
- 김정은의 말, “개성공단이 조선 체제에 장기적으로 위협이 되지 않겠느냐고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다. 하지만 얻은 게 더 많다. 우선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돈을 벌었다. 둘째, 개성 시민에 대한 자연스러운 통제와 관리가 용이해졌다. 다른 지역은 장마당 때문에 주민 통제가 얼마나 힘들어졌나. 개성 시민 5만 명이 매일 한 곳에 모여 일하고 퇴근하는데 따로 무슨 관리가 필요한가. 총체적으로 우리가 훨씬 이익이다. 이런 경제특구를 내륙으로 확대해야 한다. 개성공단 같은 곳을 14개 더 만들라.” (p.299)
 
◇북한 내부 변화는 진행형
- 김일성 사후 김정일이 내세운 선군정치는 군사독재를 넘어 노예사회와 같은 체계를 수립했다. 사람의 목숨이 노예주인 김정일의 기분과 감정에 따라 좌우되었다. … 노예란 남의 소유물로 되어 부림을 당하는 사람, 모든 권리와 생산수단을 빼앗기고 물건처럼 사고 팔리는 사람이다, 북한 주민에게는 인간의 기본 권리인 의사표시의 자유, 이동의 자유, 생산수단을 보유할 자유, 자기 자식을 자기가 관할할 수 있는 자유조차 없다. 단언컨대 오늘의 북한은 현대판 노예사회다.(p.515~516)
- 통일의 주체를 북한 주민으로 보아야 한다. 북한 주민은 자체로 일어날 힘과 의식이 있고 이미 엄청난 정보가 북한으로 들어가고 있다. 북한 내부의 변화는 이미 진행형이다. 그 변화가 어떤 모습으로, 어떤 속도로 올 것인지가 문제일 뿐이다. (p.534)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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