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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공 통행료 수입의 25%..경부고속도로 무료로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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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도공 통행료 수입의 25%..경부고속도로 무료로 하면?

중앙일보 2018.05.11 02:00
경인고속도로의 통행료 폐지를 위한 운동이 인천에서 다시 시작되고 있다. [중앙포토]

경인고속도로의 통행료 폐지를 위한 운동이 인천에서 다시 시작되고 있다. [중앙포토]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더 이상 통행료를 받지 말라."
 
 경인고속도로와 울산고속도로의 통행료를 두고 나오는 얘기입니다. 지역주민과 시민단체 등이 통행료 폐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데요. 경부고속도로의 통행료 역시 심심찮게 폐지 대상으로 거론됩니다.  
 
 지역 주민과 시민 단체 등에서는 그동안 받은 통행료로 이미 투자비를 회수했고, 유료도로법에 규정된 통행료 징수 기간인 30년을 넘은 점 등을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1968년 말에 개통한 경인고속도로는 총 투자액이 누적 기준으로 2760억원이지만, 그동안 징수한 통행료에서 각종 비용을 제외한 이익금(회수액)이 6583억원으로 투자비의 2배가 넘습니다. 회수율로 치면 239%나 됩니다. 
 
 경인·경부·울산고속도 투자비 이미 회수
 69년 말에 문을 연 길이 14.3㎞의 울산고속도로(울산 남구 무거동∼울주군 언양읍)도 투자비(720억원)보다 훨씬 많은 1762억원의 이익을 남겨 회수율이 국내 고속도로 중 가장 높은 245%에 달합니다. 
 
경부고속도로는 1970년 개통했다. [중앙포토]

경부고속도로는 1970년 개통했다. [중앙포토]

 이들 두 고속도로에 이어 70년 개통한 경부고속도로 역시 회수율 147%를 기록 중인데요. 최초 공사비에 확장·선형 개량 등의 추가 투자 비용을 모두 합한 건설투자비가 지금까지 모두 7조 2367억원이지만, 통행료로 벌어들인 이익금은 이를 훌쩍 뛰어넘는 10조 6300억원에 이릅니다. 현행 유료도로법 제16조의 '통행료의 총액은 해당 유료도로의 건설유지비 총액을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을 대입해보면 얼핏 법 규정을 어긴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통행료 징수 기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료도로법 시행령 제10조에는 '30년의 범위 안에서 수납 기간을 정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런데 경부·경인·울산고속도로는 모두 개통한 지 30년을 한참 넘겼습니다. 
 
 이 같은 근거로 해당 지역에서는 고속도로 통행료를 더는 받지 말고, 관리권을 지자체가 행사하는 일반도로로 전환하라고 주장합니다. 2001년에는 경인고속도로의 통행료 부과를 취소하라는 소송까지 제기했는데요. 하지만 패소했습니다. 
 
 모든 고속도로가 한 묶음, 통합채산제 
경북 김천에 자리잡은 한국도로공사. [중앙포토]

경북 김천에 자리잡은 한국도로공사. [중앙포토]

 그 이유는 바로 한국도로공사의 '통합채산제'에 있습니다. 통합채산제는 한마디로 도공이 운영하는 30개 가까운 고속도로를 한 묶음으로 보고 그 수익을 합산해서 수지타산을 따지는 겁니다. 적자가 난 고속도로의 유지보수 비용을 흑자를 기록한 다른 고속도로의 수익으로 메우는 구조인 겁니다. 
 
 80년 1월에 도입한 이 제도는 노선별 채산제를 할 경우 수익이 낮은 노선과 수익성 높은 노선 사이에 생기는 차이와 그로 인한 불균형 등을 해소하기 위한 취지였습니다. 
 
 노선별 채산제를 채택하면 수익이 낮은 노선은 통행료를 상대적으로 높게 받아서 부족분을 메워야 하는 데 이렇게 되면 지역 간에 고속도로 통행료가 서로 차이가 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인데요. 당시 고속도로 통행료는 일종의 공공요금으로 철도, 전기요금과 마찬가지로 전국적으로 동일한 수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원칙이 반영된 조치라고 합니다. 
 
 또 도공은 오래된 고속도로와 신규 고속도로가 한 묶음이기 때문에 특정 고속도로에만 통행료 징수 기간 30년 제한 규정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도공이 국회 주승용(바른미래당) 의원에게 제출한 '전국 고속도로 투자비 회수현황'에 따르면 도공이 운영하는 28개 노선 가운데 2016년을 기준으로 투자비를 회수한 고속도로는 경부·경인·울산고속도로와 호남지선 등 4개 노선뿐입니다. 참고로 호남지선은 충남 논산시 연무읍에서 대전 대덕구 회덕동에 이르는 길이 54㎞의 도로로 당초 호남고속도로의 일부로 70년 12월 개통됐습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반면 88고속도로(대구~광주) 등 5개 노선은 개통 이후 계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흑자와 적자 노선 등을 모두 따지면 누적기준으로 전체 투자액은 81조 4000억원이고, 회수액은 25조 1881억원으로 회수율은 31%에 그칩니다. 
 
 경부고속도로, 한해 통행료만 1조 넘어 
 특히 논란이 되는 경부고속도로만 따져보면 2016년 기준으로 통행량은 전국 고속도로(26억 70000 만대)의 18%(4억 8000만대)에 달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통행료 수입인데요. 1조40억원으로 전국 통행료 수입(4조 400억원)의 25%나 됩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도공은 한해 4조원가량인 통행료 수입으로는 27조원에 달하는 차입금의 원금과 이자 비용(약 4.2조원)에도 못 미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신규건설이나 노후시설 개량, 유지관리비용은 다시 빚을 얻어서 충당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한해 1400억원가량 된다는 도공의 흑자는 통행료가 아닌 휴게소 운영 수입에서 나온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만일 경부고속도로의 통행료가 폐지된다면 도공은 운영에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메우려면 다른 고속도로의 통행료를 올려야만 할 텐데요. 적자 노선이나 통행량이 적은 노선의 통행료가 많이 올라가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물론 경인·울산고속도로는 경부고속도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국 고속도로 가운데 한 곳이라도 예외가 인정돼 통행료가 없어지면 통합채산제의 틀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게 도공의 우려입니다.   
 
통행료 폐지다른 도로 인상 불가피 
 또 한 가지, 일부 고속도로의 통행료가 폐지될 경우 향후 발생하는 유지보수 비용은 누가 부담하느냐가 문제일 수 있습니다. 지자체 관리로 넘어가게 되면 그동안 고속도로 이용자가 부담하던 비용을 일반 시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충당해야만 하는데 이게 적절하느냐의 논란이 예상됩니다. 게다가 기존 고속도로처럼 시속 100㎞의 도로로 유지하겠다고 하면 유지보수 비용은 더 많이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만일 지자체가 아닌 도공이 계속 관리한다고 해도 해당 고속도로들의 유지보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고속도로의 요금을 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한두 고속도로의 통행료 폐지가 다른 나머지 고속도로, 그리고 많은 운전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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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때문에 통행료 폐지 논란은 한 칼에 해결할 방법은 사실 없어 보입니다. 결국 지역 주민과 해당 기관, 정부, 지자체가 진솔한 대화와 이해를 통해 고속도로의 기능은 살리면서 부담은 최소화할 수 있는 절충점을 찾는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입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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