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울진서 로드킬 당한 멸종위기종 산양…주의 표지판도 없었다

중앙일보 2018.05.14 11:01
경북 울진군 36번 국도에서 로드킬 당한 산양. [사진 한국산양보호협회울진지회]

경북 울진군 36번 국도에서 로드킬 당한 산양. [사진 한국산양보호협회울진지회]

멸종위기종 1급인 산양 2마리가 경상북도 울진 지역에서 잇따라 폐사한 채 발견됐다. 그중 한 마리는 로드킬을 당한 것으로 보여 산양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녹색연합에 따르면, 지난 6일 밤 11시 30분쯤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삼근리에서 불영사 방향 36번 국도를 순찰 중이던 자율방범대원이 로드킬 당한 산양 사체를 발견해 신고했다. 폐사한 산양은 1년생 암컷으로 발견 당시 왼쪽 뒷다리 골반이 깨지고, 살이 터진 상태로 죽어 있었다. 자동차와 충돌하면서 즉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로드킬이 발생한 36번 국도. [사진 한국산양보호협회울진지회]

로드킬이 발생한 36번 국도. [사진 한국산양보호협회울진지회]

로드킬이 발생한 36번 국도는 산양 핵심서식지인 왕피천생태경관보전지역과 울진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을 관통하는 도로다. 사고 지점인 삼근리-대흥리 일대에도 최근 5년 새 산양이 빈번하게 출몰했지만, 주의 표시판조차 설치돼 있지 않았다. 산양은 운전자의 시야 확보가 어려운 이른 새벽과 늦은 밤에 주로 활동하기 때문에 로드킬의 위협에 노출되기 쉽다.

  
녹색연합 임태영 자연생태팀 활동가는 “36번 국도가 곡선 구간이 많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로드킬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며 “생태통로나 울타리 설치를 통해서 도로가 아니라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시설이 필요한데 그런 대책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수컷 산양, 먹이 구하지 못해 아사
경북 울진군 구수곡자연휴양림 인근에서 폐사한 산양. [사진 한국산양보호협회울진지회]

경북 울진군 구수곡자연휴양림 인근에서 폐사한 산양. [사진 한국산양보호협회울진지회]

이틀 뒤인 8일에는 경북 울진군 북면 구수곡자연휴양림 인근에서 또다시 산양 폐사체가 발견됐다.
 
당시 웅녀폭포 주변을 지나던 탐방객이 산양 사체를 발견해 신고했고, 다음 날 한국산양보호협회울진지회와 울진군 문화관광과에서 사체를 수거했다. 발견된 산양은 2~3년생 수컷으로 먹이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에서는 지난해 3월에도 탈진한 산양이 발견되기도 했다. 당시 구조된 산양은 치료시설로 이송했으나 구조 하루 만에 폐사했다.
 
울진서 2010년 이후 54마리 폐사 
멸종위기종 1급 산양.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멸종위기종 1급 산양.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산양은 천연기념물 제217호이자 멸종위기종 1급에 지정될 정도로 대표적인 멸종위기 동물이다. 과거에는 전국적으로 분포했지만 서식지 파괴와 무분별한 포획으로 개체 수가 급격히 줄었다. 현재는 700~900마리 정도만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주로 백두대간을 따라서 바위와 절벽으로 이뤄진 험준한 산악 지역에 서식하며, 단독 혹은 무리생활을 한다.
 
경상북도 울진·삼척 지역은 산양의 최남단 서식지로 생태적 가치가 매우 뛰어난 곳이다. 2010년 이후 현재까지 울진에서 폐사한 산양은 54마리에 이르고 있지만, 뚜렷한 보호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2010년에는 폭설의 영향으로 산양 25마리가 먹이를 구하지 못해 집단 폐사하기도 했다.

 
임 활동가는 “현재 울진·삼척 지역에 산양이 100마리 정도가 사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산양 보호를 위한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