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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희의 교육 살롱] 정시와 학종, 사시와 로스쿨의 평행이론

중앙일보 2018.05.12 09:02
지난달 대입 개편과 함께 사람들의 관심이 높았던 교육 이슈 중 하나가 바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었습니다. 법무부가 지난 7년 동안의 변호사 시험 누적 합격률을 학교별로 공개한 건데요. 이에 대한 후폭풍이 생각보다 거셉니다. 올해 시험 기준으로 학교별 합격률이 3배 가까이 차이가 나면서 “로스쿨 제도가 실패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죠. “로스쿨을 폐지하고 사법시험을 부활시키자”는 주장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올해 치러진 7회 시험을 기준으로 하면 서울대 합격률이 78.65%지만, 원광대는 24.63%에 그쳤습니다. 전국 로스쿨 25곳의 평균합격률도 49.35%로 2012년 치러진 1회 변호사 시험의 합격률(87.15%)보다 많이 낮아졌습니다. 변호사 시험이 치러진 이후 합격률이 5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올해가 처음인데요. ‘사시낭인’(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 일정한 직업 없이 빈둥빈둥 노는 사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스쿨 제도를 도입했는데, ‘변시낭인’을 양산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더구나 현행법상 변호사 시험은 로스쿨 졸업 후 5년 이내에 5회까지만 응시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어 ‘변시낭인’만큼 ‘변시오탈자’(변호사 시험에 다섯 번 탈락해 더는 응시가 불가능한 사람) 문제도 심각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공개된 후 후폭풍이 거세다. "로스쿨이 실패한 제도라 사법시험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아주대 로스쿨 학생들이 모의법정을 진행하는 모습.[중앙포토]

지난달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공개된 후 후폭풍이 거세다. "로스쿨이 실패한 제도라 사법시험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아주대 로스쿨 학생들이 모의법정을 진행하는 모습.[중앙포토]

이에 대해 로스쿨들은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70% 이상으로 높여야 로스쿨 도입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로스쿨 도입 자체에 부정적이었던 대한변호사협회는 “학교 간 편차가 심하니 전국 25개 로스쿨을 통폐합해야 한다”고 맞섭니다. 로스쿨이 설치되지 않은 법과대 교수들은 “로스쿨은 실패했다. 신(新)사법시험을 도입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로스쿨의 학부제 전환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교육부가 도입했던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제도가 전문대학원 체제에서 학부제로 회귀한 것처럼 로스쿨의 학부 전환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죠.
 
정부가 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도입한 의전원 제도는 사실상 실패한 상황입니다. 2005년 도입된 의전원은 현재 전국 41개 의대 중 3곳에서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약학대학도 2009년부터 다른 전공의 학부 2년을 마치고 편입해 4년을 다니는 ‘2+4’ 체제로 운영됐는데, 2022학년도부터 대학이 ‘2+4’와 6년제 중에 선택할 수 있게 바뀝니다.
 
그렇다면 로스쿨도 다시 학부제로 회귀할 수 있는 상황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교육부 관계자들은 “로스쿨의 학부전환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합니다.
 
로스쿨은 의전원·약전원과 출발선이 다릅니다.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도입된 로스쿨의 가장 큰 목적은 사법시험 폐지에 있습니다. 시험이 아닌 교육을 통해 법조인을 양성하겠다는 것이죠.
 
1963년 도입돼 지난해 폐지된 사법시험은 학력·나이·성별 등과 관계없이 누구나 응시할 수 있는 법조인 등용문이었지만, 여러 가지 폐단을 가져왔습니다. 가장 큰 문제가 ‘사시낭인’이었습니다. 당시 상당수 청년이 취업 등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수년간 사시 공부에만 매달리는 게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습니다. 또 사법연수원 기수문화와 전관예우 등이 법조비리의 근원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로스쿨이 도입되면 이런 문제가 해결되고, 다양한 경력과 전문지식을 가진 법조인을 양성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죠.
 
하지만 로스쿨 역시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개교와 동시에 부와 계급이 세습되는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을 받았거든요. 로스쿨의 한 해 학비가 2000만원 가까이 될 정도로 비싼 게 문제였습니다. 경제력이 없는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은 입학 자체가 불가능하고, ‘금수저’만 들어갈 수 있었으니까요. 실제 지난해 유은혜 의원실이 최근 2년 동안의 로스쿨 재학생을 소득수준을 분석한 결과, 67.8%가 월 소득 804만원 이상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말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 회원들이 사시 폐지를 합헌 결정한 헌재를 규탄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말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 회원들이 사시 폐지를 합헌 결정한 헌재를 규탄하고 있다. [중앙포토]

또 로스쿨 입학과정에서 비리와 특혜 의혹 등 ‘공정성’ 논란도 끊이지 않습니다. 로스쿨은 법학적성시험(LEET)과 학부 학점 외에 응시자의 사회활동 경력 등에 대한 정성평가도 선발요소에 포함돼 있거든요. 부모의 경제력과 관계없이 누구나 도전할 수 있고, 객관화된 점수로 당락이 결정되는 사법시험을 부활시키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죠.
 
‘공정성’과 ‘금수저’ 논란,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라고요. 맞습니다. 사시와 로스쿨 문제는 정시와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논란과 상당 부분 비슷합니다. 공정성과 다양성을 앞세워 이해 당사자들이 밥그릇 싸움을 이어가는 것과 똑같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는 것도 판박이입니다. ‘백년지대계’여야 할 교육정책이 정권에 따라 춤추는 ‘오년지소계’가 되면 이런 문제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만큼 충분히 시간을 갖고 이들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엉킨 실타래를 급하게 풀려고 하면 더 꼬이기 마련이니까요. “하도 자주 바뀌는 교육정책 때문에 이민 가고 싶다”는 학부모들의 원성이 희망으로 바뀌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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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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