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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꼭 단일팀이어야 하나

중앙일보 2018.05.14 01:29 종합 30면 지면보기
장혜수 스포츠부차장

장혜수 스포츠부차장

2009년 6월 25일 프로야구 SK-KIA전 연장 12회 말에 낯선 장면이 펼쳐졌다. 5-5 동점에서 SK 3루수 최정이 마운드에 올랐다. 최정은 최고시속 146㎞짜리 직구를 던지며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안치홍에게 3루타를 맞았고 이성우에게 볼넷을 내준 뒤 김형철 타석 때 포수 정상호의 패스트볼로 실점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최정이 마운드에 오른 건 25명 출전 선수 중 남은 투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2007년 7월 27일 프로축구 성남-대전전 후반 성남 미드필더 신태용이 골키퍼 장갑을 꼈다. 현재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는 그 신태용이다. 사연은 이렇다. 성남이 교체카드 3장을 모두 써버린 상황에서 골키퍼 김해운이 다쳤다. 초등학교 시절 골키퍼 경험이 있었다는 이유로 골문을 맡은 신태용은 2골을 내줬다. 성남이 3-2로 이겼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패전의 멍에를 쓸 뻔했다.
 
거의 모든 스포츠가 출전 선수 또는 교체 선수 수를 제한한다. 한국 프로야구 엔트리는 27명이고, 그중 25명만 한 경기에 출전한다. 월드컵 축구대회 엔트리는 23명이고, 한 경기에서 3명까지 교체할 수 있다. 그게 게임의 룰이다. 엔트리도 교체도 무한정이 아니기 때문에 인력과 전술의 운용이 중요하다. 한쪽에만 더 많은 엔트리와 교체를 허용한다면 불공정한 게임이 된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은 남북한 화해의 중요한 계기였다. 개회식 공동입장과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문제가 남북한 당국 간 대화의 물꼬를 텄다. 결국 4·27 남북 정상회담과 판문점선언까지 이어졌다. 스포츠가 중요한 역할을 한 건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끝이 좋아 다 넘어간 것뿐 다른 팀보다 많은 엔트리를 허용한 건 분명히 공정한 게임이 아니었다.
 
이달 초 스웨덴 할름스타드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한데 어울린 모습은 보기 좋았다. 탁구 단체전은 단식 5경기로 구성돼 사실상 팀워크가 크게 중요하진 않다. 그렇다고 해도 8강전 직전 상대였던 두 팀이 갑자기 한 팀이 되는 건 낯선 장면이다. 단일팀은 상대 팀보다 많은 엔트리를 허락받았다. 4강전 결과가 달라졌다면 공정성 시비가 일었을지 모른다.
 
일부 종목이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단일팀을 내보낸다. 정부까지 나서서 해당 경기단체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대회 조직위원회에 엔트리를 늘려 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엔트리 탈락 피해자 방지라는 공정함을 추구하려고 게임의 룰이라는 공정함의 원리를 훼손하는 셈이다. 국제대회의 남북한 공동입장과 공동훈련, 북한 선수의 전국체전 출전 등 남북한 스포츠 교류를 이어갈 다양한 방법이 있다. 꼭 단일팀이어야 하는지 묻고 싶다.
 
장혜수 스포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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