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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성 난청 환자, 청력 회복 골든타임은 생후 42개월 전

중앙일보 2018.05.14 00:02 건강한 당신 4면 지면보기
 태어나면서부터 듣지 못하는 선천성 난청 소아의 언어 인지능력을 최대한 회복하려면 3.5세(생후 42개월) 이전에 양쪽 귀의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마쳐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선천성 난청은 귀 안의 청각 신경이 살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인공와우를 통해 전기신호로 청신경을 자극하면 청력을 회복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양쪽 귀 인공와우 이식을 언제 받아야 언어 인지능력이 가장 좋아지는지 분석한 연구결과가 없었다.
 

[병원리포트]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정종우·박홍주 교수팀
청각 신경은 대부분 살아 있어
양쪽 귀에 인공와우 이식하면
언어 인지능력 거의 정상 수준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정종우·박홍주 교수팀은 1995년부터 2016년까지 귀에 기형이 없으면서 순차적으로 양측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받은 후 4년 이상 청력검사를 받은 선천성 난청 환자 73명을 대상으로 인공와우 이식수술 시기와 언어 인지능력을 조사했다. 그 결과 3.5세 이전에 양쪽 귀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마친 경우 언어 인지능력이 96.9%로 높았다. 선천성 난청이라면 가능한 한 빨리 양쪽 귀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고려해야 청력을 최대한 회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인간은 소리를 통해 수많은 정보를 얻는다. 이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 귀 가장 안쪽에 있는 와우관(달팽이관)이다. 와우관은 공기의 진동을 전기신호로 바꿔 청신경과 뇌로 전달한다. 스위치가 망가지면 조명을 켤 수 없듯 와우관이 손상되면 뇌가 소리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다. 선천성 난청은 바로 이 와우관에 이상이 생겨 전기신호가 잘 만들어지지 않거나 뇌로 이를 전달하지 못하는 상태다. 보청기로 소리를 증폭시켜도 청신경을 자극하지 못해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문제는 영유아 시기가 청각 자극을 통해 뇌 발달이 진행하는 시기라는 점이다. 소리에서 변환된 전기신호가 보내는 자극을 많이 받아야 뇌가 성숙한다. 듣기·말하기 등 언어를 담당하는 중추 역시 청각 자극이 들어오지 않으면 발달하지 못한다. 나중에 인공와우로 청력을 회복해도 언어를 듣고 이해하는 언어 인지능력이 떨어진다. 반면 이른 시기에 인공와우로 양쪽 청각을 회복하면 언어 능력이 정상에 가깝게 발달할 수 있다.
 
또 연구진은 인공와우를 양쪽 귀에 동시에 이식하지 않았더라도 나중에 하는 인공와우 이식 시기가 빠를수록 언어 인지능력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2005년부터 한쪽 귀 인공와우 이식수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대부분 한쪽 귀만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받았다. 양쪽 귀 인공와우 이식수술은 2009년 건강보험 혜택이 확대되면서 보편화됐다. 지난해에는 적용 대상이 15세 이전에서 19세 이전으로 넓어졌다. 나머지 귀의 인공와우 이식수술은 시기가 늦어지면 치료 효과가 점점 떨어진다. 정종우 교수는 “7세 이전에 한쪽 귀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했다면 늦어도 13세 이전에 나머지 한쪽 귀도 인공와우 이식을 진행하면 언어 인지능력을 80%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이과학회와 신경이과학회 학술지인 ‘이과학-신경학(Otoloy&Neurot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또 다음달 유럽 신경이과학회에 초청돼 발표한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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