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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4억명 중국판 우버, 승객 성폭행 피살에 ‘신뢰 펑크’

중앙일보 2018.05.14 00:33 종합 16면 지면보기
4억 5000만 고객을 보유한 중국 최대 차량 호출 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이하 디디)이 신뢰 위기에 직면했다.
 

“기사가 변태다” 메시지 뒤 연락두절
용의자는 부친 신분증 이용해 운행
디디추싱, 전과 등 기사 심사 허점
기사 전용 앱은 헌팅 도구 악용도

지난주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에서 스튜어디스가 허위 등록한 디디 기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피살되면서다. 디디는 해당 서비스를 일주일간 중단한 채 보완에 들어갔지만 성난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기업가치 800억 달러(약 85조원)로 추산되는 중국 대표 유니콘 디디의 연내 기업공개(IPO)까지 지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건은 지난 5일 (현지시간) 발생했다. 이날 자정께 정저우 공항에서 산둥(山東) 샹펑(祥鵬)항공 소속 스튜어디스 리모(21)씨가 정저우 기차역으로 가기 위해 디디로 차량을 호출했다. 리 씨는 이동 중 동료에게 “기사가 변태다. 예쁘다며 키스하고 싶다고 말한다”는 메시지를 남긴 뒤 연락이 두절됐다. 딸과 연락이 되지 않자 리 씨 부친은 7일 오후 5시께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디디 안전부문과 연락해 해당 차량 번호와 기사 류모(27)씨의 신상 정보를 알아냈다. 차적 조회 결과 목적지인 정저우 역까지 운행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8일 오전 7시 공항 인근 공터에서 리 씨가 참혹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정저우 경찰은 이날 스튜어디스 피살 사건 전모를 발표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중국청년보, 신경보 등 중국 대중지는 디디 성폭행 살인사건을 집중 보도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공유경제 플랫폼이자 대중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은 디디의 기사 심사 과정에서 심각한 헛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디디는 지난 11일 자체 조사 결과 용의자가 부친의 신분증을 이용해 운행해왔다고 공개했다. 사건을 파악한 10일 용의자 체포에 100만위안(1억7000만원)의 현상금을 내걸고, 피해자 가족에게 법률이 규정한 배상 외에 추가 보상을 약속했지만 여론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피해자가 이용한 순펑처(順風車)는 디디가 2015년 출시한 서비스다. 차량 공유 이념에 기반해 같은 방향을 운행하는 차량 주인과 승객을 연결하는 히치하이크 방식으로 운영된다. 순펑차 차주 신청은 고급 콜택시 방식의 좐처(專車)나 개인차량 서비스인 콰이처(快車)보다 기사 등록 조건이 느슨하다. 신분증과 차량등록증, 운전면허증만 확인할 뿐 전과나 약물, 음주 운전 여부를 검사하지 않았다.
 
과거에 발생했던 유사 사건도 문제가 됐다. 지난 2016년 5월 광둥성 선전(深?)시에서도 디디 순펑처를 이용한 24세 여교사가 피살됐다. 당시 선전시가 차량호출 기사를 전수 조사한 결과 3086명에게서 약물 사용 등 심각한 형사 전과가 발견됐다.
 
순펑처 기사 전용 어플리케이션의 문제도 폭로됐다. 순펑처 기사가 남긴 여성 승객 후기에 “바디스타킹을 입었다” “속살이 보인다” 등 성희롱 문구가 만연하다고 홍콩 명보가 보도했다. 특히 악의적인 기사는 승객의 연령과 신분을 특정할 수 있는 기능을 악용해 이 프로그램을 여성 헌팅 도구로 사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디디는 지난 12일 자정부터 1주일간 순펑처 서비스를 전면 중지한 채 기사 검증 강화 조치에 착수했다.
 
중국판 ‘우버(Uber)’로 불리는 디디는 2015년 인터넷 기업 텐센트가 투자한 디디다처(滴滴打車)와 알리바바가 투자한 콰이디다처(快地打車)가 합병해 탄생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디디추싱이 상장하게 되면 시가총액 800억 달러 이상의 초대형 기업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2016년에는 우버 차이나와 합병하면서 사실상 중국내 차량 호출과 공유 서비스를 독점하고 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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