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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석연치 않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공개

중앙일보 2018.05.14 00:02 경제 9면 지면보기
연강흠 연세대 미래교육원장·경영대학 교수

연강흠 연세대 미래교육원장·경영대학 교수

금감원은 지난 1일 ‘고의적 분식회계’라는 특별감리 결과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통지하고 그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금감원이 자체 조사결과를 증권선물위원회에서 확정되기 전에 사전 통보하고 언론에 공개한 전례는 없다.
 
분식회계가 아니거나 고의적이 아니라면 금감원은 시장을 교란한 책임과 주가 하락에 대한 배상 책임의 부담을 진다. 재벌개혁 의지를 보여 잇단 금감원장의 낙마로 인한 권위 추락을 만회하는 한편, 증권선물위원회를 압박해 특별감리 결과를 확정지으려는 의도라면 동기가 불손하다. 바이오로직스가 행정소송을 불사하고 있으니 기업과 극한 대립하는 상황을 만든 책임은 피하기 어렵다.
 
금감원이 지적한 회계규정 위반은 2015년 회계연도의 삼성바이오에피스 기업가치 과다평가와 이를 반영한 바이오로직스의 순이익 급증이다. 바이오에피스는 2012년 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바이오젠과 공동투자해 설립한 바이오시밀러 개발회사이다. 설립 당시 바이오젠 지분은 8.8%에 불과했으나 전체 발행주식 과반수에서 1주 적은 주식을 보유할 때까지 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한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이 주어졌다. 바이오로직스는 2015년에 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한국과 유럽에 승인을 받은 개발성과로 평가가치가 5조원대로 상승해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면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잃게 되므로 회계기준에 따라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부분적 지배가 가능한 관계회사로 변경했다.
 
금감원은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해야 할 근거가 없으니 장부가치평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제회계기준(IFRS)에 의하면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할 때는 지분법적용투자주식으로 분류해 공정시장가액으로 회계처리할 수 있다. 다소 모호한 표현인 ‘지배력에 대한 해석’과 ‘적용한 시장가치의 적정성’이라는 다툼의 여지가 많은 이슈로 압축된다.
 
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두고 두 차례 외부감사와 금융감독원이 관리하는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감리를 받았으며, 동 평가를 기준으로 상장심사를 받았다. 금감원의 특별감리는 그 후 국회와 참여연대의 요청에 의한 것으로 1년 동안 끌다가 이제야 고의성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고의적 분식회계’로 결론을 내렸다.
 
시장이 평가하는 바이오에피스의 가치는 수십조원에 달하는 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으로 헤아려 볼 수 있다. 금감원이 시장에서 형성된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면 스스로 임무를 태만했다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논란의 여지가 많은 회계처리방식에 대한 섣부른 판단으로 성장동력을 약화시키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연강흠 연세대 미래교육원장·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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