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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러 등 신 가전, 삼성이 ‘추격자’ 된 까닭은

중앙일보 2018.05.14 00:02 경제 6면 지면보기
LG전자의 최상위 빌트인 가전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사진 각 업체]

LG전자의 최상위 빌트인 가전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사진 각 업체]

반도체·스마트폰·TV에서 자타공인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평가받는 삼성전자가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에 머무는 분야가 있다. 빌트인 가전, 의류관리기 등 급속도로 커지며 이른바 ‘신(新)가전’으로 분류되는 분야다. 유독 이 분야에선 LG전자가 국내에 제품을 내놓으면 삼성전자가 따라가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듀얼세탁기·빌트인·건조기도
제품 개발 앞선 LG가 시장 주도
성장 정체된 TV·냉장고 등과 달리
틈새시장 커지자 삼성도 본격 진출

삼성전자가 럭셔리 브랜드 ‘데이코’와 함께 내놓은 빌트인 주방 가전. [사진 각 업체]

삼성전자가 럭셔리 브랜드 ‘데이코’와 함께 내놓은 빌트인 주방 가전. [사진 각 업체]

삼성전자는 최근 초(超)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의 국내 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삼성이 2016년 인수한 미국 럭셔리 주방가전 브랜드 ‘데이코’의 모더니스트 컬렉션과 헤리티지 라인업을 국내에 내놓기로 한 것이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이젠 한국 시장에도 빌트인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빌트인의 성장세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2년 앞선 2016년 최상위 빌트인 브랜드인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국내외에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올여름에 의류관리기를 시장에 내놓는다. 특허청에 의류관리기 디자인을 등록하는 등 디자인의 차별화에 공을 들였다. 이는 세탁소를 자주 찾기 어려운 맞벌이 부부와 1인 가구가 많아지고, 황사·미세먼지에 대한 걱정이 커지면서 이를 찾는 의류관리기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의류관리기는 LG전자가 2011년 ‘LG 트롬 스타일러’를 내놓은 뒤 7년째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시장이다. 스타일러는 의류를 걸어두면 미세한 증기를 내뿜으며 옷을 좌우로 흔들어 구김을 펴고 먼지와 냄새를 없애준다. 2016년까지는 시장이 잠잠했지만, 지난해 초부터 판매량이 월 1만대를 넘으며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세탁기가 2개 붙어 있는 ‘듀얼세탁기’에서는 삼성전자의 기세가 무섭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플렉시워시’를 출시하며 2년 앞서 출시한 LG ‘트윈워시’와 1위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트윈워시는 상단에 드럼 세탁기, 하단에 통돌이 세탁기를 배치했다. 소용량 빨래는 아래서, 대용량 빨래는 위에서 돌릴 수 있다. 하지만 플렉시워시는 반대로 상단에 통돌이 세탁기, 하단에 드럼 세탁기를 탑재했다. 이 밖에 모터가 손잡이 부분에 위치한 ‘상(上) 중심’ 타입의 무선청소기와 건조기 시장에서도 LG가 먼저 제품을 국내에 내놓고, 뒤이어 삼성이 추격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사실 이들 신가전은 일반 세탁기·TV·냉장고 같은 ‘필수 가전’만큼 시장이 크진 않다. 하지만 필수 가전 시장은 성장이 정체되면서 ‘레드오션’으로 변한 지 오래다. 반면 신가전 같은 틈새시장은 새로운 수요를 바탕으로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 분야에서 ‘패스트 팔로어’가 된 배경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빌트인 프리미엄 가전·건조기 등은 해외에서 먼저 선보인 제품을 국내에 늦게 들여온 것이고, 의류관리기·듀얼세탁기 등은 소비자 트렌드를 살펴보면서 준비해왔던 제품”이라며 “전략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지, 경쟁사를 따라 제품을 내놓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이제 국내 신시장 창출에 좀 더 무게를 두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LG전자는 이런 삼성전자의 진출을 반기는 분위기다. 시장 규모가 더 커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는 것이다.
 
예컨대 국내 건조기 시장 규모는 2016년 10만대였지만,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삼성전자가 해외에서 판매하던 건조기를 국내에 선보이면서 지난해 판매량이 60만대로 6배 증가했다. 올해는 판매량이 1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LG전자 관계자는 “경쟁사의 진출로 그간 인지도가 낮았던 신가전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커지는 효과가 크다”라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편익이 크다. LG전자와 차별화를 위해 삼성전자가 크기를 키운 제품을 내놓으면, LG전자가 라인업 확대로 반격을 가하는 식으로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유승호 한양대 산업융합학부 교수는 “경쟁이 심화할수록 제품의 질은 좋아지게 되고,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며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시장의 파이가 커지기 때문에 소비자-제조사 모두 편익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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